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차일링거는 반도체 대신 원자 하나를 사용하는 양자 컴퓨터를 상상합니다. 이 기계는 물질을 정보로 바꾸어 순간이동 시킬 수 있는 환상적인 기능 또한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차일링거에게 이는 그저 환상이 아닙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분야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배운 것입니다. 이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는 자신의 평생을 양자역학의 신비와 관련된 연구에 바쳤습니다. 고전 뉴턴 물리학은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매우 잘 설명하지만, 원자와 쿼크의 영역인 양자 세상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양자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양자역학이지만, 이 이론은 너무나 기묘해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특히 반대한 개념은 두 입자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얽혀있음을 나타내는 개념인 “양자얽힘”으로, 그는 이 현상이 실험으로 증명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차일링거는 일련의 실험에 점점 더 교묘한 트릭을 추가하며 이를 증명해 왔습니다. 그에게 얽힘 현상은 과학적 흥미만이 아닌 유용한 도구입니다. 빛의 기본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그는 다수의 입자가 얽힐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향한 중요한 전진을 이뤄냈습니다. 그는 또한 완벽한 암호인 양자암호의 기반이 되는, 한 입자의 성질이 다른 입자에게 옮겨가는 양자 순간이동 현상을 최초로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비엔나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며 오스트리아 과학원의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 연구소의 과학소장을 맡고 있는 차일링거는 영국 물리학회가 수여하는 첫 번째 뉴턴 메달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물리 분야 울프 상을 받았습니다. 디스커버의 편집자 에릭 파웰이 뉴욕을 방문중인 차일링거를 만났습니다.
Q: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된 배경이 있나요?
A: 나는 2차 대전 이후 매우 가난했던 오스트리아에서 자랐습니다. 우리는 소비에트 지역에서 살았는데 집을 가진 이가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성의 3층을 할당받았습니다. 커다란 방이 있었고 나는 창밖을 내다보기를 좋아했지요. 그래서 부모님은 창문 위에 막대를 설치하고 안장을 매달아두었습니다. 나는 몇 시간이고 거기에 앉아 창밖의 사람들과 소를 쳐다보았지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성의 창가에 매달려있던 이상한 아이를 기억합니다.
Q: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군요.
A: 나는 모든 것을 분해했습니다. 여동생의 인형 같은 것들 말이에요. 팔과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위해 몸통에서 분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원래대로 해놓지는 못했어요. 학창시절에 아주 훌륭한 물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상대성 이론의 기본을 가르쳐 주었고 당시에 우리는 그걸 이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압니다. 대학 때 양자역학을 책으로 혼자 공부했고, 양자역학이 가진 수학적 아름다움에 깊이 빠졌습니다.
Q: 양자얽힘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A: 70년대 후반 MIT를 방문했을 때 나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면서 사고실험을 통해 양자얽힘을 처음 제안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EPR)의 1935년 논문을 읽었습니다. 아인슈타인과 저자들은 얽힘현상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있을 때 한 입자의 성질을 측정함으로써 다른 입자의 성질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결과가 한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을 보인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를 위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두 이론이 충돌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Q: 양자역학에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말인가요?
A: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 것이죠. 그들은 물리학이란 우리의 측정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어떤 실재에 대한 것이어야한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이 견해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Q: 어떻게 그걸 알게 되었나요?
A: 양자얽힘 현상을 연구한 물리학자 존 벨 덕분이지요. 벨은 벨의 정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이 국소적 실재주의(local realism)라 부른 가정에 기반해 제안했던 사고실험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실험과 이에 기반이 되는 수학적 증명을 만들었습니다. 국소적 실재주의에서는 한 입자가 관찰과 무관하게 자신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또 어떤 정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파될 수 없습니다. 이는 측정이 입자의 상태를 바꾸며 이 변화가 빛보다 빠르게 일어난다고 말하는 양자역학과 충돌하는 것입니다. 벨은 이 두 주장 중 무엇이 옳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제안한 것입니다. 하지만 벨이 이를 제안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소적 실재주의와 양자역학 중 무엇이 옳은지를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Q: 그리고 당신이 실험실에서 얽힌 입자들을 이용해 벨의 정리를 확인한 것이군요. 어떤 결론을 얻었나요?
A: 국소적 실재주의가 틀렸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당신이 얽힌 광자를 이용해 실험한다고 해봅시다. 두 얽힌 광자 중 하나의 편광 – 파장의 방향을 말합니다 – 이 수평이라고 측정이 될 경우 다른 하나 역시 수평 상태에 있게 됩니다. 이는 두 광자가 처음부터 수평방향 편광을 가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실험으로 이 사실을 보였습니다. 두 입자를 동시에 보건, 아주 멀리 떨어뜨려놓고 보건, 순서대로 보건 그 결과는 똑같습니다. 마치 양자역학은 시공간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Q: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말인가요?
A: 아직은 벨의 정리에 대한 실험의 결과를 국소적 실재주의로도 설명이 가능하게 만드는 몇 가지 기술적 빈틈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한 실험에서 모든 입자를 측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모든 입자들을 측정했을 때 그 입자들 중 몇몇이 양자역학을 위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연이 우리로 하여금 양자역학을 만족시키는 입자들만을 교묘하게 측정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그런 다른 입자들을 측정하게 된다면 국소적 실재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빈틈을 모두 메꿔가는 중이며 이는 양자기술을 현실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Q: 당신은 다니엘 그린버그와 같이 80년대 얽힌 입자들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A: 다니엘은 내가 주선한 풀브라이트 지원금을 받고 비엔나로 왔습니다.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아침을 기억합니다. “무슨 일을 할까요?” 우리는 곧 두 사람이 모두 벨의 정리를 새로운 영역에서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셋 이상의 입자들이 얽힐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지요.
Q: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실험이군요.
A: 둘 보다 더 많은 입자를 얽히게 하는 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실험입니다. 물론 방법을 알고나면 너무나 쉽지요. 사람들은 광자 두 개로 실험합니다. 세 개는 왜 안되겠어요? 우리는 이론적으로는 이런 다입자 얽힘상태가 과거에 제안되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 중에는 오늘날 그린버그-혼-차차차일링거의 이름을 따서 GHZ 상태라 불리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이를 실험실에서 확인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장비가 없었습니다. 당시의 광원과 측정장치 모두 다입자 얽힘을 관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지요. 수많은 일을 해야 했습니다.
Q: 어떻게 실험을 성공하게 되었나요?
A: 여기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각각 서로 얽힌 두 쌍, 곧 네 개의 광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얽힌 두 개의 광자 쌍에서 각각 하나 씩을 측정장치로 보냅니다. 측정장치는 도착한 광자가 어느 쌍에서 왔는지 알수 없도록 만든 다음 두 광자 중 하나를 측정합니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이제 나머지 세 광자는 서로 얽혀있게 됩니다.
Q: 다입자 얽힘 상태를 만드는 실험 중, 당신은 한 입자의 상태를 다른 입자로 보내는, 곧 순간이동에 가까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A: 거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1993년 어떤 이론물리학자들은 양자 순간이동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임의의 먼 곳에 있는 한 입자의 상태를 다른 곳에 있는 입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처음 그 논문을 읽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전형적인 이론물리학자들의 생각이군. 이런 실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단말이지.”
Q: 그 이론물리학자들의 제안 내용은 정확하게 어떤 것인가요?
A: 간단한 사고실험입니다. 서로 얽힌 입자 쌍들을 미리 나눠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려 하는 두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보통 이들을 앨리스와 밥이라 부릅니다. 앨리스는 한 양자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는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앨리스는 이 정보를 밥에게 보내고싶어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통신상태가 너무 나빠 그 양자상태를 직접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냥 보낼 경우 다른 환경에 의해 그 상태가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앨리스가 원래 나눠가지고 있던 얽힌 입자 하나에 보내려하는 양자상태를 얽히게 만들 경우, 밥이 가지고 있던, 앨리스가 조작한 입자와 쌍이었던 얽힌 입자로 앨리스가 가지고 있던 양자상태가 옮겨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정말 기발한 생각이지만 이를 실험으로 보일 방법은 없었지요.
하지만 다입자 얽힘 상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 양자 순간이동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일이지요. 순간이동을 위해서는 두 얽힌 광자를 준비한 후 이 중 하나를 다른 세 번째 광자와 얽히게 만들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양자정보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이 실험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디스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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