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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정보이론의 대가 안톤 차일링거 교수 인터뷰(2/2)

Q: 양자 순간이동과 양자 컴퓨터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양자 컴퓨터는 한 시스템의 양자상태를 다른 시스템의 양자상태에 기초해 바꾸는 범용 양자게이트를 필요로 합니다. 이는 기존 컴퓨터의 논리 게이트에 해당합니다. 순간이동은 이런 범용 양자게이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Q: 양자 컴퓨터 개념이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당신의 이 양자역학의 근간에 관한 연구가 무슨 쓸모 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했나요?
A: 나는 어떤 실용적인 쓰임새도 없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Q: 순전히 호기심때문에 연구한다고 말했다는 뜻인가요?
A: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죠. 선사시대에도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했습니다. 호기심이 없었다면 인간은 문명을 세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호기심이 과학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관점에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정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면, 우리는 그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어떤 기술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그런 연구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내 말은, 누가 스마트폰을 생각했을까요? 처음 컴퓨터가 개발될 때 누구도 언젠가 사람들이 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고 책 한권을 다 담아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미래기술을 생각하지만 보통 그것은 잘 맞지 않습니다. 1950년대 쓰여진 미래에 관한 글을 보면 대부분은 틀려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Q: 당신의 최근 연구 중에는 카나리 제도에서 얽힌 광자를 전송한 것이 있습니다. 이 실험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요?
A: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전송에 성공한 거리가 지상에서 위성까지의 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세계를 위성 양자통신으로 연결할 수 있음을 보인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택의 자유라는 벨 정리 증명 과정의 또다른 빈틈을 메꾼 것입니다. 이 틈은 처음 두 입자가 만들어질 때의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측정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충분히 논리적인 주장이며, 이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입자의 생성에 관한 정보가 도착하기 전에 그 입자의 특성 측정 방법을 미리 결정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약 150km 떨어진 라팔마와 테네리페 두 섬을 골랐습니다. 라팔마에서 우리는 두 광자를 만들어 그 중 하나의 광자를 테네리페로 보냈고, 테네리페에서 우리는 광자의 어느 방향 편광을 측정할 지를 광자가 도착하기 한 참 전에 결정했습니다.

Q: 당신이 말하는 ‘한 참’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여기서 말하는 한 참은 현대 전자공학에서의 한 참입니다. 위 실험에서 광자가 테네리페에 도착하는데에는 약 0.5ms 가 걸립니다. 따라서 광자가 도착하기 수십 us 전에 이를 결정한다면 우리는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라팔마의 다른 광자 하나는 광섬유 꾸러미에 가뒀다가 다시 한 참 뒤에 측정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측정을 할 것인지는 광자가 생성되는 그 순간에 1마일 떨어진 다른 곳의 랜덤-넘버 생성기를 이용해 결정합니다. 즉, 두 사건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Q: 그럼 당신은 그 빈틈을 채운 건가요?
A: 그 빈틈은 채워진 것이죠. 다음 목표는 모든 빈틈을 한 번에 채우는 확실한 실험입니다. 이를 통해 완벽하게 안전한 양자암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빈틈이 있다면 도청자가 그 틈으로 숨을 수 있고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정보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벨 정리를 모든 빈틈을 채운 상태로 증명한다면 양자암호가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실험은 실용적인 의미가 있죠.

Q: 당신의 작업이 철학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양자 상태는 측정 결과를 의미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며 또한 미래의 측정 결과를 예측하게 해줍니다. 즉,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보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종종 양자이론은 정보이론이며 현실과 정보의 구분은 인공적인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는 현실이 결국 내가 다루는 정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는 현실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즉, 현실과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Q: 철학자들 중에 당신 연구의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있었나요?
A: 나는 철학자를 초청해 그들의 직관을 바꾸게될 우리 실험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 이들은 소박실재주의자(naive realist)가 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실재주의자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묻지요. “왜 그렇게 실재론에 매달리나요? 당신이 가진 기본 개념을 분석해보면 그것이 당신의 생각보다 얼마나 반직관적인지를 알 수 있을겁니다.” 때로 이런 대답이 옵니다. “맞아요, 하지만 나는 실재를 묘사하고 싶어요.” 나는 말하죠. “나 역시 실재를 묘사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관찰 결과의 실재를 묘사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나요? 왜 관찰결과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숨은 실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에 만족스런 대답을 얻은 적은 없네요.

Q: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가장 매혹적인 과학적 질문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A: 지금 내게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다음 이론을 생각해낼 것인가입니다. 나는 양자역학이 언젠가는 더 심오한 이론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물리학의 역사에서 우리는 언제나 더 심오한 이론을 발견해왔습니다. 심오한 이론은 처음에는 기존 이론보다 직관적이지 않지만 점점 더 익숙하게 됩니다. 시간이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을 보인 상대성이론과 뉴턴 역학의 시공간을 봅시다. 새로운 이론은 내가 실험을 계속하는 동기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위해 가능한한 자세하게 모든 것을 분해하고 있습니다.

Q: 평생을 양자역학에 보낸 사람으로서 부조리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나요?
A: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덜 놀란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나는 다른이보다 예측불가능성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실에 학생이 처음 들어오면 그들은 어둠 속에서 헤매며 무엇을 해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두 세달이 지나고 단계를 밟아가며 양자 역학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가지게 되지요.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죠.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매우 흥미로운 물리학이 그 밑바탕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 또한 중요합니다. 양자 실험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실험 장비를 어떻게 가지고 놀 수 있을지를 배우게 됩니다.

Q: 달라이 라마에게 양자역학의 기본을 가르친 적이 있지요. 어땠나요? 그는 잘 이해했나요?
A: 그는 명확한 과학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우 분석적이고 매우 정확했습니다. 나는 중첩의 원리와 얽힘, 그리고 측정의 임의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항상 제대로된 질문을 물었지요. 나는 그를 개별 원자를 가둘 수 있는 이온 트랩이 있어 원자 하나를 관찰할 수 있는 인스브룩의 실험실에 초대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원자들을 믿지 않았기에 나는 그에게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흥미롭게도 그가 실험실에 왔을 때 기계가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Q: 달라이 라마의 불교는 무한한 인과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양자 사건의 임의적 특성을 설명했을 때 그는 뭐라고 답했나요?
A: 그는 그 부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했지요. “잘 살펴보세요. 분명 원인이 있을겁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말을 했지요. “만약 당신의 말이 사실이고 우리를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을 바꿔야 겠네요.” 보통의 종교는 가지지 못한 유연함이죠.

Q: 당신은 양자 세계의 임의성이 불편하지 않나요?
A: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나는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세상이라는 실재가 더 열린 세상이라는 점에서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더 풍부하지요. 나는 이 세상이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개별적 양자 사건이 가진 임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어떠한 힘도 가지고 있지 못하지요. 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죠.

Q: 당신은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양자역학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왜그런가요?
A: 우리 뇌는 우리의 지적 활동에 맞춰 개발됩니다. 아이들에게 양자역학의 기초를 알려준다면,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개인을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들 권한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는 나중에 더 행복해질까요? 불행해질까요?

Q: 당신은 양자역학을 이해해서 더 행복한가요?
A: 물론입니다. 나는 내가 이런 질문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매우 커다란 특권이라고 여깁니다.

1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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