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다섯가지 오해

지난 달,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질환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짧은 머리핀 구조가 등간격으로 반복된 군집구조)기술로 치료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들이 치료한 병은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질환인 거대심근증으로 500 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흔한 유전자 질환입니다.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기술은 오해와 과장을 불러일으키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래에 CRISPR 에 대한 오해 다섯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오해 1. CRISPR은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다.

2016년 2월, 비영리 언론 마더 존스는 “눈앞에 다가온 맞춤형 아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CRISPR 기술을 비판했습니다. 지난 달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역시 유전자 기반의 “맞춤형 아기”가 곧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키우려 노력하는 오늘날의 부모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CRISPR이 이런 기술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아직 그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같은 천재나 시몬 바일스같은 극도의 유연성을 가진 아기를 만들지 못합니다. 이는 이런 특성이 하나의 유전자를 바꾸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체와 뇌는 유전자와 환경의 조합, 곧 본성과 양육의 조합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름다움과 운동능력, 음악적 능력은 하나의 유전자로 결정되지 않으며, 여러 유전자와 생활 습관, 환경 요인 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자질”입니다. 지능은 특히 그렇습니다. 쌍둥이와 입양아를 대상으로한 연구는 지능의 약 50%만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해 2. CRISPR은 유전적 문제를 가진 부모의 유일한 희망이다.

유전자 연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유전학 해설 프로젝트(The Genetic Literacy Project)는 올해 “아이가 유전병을 가질까봐 걱정했던 부모들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바로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라고 썼습니다. 호주의 한 신문 역시 지난 달 CRISPR 에 대해 아래와 같은 기사를 썼습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과학이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다.”

CRISPR이 분명 유전자의 오류를 제거하고 어떤 부모들에게 유전자 질환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자 편집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체외수정을 통한 수정란 중 건강한 배아를 선택하는 ‘착상전 유전자 검사 기술’은 이 분야에서 수십 년째 쓰이고 있습니다. 유전자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을 해결하기위해 1991년 시작된 이 기술은 유전자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진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물론 CRISPR은 체외수정 과정에서 충분히 건강하지 못한 배아를 가진 부모에게 다시 한 번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네이처에 실린 연구논문은 여전히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유전자 질환 문제의 경우 체외수정을 통한 배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계속해서 표준적인 해결책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해 3. CRISPR은 곧 널리 퍼질 것이다.

“나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CRISPR이 유전자 질환을 치료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이 기술을 개발한 이 중의 한 명인 제니퍼 두드나가 한 말입니다. 시카고 트리뷴 역시 2016년 4월, 논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과학자들은 유전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으며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들을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1996년 정부 연구비로 인간 배아를 만들고 파괴하고 버리는 일을 금지한 인간 배아 연구 금지령이 발효되었습니다. 최근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한 연구는 대학이나 재단의 금액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부 자금 없이는 연구 속도는 그리 빠르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하나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 다음 실험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의 경우 비록 다수의 태아가 유전자 치료에 성공했지만 실패한 비율도 1/4 이상입니다. CRISPR에 대한 다른 우려는 이 기술이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서 의도치 않은 다른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ㄴ디ㅏ. 바로 CRISPR이 어떤 세포에서는 작동하지만 다른 세포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오발(off-target)”이나 “모자이크 현상”입니다.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합니다.

오해 4. CRISPR은 유전자 질환 없는 미래를 약속한다.

“CRISPR의 인기는 특정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해 인간에게서 유전질환을 없앨 수 있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2015년 12월 바이스(Vice)는 이렇게 썼습니다. 최근 와이어드(Wired)는 이렇게 말했지요. “CRISPR은 언젠가 모든 유전자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무척 듣기 좋은 말이지만 사실 모든 유전자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모든 유전자 질환이 유전자 하나의 문제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 질환 중 약 10,000 개는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유전적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다른 수천 개의 유전자 질환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유전자 질환은 새로운 “신생(de novo)”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암이 좋은 예입니다. 어떤 암은 유전에 의한 것이지만, 유전이 아닌 다른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나 외부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암이 있습니다. 유전자 질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중요한 목표이지만 단순히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보다 월씬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오해 5. CRISPR은 언젠가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진보는 이 과정의 비용을 낮추었고 어떤 이는 이를 대중적 CRISPR이 등장할 전조로 보고 있습니다. 2015년 한 신문은 “저렴하고 쉬워진 유전자 편집”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마추어가 CRISPR 기술을 이용해 “가내 유전자 편집”을 “싸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CRISPR은 분명 예전보다는 저렴해졌을 것이지만, 여전히 가까운 미래에 모든 부모가 이 기술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유전자 기술은 매우 값비싼 기술입니다. 이 비용에는 소모품 외에도 의사의 시간, 노동, 그리고 장비의 유지비도 포함되며, 종종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합니다. 출산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알고 싶다면 체외수정의 비용을 보면 됩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한 번의 체외수정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약 850만원($7,500) 정도입니다. 보험회사가 CRISPR에 돈을 지불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체외수정을 포함하는 보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CRISPR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CRISPR이 안전한 배아 유전자 편집 기술로 자리잡고 나면 이 기술은 부유한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유전자 질환을 빈곤의 질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극심한 빈부격차를 볼 때 스탯뉴스의 짐 코즈벡이 “CRISPR은 이 기술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가장 부유한 이들에게만 유용할 것이다”라며 보인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미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나 역사적 사례, 본보기가 있다면 어떤 게…

9 시간 ago

[뉴페@스프] “돈 때문이 아니다” 최고 부자들이 트럼프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는 이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인선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인물도 다수 지명된…

3 일 ago

[뉴페@스프] “레드라인 순식간에 넘었다”… 삐삐 폭탄이 다시 불러온 ‘공포의 계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