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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여성 정치인, 좌우가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트위터에서 옷을 못 입는다고 놀림받고, “마녀”나 “나쁜년”으로 불리는 여성 정치인은 누구일까요?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셨다고요? 정답입니다. 하지만 최근 떠오른 이 분야의 강자가 또 있습니다. 바로 백악관 고문 켈리앤 콘웨이입니다.

여성 혐오는 당파를 초월하는 문화입니다. 정치인을 비판할 때 쓸 수 있는 말은 차고 넘치지만, 사람들은 늘 여성 정치인을 비판할 때 성차별적인 표현으로 분노를 표현하곤 하죠.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끊임없이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지적을 받아온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콘웨이도 예외가 될 수 없죠. 최근 트위터에서는 “왜 켈리앤 콘웨이는 늘 술이 덜 깬 것 같은 얼굴에 밤새 놀다 못 지운 것 같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냐”는 트윗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클린턴을 지칭하던 “오즈의 마법사”의 마녀 비유는 이제 콘웨이를 향하고 있습니다.

두 여성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견해를 대변하지만, 야망 있고 적극적인 여성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콘웨이는 백악관 입성 이후 여러 가지 일로 구설에 올랐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비난 가운데 일부는 분명 성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습니다.

콘웨이 고문은 최근 흑인 대학교 총장들이 대통령 집무실을 찾은 가운데, 무릎을 꿇은 자세로 소파에 올라앉아 휴대폰을 보던 모습이 사진에 찍혀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세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이 많았지만, 다리를 벌리고 앉은 자세를 문제 삼은 사람도 많았죠. 민주당 소속 루이지애나 주 하원의원인 세드릭 리치몬드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봤던 자세”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 간의 오럴섹스 스캔들과 연관 짓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의 비난에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도 마찬가지입니다. 콘웨이를 CNN 기자의 집에 침입해 자신을 CNN 프로그램에 초대해달라며 유혹하는 스토커로 그렸죠.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의 기를 죽이는 성질 더러운 여자” 이미지로 그려졌다면, 콘웨이는 “헤픈 여자”, 즉 남성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하는 여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사진에서 콘웨이가 참석자들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몸을 낮추고 뒤로 기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성적인 포즈라며 비난했죠.

아이러니가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콘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차별적인 선거 전략을 디자인해 클린턴 측의 미움을 한몸에 받은 인물입니다. 선거 운동 중에도 여성의 외모에 대해 비하적인 표현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여성 스태프들에게 “여자답게 옷을 입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라 페일린부터 앤 쿨터에 이르는 많은 보수 진영의 여성들은 “남자를 미워하는 페미니스트들”과 자신 간의 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부각해왔습니다. 콘웨이 자신도 공개 석상에서 자신이 페미니즘의 여러 원칙에 동의하지만, 페미니즘은 반(反)남성적이고 낙태에 찬성하며 좌파적인 사상이기 때문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콘웨이를 겨냥한 성차별적인 비난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 이유가 그녀를 “우리 편”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누구든, “우리 편”의 성차별적인 행태에도 똑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선거 후 열린 한 포럼에서 콘웨이와 큰 언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커뮤니케이션 참모 제니퍼 팔미에리 역시 콘웨이에게 가해지는 비난에 여성 혐오적인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의 또 다른 최측근이자 여러 논쟁적 정책과 메시지의 배후인 스티븐 배넌이 천재적인 악마, 똑똑한 전략가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에 비해 콘웨이는 비슷한 말을 해도 “정신 나간 여자”로 그려진다는 것이죠.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에 대한 반감은 좌우를 가리지 않습니다. 비디오게임을 비평한 여성주의 비평가들이 감내해야 했던 어마어마한 협박과 위협에서도 잘 드러나듯, 소셜미디어상에는 이와 같은 반감에 폭력적인 날개를 달아주는 서브컬처가 오랫동안 존재해왔습니다. 오바마의 대통령 임기를 거치며 잠복해있던 인종주의가 수면 위로 떠 올랐듯, 이번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권력을 가진 여성에 대한 분노 역시 트위터나 레딧의 경계 밖으로 퍼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에게 허용되는 행동 양식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포스트젠더 사회는 여전히 요원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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