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린(Meyrin), 스위스 – 세상에서 가장 크고 비싼 타임머신이 재가동되고 있다.
제네바 외곽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계, 쇼핑몰과 들판이 자리한 이곳 지하에는 전자기력을 이용해 양성자를 가속해 빛의 속도로 서로 충돌시킴으로써 우주 탄생 1조분의 1초 후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둘레 17마일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가 있다.
이곳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에는 약 5천여 명의 물리학자가 자연에 존재하는 새로운 입자와 힘을 발견하기 위해 충돌로 만들어진 우주의 초기 모습에 관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으며, 이 연구는 적어도 앞으로 20년 동안은 계속될 계획이다.
하버드의 물리학자 리사 란달은 입자 물리에 관한 자신의 책에서 이를 가리켜 “과학은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두드림에 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더는 새로 발견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 안타깝게도 지금 물리학계는 이런 불길한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2012년 LHC가 다른 기본 입자들의 질량을 설명하는 힉스 보존을 발견한 이래, 지난 5년 동안 약 7천조 번 이상의 양성자 충돌이 있었다. 힉스 보존의 발견은 표준모형의 완성을 의미하며, 이는 물리학에서 하나의 중요한 이론이 완성된 것이다.
2015년, 한 특별한 충돌 데이터가 새로운 입자의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 데이터가 그저 노이즈로 판명되기 전까지 이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물리학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이 최첨단 실험장치의 침묵은 물리학계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당황하는 이들부터 심하게는 우울증에 걸린 이도 있습니다.” 프랑스 오르세 이론물리연구소의 입자 물리학자 아담 팔코프스키는 최근 과학저널인 인퍼런스에 쓴 글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론물리학자들에게는 쉽지 않을 때입니다.” CERN의 이론물리 책임자인 지안 주디체는 말을 이었다. “희망은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지난 30년간 우주의 핵심 속에 숨겨진 수학적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초대칭 현상의 증거를 찾아왔지만, 이 현상은 마치 황금 사과처럼 매번 우리의 손을 빠져나갔다.
1970년대 이론물리학자들은 전자기력 혹은 빛을 전달하는 광자처럼 힘을 전달하는 입자와 전자, 쿼크처럼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었다.
이 초대칭 이론이 옳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쿼크나 전자 등의 입자들은 소위 초대칭 짝이라 불리는 수많은 기본 입자들을 가져야 하며, 우리는 이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빅뱅 이후의 초대칭 짝을 통해 우리는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1/4을 차지하며 이들의 중력에 의해 은하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하는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다.
LHC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 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양성자 두 개가 LHC 안에서 충돌할 경우 이들은 우주가 만들어지던 빅뱅 초기의 상황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 에너지로 인해 우주 초기에 존재했던 힘과 입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들은 자신의 흔적을 검출기에 남기게 된다.
LHC가 조금 더 높은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킬 때마다 과학자들은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 시간, 가능성의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며 우주의 수학적 본질에 조금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LHC는 양성자 하나가 7TeV로 충돌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으며, 이는 우주가 탄생하고 1조 분의 1초 이후의 순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이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를 발견하거나 혹은 힉스 입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이 정도의 에너지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많은 이론물리학자는 2010년 LHC가 가동될 때 초대칭 입자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몇몇 다른 이론들은 LHC 이전의 다른 실험장치에서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리라 예측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93년 뉴욕타임스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물리학자 315명, 초대칭 이론을 확인하는 데 실패하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까지도 실패하고 있다. 지난 5월, CERN의 가장 큰 두 주요 검출기 중 하나인 빅 아틀라스 검출기 결과를 분석한 물리학자 3천여 명은 거의 2TeV까지는 초입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한편 모든 공간을 떠돌며 지금도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물질을 측정하려는 다른 실험들 역시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론물리학자들은 이들을 검출하기 위한 보다 복잡한 실험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코펜하겐에는 몇몇 물리학자들이 그때까지는 초대칭 입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내기에 진 빚을 갚기 위해 값비싼 코냑을 들고 모였다.
“많은 동료가 자포자기 상태에 있습니다.” 독일 포츠담에 있는 막스 플랑크 중력 물리학 연구소의 헤르만 니콜라이의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생을 여기에 걸었습니다.”
LHC가 힉스 보존만을 발견하고 나머지 다른 것들은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물리학자들이 가능한 최악의 상황으로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결과는 이들이 이룩한 최대의 업적인 힉스 입자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더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CERN은 표준 모형의 핵심인 이 신의 입자의 질량이 요오드 원자와 비슷한 125GeV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이론물리학의 관점에서 터무니없이 가벼운 값이다. 힉스 입자의 질량은 이보다 10^18배는 더 무거웠어야 한다.
이는 완전히 금지되지 않은 어떤 일이건 일어날 수 있다는 양자 불가사의(quantum weirdness)라는 특징, 곧 힉스 입자의 질량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소위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 입자(virtual particles)들을 포함한 모든 알려진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론물리학자들은 표준 모형 아래에서 힉스 입자의 질량과 다른 값들이 바르게 나오도록 수식을 수정해야 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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