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출신의 블로거인 아모스 이(Amos Yee)는 여느 10대 소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거칠고 배려가 부족하고 공격적이죠. 2015년 리콴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고인을 “끔찍한 인간”, “고약한 지도자”, “독재자” 등으로 칭하며 모욕하는 519초 짜리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영상에는 짧지만 기독교를 조롱하는 내용도 들어있었죠. 리콴유의 아들이자 현 총리인 리셴룽을 향해서는 욕설과 함께 “나를 찾아오라”는 말을 던졌죠.
그랬더니 정말 검사들이 찾아왔습니다. “신앙심에 상처를 준” 죄 및 외설죄로 4주 간 구금된 것입니다. 당시 이 씨는 16세에 불과했지만 정신병동에서 2주, 성인 교도소에서 2주 간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1년 후에는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조롱한 혐의로 또 다시 6주 간 구금됩니다.
두 번의 옥살이 이후 그는 시카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 싱가포르로 돌아가면 정치적 견해 때문에 박해를 당한다는 근거로 곧장 망명을 신청했죠. 올해 3월 24일, 미국 정부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망명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싱가포르 당국이 나이어린 초범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점과 이슬람교를 모욕한 다른 이들은 처벌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가 정치적 견해 때문에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다른 혐의를 씌워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관행적인 문제 해결방식이라는 전문가 증인들의 증언도 받아들였습니다. 즉, 이가 법적 절차에 따라 기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소 자체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죠.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이 언론의 자유를 명분으로 증오 발언을 허용했다”며, 이 씨의 언행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아닌 자신의 발언 내용 때문에 망명이 받아들여졌다는 뉘앙스를 드러냈습니다. 싱가포르 형사전문 변호사 협회 회장은 회원들이 미국 법원의 “근거없고 부당한” 판단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러닉하게도 싱가포르에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이런 의견을 밝히면 법정모독죄로 기소당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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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야 원래 경제적으로 윤택할 뿐이지, 북한 수준의 정치적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니었나요?
저런 케이스가 자주 없다는게 더 신기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