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인공자궁을 둘러싼 논쟁(1/2)

올해 초,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연구진은 인공자궁 기술로 인간의 경우 23주에서 24주의 태아에 해당하는 양(lamb)의 태아를 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3만 명의 아기들이 조산아로 태어납니다. 450g 정도 되는 조산아들의 생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생존 이후에도 폐질환이나 뇌성마비, 그리고 청각 및 시각의 문제를 겪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바로 이 시기의 아기들에게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구진들이 목표로 한 환자군이 극히 한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학자와 언론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논문이 발표되고 몇 주 동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다양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리하이 대학의 생명윤리학자 디나 데이비스는 NPR 과의 인터뷰에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언급하며 이 소설에 소개된 정부가 실험실에서 수정과 출산을 결정하는 “체외발생제도(ectogenesis)”를 이야기 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생명윤리학자 스콧 젤판드는 고용주가 여성 직원에게 출산휴가를 쓰지 못하도록 인공 자궁의 사용을 요구하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

영국의 잡지 뉴스테이츠먼은 “인공자궁 탄생 3년 전 – 여성은 이를 두려워해야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글의 저자는 인공자궁이 여성을 무용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한 페미니스트의 말을 전했습니다. 기즈모도는 이 기술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 보수적인 내셔널 리뷰 매거진은 기즈모도 기사의 저자가 “아기를 죽일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요구한다고 썼습니다.

기술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논의는 늘 필요한 것이지만, 이번 인공자궁 기술의 경우 그 토론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 혈관 기술, 합성 고무 튜브의 물리적 한계, 태아와 자궁의 복잡한 체액 교환, 오늘날의 첨단 기술로도 극복할 수 없는 조산아의 불안정한 미래 등은 일찍 세상에 나온 태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이야기되어야 하는 어려운 주제들입니다. 특히 종종 보이는 공상과학 수준의 논의 보다는 이미 현실에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앞에 두고 부모와 의사들이 답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윤리적 질문, 곧 낮은 생존률과 높은 장애 가능성을 가진 조산아에게 연명치료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는 다루어야 합니다.

이들 조산아의 낮은 생존률을 높이려 연구하는 연구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는 또다른 인공 자궁을 연구하는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이런 언론의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비록 필라델피아 아동병원과 미시간 대학 연구팀이 각자가 개발한 장비에 대해 항상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에는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곧 그들이 모두 현재 22주에서 24주인 조산아의 생존 월령한계를 더 낮추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연구팀의 교신저자이자 태아외과의인 알란 플레이크는 언론에 등장하는 윤리적 반발이 “우리 연구에 대한 임상적 의미나 과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생명윤리학자들에 대해 그는 “적어도 내게 전화를 걸어 조금이라도 대화를 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그러면 그런 선정적인 반대를 하기 전에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조금은 알았겠지요.”

생명윤리학자이자 법학자인 글렌 코헨은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생명윤리학자는 현실의 과학보다 더 앞선 미래, 곧 기술이 가리키는 방향과 그 결과를 미리 예견함으로써 과학계와 일반인, 정치인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생명윤리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연구가 불러 일으킨 여러 사고 실험들을 완전히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많은 과학자와 의사들은 사람들이 인공자궁 기술의 한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적어도 “멋진 신세계”를 두려워하건 기대하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실제 현실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필라델피아 연구팀의 논문에는 “인공자궁”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8주된 미숙한 양의 태아가 4주 동안 자신의 허파를 사용하지 않고 생존한 사실을 보인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장비를 “시스템” 혹은 “기기”로 표현했습니다.

논문에 실린 사진에서 양의 태아는 합성 아미노액이 든 밀폐된 비닐백에 들어 있어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기이하게 보입니다. 캐뉼라라 불리는 세 개의 관이 탯줄을 비닐백 외부의 산소발생장치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양에게서 나온 혈액은 산소발생장치로 들어가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후 다시 양에게 돌아갑니다.

지난 7월, 뉴욕 개리슨의 생명윤리학 연구소인 헤이스팅스 센터는 18주 된 태아가 인공자궁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담은 코헨의 보고서를 발간해 낙태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18주는 4개월이 갓 넘는 기간으로, 이때 태아는 200g 에 지나지 않습니다. 코헨은 이런 장치가 개발된다면 법원이 4개월 된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18주 된 태아를 필라델피아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로 살릴 수 있을가요? 플레이크는 23주된 태아와 18주된 태아 사이에는 크기와 발달 상태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작은 태아는 혈액을 밀어낼만큼 심장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태아의 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인공자궁의 튜브로 충분한 혈액을 밀어내지 못한다면, 혈액은 엉기게 됩니다. “그런 약한 혈압에 맞추어 작동할 수 있는 장비는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독일 RWTH 아헨공대에서 인공자궁을 연구하는 의공학자인 주타 아렌스는 혈압의 문제 외에도 작은 태아와 인공자궁을 연결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공자궁의 캐뉼라는 태아의 혈관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태아가 작을 수록 혈관 또한 작아집니다. 안정적인 연결을 위해서는 충분한 혈관 두께가 확보되어야합니다. “아기의 혈관 문제는 분명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독일의 연구팀 역시 임신 24주인 조산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23주나 22주 까지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더 아래로는 내려가기 힘들겁니다.”

성인이나 아이들의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기능을 대신해주는 유사한 기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기들은 장기간 사용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최후의 선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리고 있지만 제한적인 효과 만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플레이크가 조산아를 5주에서 6주 이상 인공자궁 내에 두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위험과 이득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18주 까지 가는 것은 위험이 너무 높아 이득을 완전히 상쇄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플레이크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데 지쳤다는 것을 느꼈지만 한 번 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공자궁이 언젠가 임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완전한 환상일 뿐입니다. 그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에요. 바보같은 소리입니다. 우리는 절대 위험이 없는 인공자궁을 만들 수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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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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