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의 건강과 국민의 건강 사이에는 다소 놀라운 상관관계가 존재합니다. 지금처럼 실업률이 낮고 경제 성장이 탄탄한 시기에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이 건강 증진에 기여하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로존 금융위기 직전인 2004~2007년과 위기 이후인 2007~2010년 유럽 국가들을 분석한 연구에서 실업률이 1%P 상승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이 0.5%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실업률과 사망률의 반비례 관계는 다른 시기에 유럽을 조사한 여러 연구 결과뿐 아니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자연히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고, 경제 성장을 통해 생활 수준 향상이 이뤄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경제 호황이 단순히 소득 증가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는 동시에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대기로 배출하죠. 실제로 경제 성장이 사망률 증가를 낳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기오염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커틀러와 웨이 후앙, UCLA의 아드리아나 엘레라스-무니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경제 성장이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사망원인의 2/3가 대기오염과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경 국가의 경우는 다릅니다. 미국 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간된 커틀러, 후앙, 엘레라스-무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경 국가에서는 경제가 성장할 때 사망률이 감소합니다. 실제로 미국 전체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던 1945년 이전만 해도 경제 성장은 사망률 증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경제학 학술지 <건강 경제학>에 실린 또 다른 연구도 대기오염을 주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드렉셀대학교의 호세 타피아와 미시간대학교의 에드워드 아오나이드가 최근 유럽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 실업률이 1%P 증가할 때마다 호흡기 질환 사망률이 1% 감소하고, 대기오염에 특히나 민감한 심혈관계질환 및 심장질환 사망률 또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트 3국, 스페인,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국가의 경우 2007~2010년 호흡기질환 사망률이 16%나 떨어졌습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하기 전 4년 동안 사망률이 3.2% 감소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이밖에도 경제 성장이 사망률을 부추기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산업재해 및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근로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 술과 담배 소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술, 담배는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죠. 또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운전을 많이 하므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집니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실업자들의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면서 충분한 수면과 운동, 건강한 식생활이 가능해집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률 증가는 실제로 비만 감소, 신체 활동 증가 및 식습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반면, 불황일 때 자살률은 상승합니다.
최근 들어 경제 호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덜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오염을 적게 유발하는 생산기술을 사용해서일 수도 있고, 환경오염에 민감한 환자들이 의료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더 건강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도로와 차량이 더욱 안전해지고, 술을 마시거나 기타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경기 호황은 사망률을 높이지만, 장기 호황은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일례로 1960년대와 197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 국민의 평균 수명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단기 불황기에는 기대수명이 늘어나지만, 대공황이나 최근 유로존 금융위기와 같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 불황은 오히려 기대수명을 줄입니다.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보았듯이 나라가 부유할수록 국민이 건강합니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특히 경제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느냐가 평생의 건강과 경제력을 좌우합니다. 경제 불황기에 대학을 졸업할 경우 10년 가까이 저소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제가 튼튼한 시기에 자란 사람들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기술을 배울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평생 지속되어 결국 장수로 이어집니다.
종합하자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이 우리의 건강과 생활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 호황이 사람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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