2004년 HBO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최종화를 방영했습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분한 자기 중심적인 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분한 천재적인, 그러나 차가운 예술가 알렌산더 페트로스키와 함께하기 위해 파리로 거처를 옮깁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캐리가 아닌 자신의 전시회에만 신경을 쓰고, 캐리는 뉴욕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을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캐리가 알렉산더를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왜 알렉산더를 떠나는지에 대해 캐리가 하는 말에도 놀라지 않습니다. 캐리는 자신의 알렉산더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녀가 알렉산더를 떠난 이유는 알렉산더와의 관계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자기표현(self-expression)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캐리는 알렉산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누구 인지를(who I am) 분명하게 하고 싶어요.” 그녀는 여기서 나(I)를 크게 강조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응원하며, 이는 우리가 아직 그녀가 모르는 사실, 곧 그녀 평생의 사랑인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이 두려움을 이기고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녀가 페트로스키를 떠나는 결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사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그녀의 결정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결혼의 의미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기는 식민지 시대에서 약 1850년대 까지로, 이때 결혼은 서로의 경제적 이해와 생존을 목표로 하는 실용주의적 도구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1850년대에서 약 1965년 까지로, 사람들은 결혼을 두 사람의 사랑과 애정의 완성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965년 이후 이제 결혼은 두 사람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의 성장을 돕는 도구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자기표현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사회학자 폴 아마토는 실용주의에서 사랑을 거쳐 자기표현으로 바뀐 결혼의 의미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결혼은 사회적 요구에 의한 공식제도에서 가족을 위한 애정관계를 거쳐 개인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사적 계약으로 변했다.” 물론 여전히 결혼은 사랑과 애정의 결과이며 또한 가족은 거친 바깥 세상에서 돌아와 쉴 수 있는 쉼터로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우리는 결혼에서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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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자아를 발견하고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주의의 새로운 형태인 표현적 개인주의(expressive individualism)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표현적 개인주의는 개인의 특별함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자아의 발견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 안에는 진정한 당신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귀기울이는 존재가 있습니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하워드 서먼은 1980년 한 졸업식에서 표현주의적 자아의 핵심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당신과 똑같은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태어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입니다. … 만약 당신이 진정한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당신은 평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끄는 대로 살다가 끝내게 될 겁니다.”
최근에는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마이클 맥켄지가 자아의 근본적인 가치를 역설했습니다. “존재는 다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선하며, 어떤 근본적인 가치를 가집니다.” 종교적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의 의지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들은 신의 의지에 왜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서구 사회가 점점 세속화 되면서 “자아는 점점 더 강력한 가치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자기표현 역시 그 자체로 도덕적 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독창성이 도덕적 정의가 되면서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학자 에릭 클리넨버그는 말합니다. “배우자에게 불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이혼을 정당화할 다른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오늘날 상황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결혼이 만족을 주지 않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충실하라는 문화적 압력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결혼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표현을 위한 결혼이라는 개념은 또한 우리가 배우자와 맺을 수 있는 최적의 관계를 바꾸었습니다. 여성 잡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들을 생각해봅시다. 의사소통 연구자인 버지니아 키드에 따르면 1950년대만 하더라도 “사랑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60년대 중반부터 결혼에 있어 자기자신의 발전과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이 중요하다는 것이 강조되기 시작합니다. 한 연구는 1900년 부터 1979년 사이의 여성 잡지에 나타나는 충고에 “사랑은 희생이고 양보”라는 전통적 관점과 “사랑은 자기표현과 개인의 완성”이라는 자기표현적 관점을 조사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광란의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에 나타난 일시적 자기표현 분위기를 제하고는 자기표현적 관점이 장기적으로 점점 더 강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30년대와 40년대에 자기표현적 조언의 비율은 20-30퍼센트였지만 70년대에 이르러 그 비율은 70%에 달하게 됩니다.
2014년, 대학생들에게 인생의 동반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물은 한 연구에서 학생들은 전통적인 원만한 성격, 서로에 대한 헌신, 육체적 매력 같은 특징 외에도 상대를 훌륭하게 만드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동반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나를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인간이 되게 할 수 있는가를 꼽습니다.” 이 학생의 표현은 자기표현 시대의 핵심을 찌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수많은 가능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 혹은 최선의 모습이 아닌 보다 열등한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끌어내 줄 상대방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 핑켈의 신작 “도박으로써의 결혼: 최고의 결혼이란 무엇인가(The All-or-Nothing Marriage: How the Best Marriages Work)”에서 발췌 및 정리
(더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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