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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의 캐나다는 여성주의 혁명의 완성형일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취임 직후 성평등 내각을 만들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여성주의 해외 원조정책”이라는 것을 발표하기도 했죠. 그러나 최근 컨설팅 업체 맥킨지 글로벌은 캐나다의 노동시장에 여전히 상당한 젠더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124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이 격차를 캐나다 경제에 주어진 “기회”로 규정하며,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캐나다가 이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2026년까지 GDP를 1,500억 달러 높일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성평등 달성이 도덕적인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캐나다 정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0.74달러를 법니다. 많은 여성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이유 가운데 하나죠. 온타리오 주에서 판매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조사 대상의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종에서 남성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풀타임 자리나 매니저 직책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캐나다의 젠더 격차는 기업 최상부에도 똑같이 존재합니다. 기업 이사회는 남성이 장악하고 있고, 기업 CEO의 95%가 남성이죠. 맥킨지가 조사한 캐나다 상위 69개 기업에서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승진 기회는 적었습니다. 신입 사원의 45%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부사장급에는 여성이 25%, CEO급에는 여성이 15%에 그쳤습니다. 고임금 직종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민자나 캐나다 원주민 여성의 경우 더 큰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정책 연구기관 CCPA(Canadian Centre for Policy Alternatives)의 트리시 헤네시 소장의 지적입니다. 헤네시 소장은 여성이 수행하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 젠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노조 결성도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요.

캐나다는 1995년 세계경제포럼의 성평등 순위에서 1위를 달렸으나, 2016년 현재 35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경제학자 아르마인 얄니지안은 캐나다 노동시장의 젠더 격차가 국가적인 문제지만, 지역 간, 세대 간 차이도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얄니지안은 최저임금 상승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며, 육아 지원이 커지면 더 많은 여성이 일을 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터에서의 젠더 불평등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0.8달러를 벌고, 영국에서도 18%가량의 임금 격차가 존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고위 관리직 기준, 여성은 24%에 불과합니다. 120여 국가에서는 면접 중 구직자에게 자녀나 임신 계획에 대해 묻는 것이 합법이며, 남편이 아내의 취업을 막을 수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한편 “성평등이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은 일종의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UBS는 젠더 격차가 해소되면 세계 경제에 10조 파운드 이상이 더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죠.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싣고 있으며, 여성들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맥킨지의 이번 보고서 역시 여성이 석유, 광업, 테크 등 이른바 “고생산성” 분야에서 보다 많은 관리직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이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승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캐나다에서도 취업을 원하는 젊은 여성의 수는 많이 증가했습니다. 1950년에는 25~54세 여성의 21%가 일하기를 원한 것에 비해, 2015년에는 그 수치가 82%에 달했죠. 여성 대졸자의 수가 남성 대졸자보다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저임금 직종에서 파트타임으로 종사하며, 육아 등 가정에서의 무임금 노동과 커리어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헤네시 소장은 젠더 격차가 단순히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은 다른 복지 혜택이나 연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은퇴 후에도 경제 상황에 젠더 격차가 여전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캐나다 경제에는 젠더 격차 외에도 다른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옥스팜이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억만장자 두 사람이 보유한 부가 가장 가난한 3분의 1이 가진 것에 해당합니다. 옥스팜 캐나다의 정책국장 로렌 레이븐은 고위 관리직에서의 젠더 격차, 여성 리더십 등에 초점을 둔 논의 속에서 저임금 빈곤층 여성들의 처지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레이븐은 “앞으로의 사회가 교육, 육아, 간호 등 여성이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노동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트뤼도 정부는 최근 정부의 예산 집행에 대해서도 젠더 기반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취지입니다. 임금 격차 해소 입법도 약속했습니다. 헤네시 국장은 5년 안에 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발표한 아이슬란드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시간표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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