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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와 90세를 똑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매년 여름 이맘때가 되면 병원 소아과는 개학을 앞두고 예방접종을 하는 아이들로 붐빕니다.

아이가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안에 나와 있습니다. 예방접종 기준표는 아이를 위한 것과 어른을 위한 것 두 종류가 있으며 각각 나이에 따른 생물학적 발달 정도와 사회적 행동 양식에 맞는 소구간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표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또한 오늘날 우리 의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18세까지 총 17개 소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는 일리가 있습니다. 6개월 된 아이는 아직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으며 여덟 살 아이보다 체중도 훨씬 작을뿐더러 10대 청소년에 비해 다른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도 않습니다. 성인의 기준은 다섯 개 소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두 연령대인 80~90세, 그리고 100세 이상이 모두 65세 이상이라는 하나의 그룹에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마치 거의 반세기 동안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사람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사실이 이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10대와 갓난아기를, 젊은이와 중년의 부부를 구분하는 것처럼 70세 노인과 그들보다 한 세대 앞선 90세 노인도 우리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젊은 노인’과 ‘나이 든 노인’ 두 그룹은 외모뿐만 아니라 하루를 보내는 방식 역시 전혀 다르며 생물학적으로도 다릅니다. 즉, 우리는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 4,700만 명에게 그들에게 딱 맞는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라 부르는 현상 때문에 면역력은 약해집니다. 만성 질환도 신체가 전염성 병균과 싸우는 힘을 약화시킵니다. 이 때문에 나이든 이들은 감염에 취약하며, 곧 병에 걸리기 쉽고 입원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사망에 이를 확률도 더 높습니다.

예방접종 효과도 약해집니다. 예를 들어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을 맞은 노인이 만드는 항체는 덜 효과적이며 따라서 백신의 효과 또한 오래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인은 백신의 양을 달리하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평균 수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우리는 노인에게 충분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65세 노인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1회 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효과가 질병 위험도가 50% 이상인 85세 이상 노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면역력 유지를 위해 부스터를 맞는 것처럼 노인들도 그럴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방접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나이도 있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모든 이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매년 권하고 있지만, 나이가 아주 많은 이들과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쩌면 예방주사가 그저 고통과 불편함만을 안겨주는 일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65세 이상 인구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예방접종에 대한 기준도 다른 모든 의학적 결정이 그렇듯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노화의 속도와 범위는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며, 특히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시력은 멀쩡하지만, 청력이 약해질 수도 있으며, 심장은 튼튼하지만, 관절염으로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다양성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커집니다.

70대까지,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서도 ‘노인’이 아닌 중년의 건강을 유지하는 운 좋은 이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난이나 인종적 편견, 질병이나 감옥 생활 같은 스트레스 요인들은 노화를 가속하며, 50대에 이미 자신보다 20~30살은 더 많은 노인과 같은 세포 변화와 만성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개인 간의 노화 차이가 면역이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뇨기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 연약한 노인들에게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영구적인 기능 장애, 나아가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급성 골수 백혈병에 대한 치료 효과 또한 노인들에게는 크지 않습니다. 신장, 심장, 피부와 다른 기관들의 노화는 노인들이 화학요법과 방사능 요법을 견디는 능력을 약하게 만듭니다. 간단히 말해 노인들의 위험편익비(risk-benefit ratio)는 전혀 다릅니다. 가장 늙고 약한 이들은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처치를 받을 때 그 이익을 보기 전에 이미 큰 피해를 보는 겁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노인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노인의 특징을 고려해 개발되는 치료법은 많지 않으며, 임상 연구에서도 노인은 종종 제외됩니다. 어떤 경우 그들은 그저 나이 때문에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에 흔한 질병을 앓고 있으므로 제외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연구 결과는 대개 이렇게 부족한 연구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에게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노인들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지가 연구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많은 노인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인생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런 제 주장이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는 모든 사람 중에 어떤 이들이 다른 어떤 이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이들이 중요하며, 그들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를 위해 쓸 연구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는 이미 노인들에게, 효과가 의심스럽고 어쩌면 더 해로울 수도 있는 치료법을 위해 수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 돈은 더 효율적인 치료에 쓰일 수 있습니다.

20세기, 우리는 백신을 이용해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습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노인의 인구가 어린이의 인구를 앞지른 21세기를 맞아 우리는 노인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예방접종 권고안의 부족한 점을 수정하고 의료 시스템을 평등한 시스템으로 바꾸게 만들 두 가지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사람들을 나이를 기준으로 나누어야 할 때, 예전처럼 그저 아이와 어른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거기에 노인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여성과 소수자와 마찬가지로 노인 역시 임상시험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면 됩니다.

인생은 3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의료 시스템도 이 사실이 반영해야 할 때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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