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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진화(2/3)

하지만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그리고 아직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인류의 유전자 유산은 지금도 유럽인과 아시아인 속에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평균 1~4%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가 아니므로 전체 인류로 따지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약 20%가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이며,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가 유럽에서 살아남는 데 어떤 이득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다른 인종과의 교배는 실제로 그 환경에서 자연 선택 과정을 통해 특정한 특성을 진화시키는 것보다 해당 환경에 유용한 유전자를 얻는 훨씬 빠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 때 백신을 미리 맞아 면역력을 높이는 것처럼 네안데르탈인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우리 면역 체계를 강화시켰을 수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많은 것들이 피부와 머리카락에 포함된 단백질인 케라틴과 관계가 있습니다. 케라틴은 곡류에 포함되어 있고, 염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네안데르탈인의 머리카락 색은 분명 빨간색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차이는 우리 현생 인류에게 성적인 신호로 작용했을 수 있고, 그들의 더 거친 피부 역시 더 춥고 더 어두운 유럽의 환경에 어떤 이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유익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유전자들은 크론병에 취약하며, 방광 질환과 2종 당뇨병, 우울증 등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와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방을 대사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어 비만의 위험을 높였으며 담배에 중독되기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위의 질병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이 질병과 관계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는 이런 유전자를 수천 세대 동안 계속 유지하게 되었을까요?

이는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하는 기간 동안 그 유전자들이 유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 혹은 초기 농경 시기에 우리는 종종 기아의 위험을 겪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당뇨병의 위험을 주는 유전자가 기아의 상황에서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것이 풍족해진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고열량 음식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숨은 위험을 통해 이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서서히 인간의 유전자 풀에서 사라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우울증과 탐식 유전자를 우리에게 남겼다면, 또 다른 고대 인류는 오늘날 파푸아뉴기니 등지에 사는 멜라네시아인들에게 유용한 유전자를 남겼습니다. 현대 유럽인과 아시아인이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하던 무렵, 멜라네시아인들의 조상은 우리가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는 데니소바인과 교배했습니다.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낮은 산소 농도에서의 신체 반응을 변화시켜 멜라네시아인들이 고도가 높은 곳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떤 유전학자들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인종이 전 세계 여러 인류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고대 인류와의 교배는 분명 오늘날 현대 인류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는 런던 출신이지만, 다른 영국 여자들보다 피부색이 조금 더 어두운 편이며, 이는 내 아버지가 원래 동유럽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류는 전 세계 각 지역에서 그 환경에 맞게 이렇게 매우 미묘한 피부색의 차이, 얼굴의 형태, 머리카락 등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다른 인종과 지난 3만2천 년 동안 교배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외모는 중국의 한족이나 아프리카 반투족과 매우 다르지만, 유전적으로 보면 사실 우리는 극히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현대 인류 두 명의 유전자 차이는 침팬지 두 마리의 유전자 차이보다 훨씬 작습니다.

현대 인류가 이렇게 유사한 것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우리가 수백 가족으로 줄어들 정도의 멸종 위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하기에는 시작이 너무 동일한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지리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증가시켜 왔습니다. 분리된 집단에서 작은 유전적, 문화적 차이의 효과는 확대되기 마련이며, 5만 년 전 우리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후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내 유전자 분석 결과, 나의 하플로그룹(haplogroup)은 H4a입니다. 하플로그룹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를 의미하며, 이는 모계를 따라 유전되므로 이론적으로 아프리카 최초의 인류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H4a는 유럽인과 서아시아인들에게 많이 발견됩니다. 유전자 분석회사는 내가 워런 버핏과 같은 그룹에 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돌연변이가 어떤 경로로 내게 유럽인의 특징을 전해주게 된 것인지 알아보고자 나는 다른 연구자를 찾았습니다.

“나는 러시아 사람 한 명, 유카기르족 한 명, 그리고 개들, 총, 덫, 음식 약간과 차 조금만을 가지고 헬기에서 내렸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인,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지역에서 음식과 모피를 구하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에스케 윌러슬레브는 20대에 6개월을 시베리아에서 덫 사냥꾼으로 살았습니다. 그의 쌍둥이 동생인 레인도 그와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들이 10대일 때 부친은 종종 그들을 스칸디나비아 북쪽 라플란드 야생 지역에서 스스로 몇 주 동안 살아남도록 훈련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들은 툰드라 극지와 그곳 사람들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마침내 더 오랜 시간 동안의 모험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환경은 훨씬 더 열악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 같은 것이죠. 하지만 내가 겪은 일 중 가장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두 형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두 사람은 지난 5만 년 동안 극지에서의 생존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에스케는 유전학을 공부했고, 고대 유전자 분석 연구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의 지리유전센터(Center for GeoGenetics) 센터장인 그는 70만 년 전 말의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가장 오래된 유전자 분석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그린란드에 살았던 4천 년 전 사카크 인의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최초로 고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계속 분석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초기 인류가 유럽과 그 너머로 이주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습니다. 에스케는 나의 조상에 대해 어떤 사실을 말해줄 수 있는 최적임자입니다.

하지만 나는 먼저 그의 쌍둥이인 레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는 인문학을 선택했고 문화인류학을 전공했으며 아르하우스 대학의 교수로 있습니다. 그는 에스케의 유전학적 접근이 내가 가진 질문에 모든 답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물학과 문화 사이의 관계는 절대 원만하지 않습니다. 자연과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이 과거에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가설이 공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설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그들의 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전혀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나는 에스케를 만나러 갔습니다. 식물원 1층에 있는 그의 유쾌한 사무실은 작은 해자가 딸린 성의 맞은편에 있었고, 과학자가 일하기에 이보다 더 나은 공간은 없을 듯했습니다. 레인과 헤어진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쌍둥이인 에스케를 만나 인사하는 건 어딘가 어색한 면이 있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육체적으로 동일합니다. 오랜 시간 뒤에 그들이 남긴 유전자로 그들을 추적한다면,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아마 그들이 두 명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것입니다.

에스케는 문화적 관점의 증거를 모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고고학자와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알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몇몇 지역에서 동일한 유물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유물은 이를 만든 이들이 여기 살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저 교환을 통해 이를 얻었다는 뜻일까? 그리고 아주 비슷한 유물을 발견했을 때는 이런 질문이 제기됩니다. 이들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비슷한 문화를 발전시켰을까? 아니면 서로 만났던 것일까?”

“예를 들어, 한 이론은 수천 년 전 아메리카에서 동시대 유럽의 석기와 비슷한 석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아메리카를 처음 밟은 이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대서양을 건넌 유럽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리는 이 석기가 수렴 진화의 결과이며, 이 석기를 사용한 이들이 유럽인과 무관한 이들이었음을 밝혔습니다. 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이었습니다. 적어도 이동의 문제, 곧 사람들이 이곳에 직접 왔을지, 아니면 그저 문화가 전달되었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서 유전학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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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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