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부모 또래의 사람과 만나기 시작했다면, 우리는 모두 “나이 나누기 2 더하기 7”의 공식을 꺼내 듭니다. 어디서 어떻게 유래했는지 알 수 없는 이 공식은 상대의 나이를 둘로 나눈 다음 7을 더했을 때 내 나이가 그보다 많으면 연인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은 구설에 오르기 마련인데, 기준은 다소 모호합니다. 38살이 23살과 사귀는 것은 눈총을 받을만한 일이지만, 26살은 괜찮다는 식이죠. 나이 든 사람들의 나이 차에 대해서는 모두가 관대합니다. 50세가 86세와 데이트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죠.
온라인 데이팅 업체 오케이큐피드(OKCupid) 창립자 크리스천 러더의 연구에 따르면, 연인 간 나이 차에 대해 남녀의 생각이 다소 달랐습니다. 여성들이 연인으로 자기 또래, 또는 한두 살 연상의 남성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은 자신의 나이와 관계없이 늘 20대 초반의 여성을 찾는다고 합니다. 즉,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파트너와 큰 나이 차를 선호한다는 것이죠.
남성들이 현명한 것일까요? 이론적으로는 나이 차가 적으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커플이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영화 주제가를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주변 사람들은 좀 짜증이 날지 몰라도 커플 간의 유대를 다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로우대 버스 승차권도 비슷한 시기에 받을 수 있고, 환갑과 같은 중요한 생일잔치를 공동으로 열어 경비를 아낄 수도 있겠죠.
경제학자들 가운데서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일례로 연인 간 나이 차가 줄어들면 이것이 소득 격차 완화와 같은 긍정적인 사회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소득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지고, 여성들은 연상의 남성을 만나는 경향이 있으니,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커플 중 소득이 적은 여성 쪽이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게 되며 이것이 결국은 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덴마크에서 쌍둥이 자매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한 여성들의 소득이 또래 남성과 결혼한 여성들의 소득과 평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이 차와 이혼 간의 관계는 어떨까요? 2014년 <아틀란틱>은 나이 차이가 5살 나는 부부는 또래 부부에 비해 이혼 가능성이 18% 높아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 인용된 연구는 두 가지 요인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나이 차 자체보다는 나이 차 많이 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어떠한 특성이 이혼율을 끌어올린 것일 수 있겠습니다. 영국 통계청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나이 차와 이혼율 간 큰 상관관계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서른 살이 넘어 결혼하면서 10살 이상 어린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들의 이혼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습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커플은 노년에 고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내가 노약자가 되었을 때 나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배우자 사망 후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는 선택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나의 입장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한 파트너가 현명한 선택이겠죠. 스톡홀름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과 함께 사는 남성이 또래 여성과 결혼한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인 여건 등의 요인을 통제해도, 배우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생존 확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죠.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확실치는 않습니다. 원래부터 건강한 남성이 나이 어린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여 결혼에 이르렀고, 또 오래 사는 것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스터리입니다. 여성의 경우, 자신이 연상이건 연하건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가 클수록 수명이 짧아졌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연구 결과들이 오케이큐피드 회원들의 선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 보입니다. 여성은 또래와 결혼하는 것이 좋고, 남성은 가능한 한 어린 여성을 찾아야 오래 살 수 있다니까요. 그러나 진정한 경제학자라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더 나은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것이고, 경험에 근거한 법칙 따위는 무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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