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라는 판결을 내렸을 때, 중국 언론의 공식적인 반응은 하품 수준이었습니다. 관영 영어 신문 한 곳에서 이번 결정이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 최초라는 사실을 보도했을 뿐이었죠. 중국은 비교적 동성애에 열린 입장을 취해온 나라입니다. 그런 중국이 왜 지금은 동성애자 권리에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요?
중국 문학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9세기에 나온 시들을 살펴보면, 남성을 향한 것인지 여성을 향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사랑시들이 있습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와는 달리 도교나 유교와 같은 중국의 종교적, 사회적 가르침은 동성 간의 관계를 격렬히 비난하지 않습니다. 18세기 말에 쓰여진 소설 “홍루몽”에도 이성애적 관계와 동성애적 관계가 모두 등장하죠. 중국 지식인층에서는 세계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동성애에 대한 뚜렷한 편견이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1997년을 기점으로 동성애는 중국에서 더 이상 불법이 아니기도 합니다.
반면 보건부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가 빠진 것은 2001년의 일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멸시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 중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효의 가치가 여전히 중시됩니다. 아들은 집안의 명예와 체면을 지켜야 하고, 결혼을 통해 아들을 낳아 가문을 이어야 합니다. 2016년 북경대 사회학과는 UNDP를 대신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중국인들의 시각을 조사한 바 있습니다. 다양한 성적지향의 응답자 가운데 58%가 “동성애자는 가족에 의해 거부당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이 직장이나 학교에 비해 더 닫힌 공간이라는 반응이었죠. 이를 뒷받침하듯,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 응답자는 15%에도 미치지 못했고, 커밍아웃 이후 차별을 경험했다는 사람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둘째로,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다른 여러 나라의 성소수자들은 집회와 행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권리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국민들이 모여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죠. 최근에는 애초에 별로 있지도 않았던 TV 상의 동성애적 묘사까지 정부가 나서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보수적인 법률과의 충돌 예고입니다. 북경대의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세대 간의 큰 차이였습니다. 자식이 동성애자면 거부하겠다는 사람이 1970년 이전 출생자 가운데서는 35%였지만, 1990년 이후 출생자 가운데서는 9%에 불과했죠. 국가의 공식 매체들이 대만의 판결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있지만, 웨이보에서는 수백만 건의 반응이 쏟아졌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중국 사회가 동성애에 대한 역사적인 태도를 회복하고 공산당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동성혼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한 사회학자는 전국인민대표회의 구성원의 평균 나이가 49세인 점을 지적하면서, 35세 이하 중국인 다수가 동성혼에 거부감이 없으므로 14년이면 법제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코노미스트)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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