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회원국에게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 살인자”라 불리는 패혈증(sepsis)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만들 것을 권고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예측치로도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전세계에서 매년 600만명에 이르며 이는 담배가 끼치는 해악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영국에서만 패혈증은 매년 44,000 명의 사망자를 내며 이는 방광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더한 숫자보다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는 영국 국민 중 44%가 패혈증을 들어보지 못했고 이 병이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패혈증은 어떤 질병이며, 왜 우리는 아직 이 병에 대해 이렇게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패혈증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정의는 이 병을 감염에 의한 인체의 반응이 장기의 기능장애를 가져온 상황으로 정의합니다. “패혈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마취 및 중환자실 교수이며 영국국립보건원(NIHR)에서 패혈증을 연구하는 앤터니 고든의 말입니다. “신체의 면역 반응이 감염 때문에 억눌리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많은 염증 때문에 기능장애가 생기는 것입니다. 어쩌면 트라우마나 초기 감염에 대한 대응 과정에 의해 면역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는 면역억제(immunosuppressed) 상태가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감염의 종류에 따라 패혈증은 어떤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증상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뇌가 영향을 받게되면 의식장애에 걸리고, 폐의 경우 호흡곤란을 겪게 됩니다. 아주 어린 아이나 노인들이 특히 취약하며, 다른 병을 가지고 있었을때도 그렇습니다. 1980년대 질병 기록과 사망 증명서를 통해 이루어진 한 연구는 입양아가 감염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양부모와는 무관했지만 친부모의 감염에 의한 사망 가능성과는 관계가 있음을 보였습니다.
패혈증은 항생제를 초기에 처방함으로써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 패혈증 환자의 생존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오늘날 매년 3천만 명이 패혈증에 걸린다는 사실에서 의사들은 세균들의 항생제 내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세균들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용한 항생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여러 통계에도 불구하고 패혈증은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이는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이 정확히 집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는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중 40%만이 사망원인에 패혈증이 기록된다고 말합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패혈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퇴원하곤 합니다.” 영국 패혈증 재단 론 다니엘스의 말입니다. “가슴의 통증으로 입원한 후 여러 장기가 망가져 중환자실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그들은 자신이 폐렴에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용어 때문입니다. 패혈증(sepsis)은 그리스어 어원을 가지고 있고 수 천 년 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의학계는 1991년 까지도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때문에 blood poisoning, septicemia (역주: 우리 말로는 모두 패혈증) 등의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이 병을 잘 몰랐습니다. 패혈증은 2차 진료 환경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이었음에도 이를 개선하기위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고 더 나은 대응방안을 찾지도 못했습니다.”
뒤늦게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국국가보건서비스(NHS)는 일반 의원(GP)에 패혈증 가능성을 자동으로 경고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모든 의료진들에게 패혈증을 고려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구급차는 심장병이나 뇌졸중처럼, 패혈증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에도 미리 병원에 이 사실을 알립니다. 패혈증에 대응을 잘 한 병원에는 추가적인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이제 패혈증 환자를 더 조기에 발견하며, 항생제 처방 수준도 올라갔습니다.”
그 결과 중환자실에 들어오는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지난 10년 동안 35%에서 27%로 낮아졌습니다. 이 수치를 더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진을 교육하고 매우 미묘한 조기증상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모든 변화는 의료진이 패혈증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항상 염두에 둘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적절한 항생제를 쓸 수 있도록 감염을 일으킨 병균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기존의 업계 표준 방식은 48시간에서 72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세균을 배양하는 새로운 기술들은 진단 시간을 한 두 시간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차이입니다.
또한 유전자 표현형 차원에서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정 신체의 감염 및 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고든의 말입니다. “과도한 염증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염증 반응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면역억제 상태라면, 우리는 면역 시스템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모든 패혈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패혈증은 그 자체로 목숨이 위험한 질병이며 항생제를 쓴다 하더라도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망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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