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지구는 6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지 않다(1/2)

얼마 전 미국 연례지질학회에서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더그 어윈은 지질학자들로 가득 찬 대회의장에서 대멸종과 정전의 유사성을 설명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해양대기국(NOAA)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2003년 미국 정전 때의 사진입니다.”

그는 어두운 밤 도시의 불빛이 가득한 북아메리카 북동부 지역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진은 정전 20시간 전입니다. 여기 롱아일랜드와 뉴욕이 있습니다.”

그는 어둠만이 가득한 새로운 사진을 띄우고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사진은 정전 후 7시간이 지난 시점입니다. 뉴욕은 완전한 어둠에 싸여있고, 토론토와 미시간, 오하이오까지 정전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상당 부분에 전기가 공급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오하이오에 있는 발전소의 프로그램 버그 하나 때문에 생겼습니다.”

어윈은 2억 5200만 년 전 화산폭발 때문에 거의 모든 생명이 멸종한 페름기 말 대멸종에 관한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대멸종이 저 정전 사태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초기의 충격 – 정전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버그, 그리고 고대의 대멸종에서는 소행성이나 화산 – 보다는 그 충격에 의한 2차 효과 때문에 커다란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파괴적인 연쇄반응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윈은 지구 역사상 있었던 대부분의 대멸종 – 지구상의 동물 중 대부분을 죽게 만든 전 지구적 사건 – 이 2003년 미국 북동부 지역이 겪은 정전 사태처럼 복잡한 먹이 사슬 그물망에 존재하는 동역학 문제에 의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발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3년 정전 당시에도 – 비록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사태를 막을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 막상 정전이 일어나던 순간에는 손 쓸 틈도 없이 미국 북동부가 휩쓸렸습니다. … 내가 이 사건을 언급하는 이유는 수학적 관점에서 먹이 사슬 그물망을 이해하는 것과 전력망을 이해하는 방법이 같기 때문입니다. 대멸종이 일어날 때 생태계의 파괴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나는 예전에 어윈에게 오늘날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과학 기사가 마치 인간의 교만과 무지가 마침내 우리의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떤 정신적 만족을 느끼는 양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1천 년 동안 실로 인간은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해왔다는 점에서 나 역시 그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많은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의한 지구의 파괴는 사실 문명의 발전과 거의 동의어이며, 우리는 종종 우리가 이 지구를 얼마나 이상하게 변화시켰는지 잊곤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 역사에서 극히 최근까지도 모든 척추동물은 야생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야생동물의 수는 육상동물의 3%에 불과합니다. 인간, 가축, 애완동물이 나머지 97%를 차지합니다. 이런 괴물과 같은 생태계가 만들어진 이유는 공장식 축산업과 1970년대에 비해 50%나 줄어든 야생 생태계의 손실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구의 육지 중 거의 절반은 경작되고 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냥도 야생동물이 줄어든 한 가지 이유입니다.

바다 생태계도 2차대전 당시 개발된 기술에 의해 지난 수십 년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바닷속을 긁는 트롤선은 매년 미국 넓이의 두 배와 맞먹는 해저면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산호와 해면동물이 만드는 화려한 바닷속은 점점 더 생물이 살지 못할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트롤선은 1950년대 이후 대구, 넙치, 능성어, 참치, 새치, 상어 등의 바닷속 거대 동물을 90% 가까이 줄였습니다. 한 가지 단적인 예로, 매일 27만 마리의 상어가 자신의 무미한 지느러미로 중국 부호들의 점심 상에 올려지기 위해 잡힙니다. 이 때문에 해산물에 대한 늘어난 수요와 어선 수의 증가, 그리고 보다 정교한 어업 자원 추적 장치로 무장한 트롤선이 개발됐지만, 수자원의 수획량은 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해안 근처 산호초는 1980년대에 비해 1/3로 감소했습니다. 이 낙원은 남획, 오염 및 침략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가난하고 생활이 어려운 5억 명의 사람들이 산호초 지역에서 식량을 얻고 있습니다. 지질학적 과거에 있었던 산호초 붕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산호초 역시 21세기 말까지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로 인해 붕괴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쩌면 그 속도는 훨씬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기온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7~98년 사이에 세계 암초의 15%가 사라졌습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도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지구상 어디를 보아도 온전한 곳이 없습니다. 이런 생태계의 피해는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동물 역시 마찬가지로 겪고 있습니다. 예수가 살아있던 당시 100만 마리에 달했던 사자의 개체수는 1940년 45만 마리, 그리고 오늘날 2만 마리로 줄었습니다. 나비나 나방 역시 1970년대보다 35%가 줄었습니다.

다른 모든 멸종 때처럼 이번 멸종도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뒤 수만 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멸종들도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미래의 지질학자는 수천 년 전 최초의 인류가 북아메리카로 퍼져나간 시점과 오늘날 진행되는 멸종을 구별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큰 생태학적 파국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류세는 과거 대량 멸종이 있었던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다음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윈은 이를 부정합니다. 그는 그런 주장을 향해 단호히 “잘못된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2부로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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