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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 법안” 부결의 주역, 공화당 내 왕따를 자처한 여성 의원들

80년대 영화 클라이막스 부분의 박수 장면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틴울프”에서처럼 경기 종료 직전 약자가 넣은 공이 바스켓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는 장면, 그리고 “루디”에서처럼 몇 번을 보아도 관객을 울리는 “느린 박수” 장면이 있죠. 두 종류 모두 관객에게는 흥분과 승리감을 안겨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첫 번째 타입이 약자가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는 스토리의 끝에 온다면, 두 번째 타입은 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던 주인공이 비로소 동료들의 인정을 받게 되는 장면입니다.

지난 주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내용의 “스키니 법안”이 상원에서 표결에 붙여졌을 때, 존 맥케인 의원의 극적인 반대표는 첫 번째 타입의 박수에 딱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맥케인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서서 엄지손가락을 내린 순간 실제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죠.

그러나 오바마케어 폐지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온건파 공화당원인 수잔 콜린스 의원(메인 주)과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알래스카 주)이 오바마케어 폐지 반대를 위해 수개월 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난 금요일의 표결은 마침내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장면이었다는 사실을요. 맥케인에게 쏟아진 “환호성”이 어울리는 장면이라기보다, 사실 두 의원이 “느린 박수”를 받아야 할 장면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콜린스와 머코우스키는 같은 당 동료 의원들과의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굳건히 고수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보수성향 네티즌과  라디오 진행자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 상에서 머코우스키를 직접 언급하며 공격 멘션을 날렸고, 내무부 장관을 통해 전화를 걸어 “스키니 법안에 계속 반대한다면 알래스카의 미래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압력 행사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의원들만 반발의 목소리를 냈을 뿐, 머코우스키를 보호하고자 나서는 단합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이런 상황에서도 3선 상원의원인 머코우스키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한 CNN 진행자에 따르면 내무부 장관이 협박성 전화를 걸어왔을 때도 머코우스키는 “내가 내무부 예산권을 쥔 사람인데 내무부 장관이 나를 괴롭히면 되겠냐”며 태연하게 대응했다고 합니다.

텍사스 주에 지역구를 둔 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동부 지역 여성 상원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스키니 법안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여자가 아니라) 남부 텍사스 출신의 남자였다면 아론 버(Aaron Burr) 스타일로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다.” 며칠 후 콜린스 의원은 동료 의원과의 대화에서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른 채 “저한테 결투 신청한 사람 보셨어요? 이렇게 매정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 볼품없는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라고 말했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과했습니다.

지금까지 공화당은 다양한 방식으로 오바마케어를 폐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두 의원은 그 모든 방식에 꾸준히 반대를 표해왔습니다. “스키니 법안”의 내용 가운데는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지원 폐지도 포함되어 있는데, 두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죠. 머코우스키 의원은 금요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평생 의료보험을 가져본 적이 없다가 오바마케어로 혜택을 받게 된 어부와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알렸습니다.

한편 공화당 내 의료보험 개혁 워킹그룹을 이끌고 있는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의원이 여성 의원 5명을 모두 배제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합니다. 의료보험 관련 법안을 작성할 워킹그룹의 멤버가 전원 남성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이 모든 고난 끝에 영화 같은 박수 장면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표결 후 워싱턴에서 메인으로 돌아온 콜린스 의원은 공항에서 뜻밖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그 장면이 트위터에 올라왔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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