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일리노이 키와니 근처에서 시카고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이론물리 학부장인 벤자민 W. 리(역주: 이휘소 박사)는 불운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페르미 연구소 프로그램 자문 위원회의 하계 모임 참석차 콜로라도 아스펜으로 가는 길이었다. 동행하던 가족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휘소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입자물리학자 중 한 명 이었다.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학생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1956년 오하이오의 마이애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피츠버그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60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아브라함 클라인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68년 미국 시민이 되었다. 펜실베니아 대학과 뉴저지 프린스턴에 위치한 고등과학원에서 몇 년을 보낸 그는 1966년 C. N. 양이 이끄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에 위치한 입자물리연구소 교수가 된다. 그는 1973년 페르미 연구소로 옮길때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그는 동시대 어떤 물리학자들보다도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또한 늘 대칭 원리와 약한 상호작용에대한 연구로 돌아왔다. 그는 1960년대 중반 SU(6)와 이와 관련된 대칭성 연구로부터 흐름대수(algebra of currents)로 이들의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물리학자들 중 한명이었다. 이후 흐름대수와 현상학적 라그랑지안의 발전과 응용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그 결과를 1972년 카이럴 다이나믹스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70년대 초, 시그마 모델과 같은 자발적 대칭 붕괴와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재정규화 문제로 돌아왔으며 게이지 이론에 대한 그의 후기 업적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와 테크닉을 발전시켰다.
이휘소 박사의 게이지 이론에 대한 기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발적 대칭 붕괴는 언제나 질량이 없고 스핀이 0인 보존을 만들어낸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초전도체는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클라인과 함께 이런 현상이 상대론에서도 발생할지 모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곧 사실로 밝혀졌으며, 초전도체의 경우처럼 게이지 대칭성에도 대칭성 붕괴가 존재함이 밝혀졌다. 1971년 위의 이론이 재규격화 가능하다는 사실이 범함수 이론을 이용해 보여진 뒤, 그는 이 결과를 아벨리안 게이지 이론에 대해 연산자 방법으로 보였다. 범함수 이론에 익숙하지 않은 물리학자들은 그의 증명을 통해 이 이론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해, 이휘소 박사와 장 진-저스틴은 재규격화가 이 이론들에서 비물리적 특이점의 상쇄를 깨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는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의 통합에도 기여했다. 1972년 페르미랩에서 열린 “로체스터”학회에서 그의 강연, 그리고 어네스트 에이버스와 함께 쓴 리뷰 논문은 물리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1973년 중성 흐름의 발견에 고무된 이휘소 박사와 매리 K. 가이아드, 조나단 L. 로스너는 참 중간자와 중입자의 실험적 흔적을 찾는 체계적 조사를 수행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1974년 11월 J/ψ 입자의 발견 직전에 발표되었으며 후속 실험을 위한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J/ψ 입자의 발견 전에도 이휘소 박사와 가이아드는 KL – KS 의 질량 차이에 대한 게이지 이론 계산과 KL → γ&감마 붕괴율을 통해 c-쿼크 질량이 약 1.5GeV 이거나 이보다 적을 것이라 주장했으며, 이 예측은 J/ψ의 질량이 관측되면서 놀랍게도 확인되었다. 이휘소 박사와 페르미 연구소의 동료들은 이 새 강입자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깊게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다.
이휘소 박사가 페르미 연구소를 자신의 평생 직장으로 결정한 것은 페르미 연구소에 대한 그의 믿음과 함께 이론과 실험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그의 평소 신념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영특함과 헌신, 그리고 물리학을 넘어 인간에 대해 그가 가졌던 깊은 이해는 이 신생 연구소의 분위기와 문화 형성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페르미 연구소에 여러 뛰어난 인물들이 합류하도록 만들었고, 또한 페르미 연구소를 실험에서 뿐만 아니라 이론에 있어서도 전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는 많은 실험 물리학자들에게 현명하면서도 믿음직한 조언자였다.
그가 사고를 당한 것은 그가 가장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지난 6개월 동안 그는 CP 위반 문제를 탐구하고 있었고, 렙톤-수 비보존 문제와 게이지 이론에서의 약한 핵력이 가진 고에너지 한계 문제, 그리고 SU(3)⊗U(1) 확장 게이지 그룹에 기반한 이론을 수립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우주론 연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고 이런 새로운 분야를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일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력에 도움을 준 선배 물리학자들에게 커다란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은 새로운 세대의 물리학자들에게 도움을 주려 애썼다. 그에게 물리학의 발전은 하나의 공동의 목표였으며, 이때문에 그는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모든 이들은 존경과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그의 연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그의 죽음을 아쉬워할 것이며, 그 중에서도 그를 알고 그와 같이 연구하는 특권을 누렸던 우리들은 가장 가슴 아프게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피직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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