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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든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1999년 한 그룹의 과학자들은 자폐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찾기 위해 150 쌍 형제들의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폐증이 주요한 유전자 소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자폐에 다수의 유전자가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어쩌면 15개 이상의 유전자가 여기에 관여할지 모른다고 썼습니다.

20년이 흐르고 이제 사람들은 그들이 사실 우스울 정도로 작은 수를 예측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지금 유전학자들에게 키나 체중같은 신체적 특성, 혹은 암이나 조현병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수가 15개 정도 되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크게 웃을 것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의 수는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매우 적은 영향 만을 미치지만 그 효과들이 모두 더해져 우리의 신체와 건강을 결정짓게 됩니다. 이들은 흩어지면 약하지만 뭉쳐서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의 에반 보일, 양 리, 조나단 프리차드는 이러한 관점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이 분야의 과학자들이 종종 이렇게 작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들이 관련된 유전자들끼리 서로 엮여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키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뼈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며, 조현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신경계에 관련된 유전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식입니다. “특정한 형질에 관련된 모든 유전자는 그 형질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프릿차드의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각이 오직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핵심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유전자들은 생물학적 성질을 만족하도록 형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그 유전자들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네트웍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보일은 이를 “하나의 변이가 발생할 경우 그 전체 네트웍이 바뀌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네트웍이 유전자 전체에 퍼져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몇 단계만 거치면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이는 곧 어떤 유전자이건 변이가 생기면 다른 특정한 형질의 핵심 유전자에도 영향이 간다는 뜻입니다.

스탠포드의 세 연구자는 이를 “옴니제닉 모델(omnigenic model)”이라 부릅니다. 이 단순한 용어로 그들은 모든 유전자가 모든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모델은 신경세포나 심장 근육세포와 같은 특정한 종류의 세포에서 활성화된 유전자는 그 세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종류의 복잡한 형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신경세포 내에 활성화된 거의 모든 유전자는 그 사람의 지능, 치매, 학습 성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몇몇 형질에는 주연을 맡고, 다른 형질에는 조연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유전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왜 특정한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를 찾는 것이 그렇게 힘든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GIANT 라는 이름의, 25만명에 대해 이루어진 대규모 연구에서 사람의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700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각각은 매우 작은, 즉 한 사람의 키를 1밀리미터 크게 하는 정도의 영향만을 미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유전자들의 효과를 합하더라도, 유럽인을 조상으로 가진 경우에 대해 한 사람의 키의 16%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한 사람의 키의 80%가 유전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사실에서 매우 적은 값입니다. 그럼 나머지 유전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프리차드의 팀은 GIANT 데이터를 다시 조사해 사람의 키에 영향을 미치는 10만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찾았습니다. 이 변이들은 1/7 밀리미터 정도의 영향만을 끼쳤습니다. 이들의 영향은 너무나 미소해 통계적 노이즈와 구별이 되지 않았고, 이때문에 유전학자들은 이들 유전자를 무시했던 것입니다. 프리차드의 팀은 다른 연구에서도 이런 작은 효과들이 발견된다는 사실에서 이들이 실제 이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들 변이는 전체 지놈에 고르게 퍼져 있으며 “전체 유전자 중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프리차드는 말합니다.

이들은 류마티스 관절염, 조현병, 크론병에 대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옴니제닉 모델을 지지하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조현병 변이들은 신경계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신경계가 아닌 일반적인 유전자였습니다. 옴니제닉 모델은 이들이 여러 네트웍을 통해 핵심 유전자에 작은 영향을 미침으로써 질병의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입니다.” 프리차드의 말입니다.

“프리차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매우 뛰어난 연구자입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유전학자인 아라빈다 차크라바티의 말입니다. “내가 이 이론을 다 믿느냐구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설득력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적어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진지한 가설임은 분명합니다.”

프리차드가 옳다면, 이는 유전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날 유전학자들은 모든 종류의 형질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기위해 유례없이 큰 규모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연구들은 인간의 발달과 질병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말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차드가 맞다면, 대부분의 변이가 다양한 형질에 매우 적은 영향만을 끼칠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지요. 아틀란틱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또한 우리가 만나는 친구, 가족, 배우자, 택시 운전사,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등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만약 우리가 애틀란틱 기사에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모든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면, 이 모든 사람들을 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중 누구도 우리가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에 대해 직접 연관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중요하지만, 그렇게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리차드는 유전자 역시 이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문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연구 대상을 늘인다고 해서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대안으로 세포 내에 유전자의 네트웍을 지도로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다른 대규모 연구의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보일은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하나의 질병을 일으키는 하나의 유전자를 찾는 것이 연구의 성공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유전자가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조합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현재 우리의 능력을 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목표로 현재 몇몇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나는 이 네트웍 아이디어가 사실일지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됩니다.” 프리차드는 말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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