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파멸을 향한 경주

1949년 9월 초, 소련이 첫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무기 전략에 있어 결단을 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핵무기를 꾸준히 늘리고 있었지만, 몇몇 과학자와 정치인들은 그들이 “슈퍼(the Super)”라 부른, 수소를 이용하며 TNT 수백만 톤의 세기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보다 1천 배 더 강력한 핵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소폭탄의 가장 열정적인 지지자는 거의 강박적으로 이를 주창했던 헝가리 난민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였습니다. 그는 소련이 핵무기 경쟁에서 미국을 이길 경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런 공포 분위기를 막으려 했던 J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와 같은 다른 과학자들을 정치 공작을 통해 사회적으로 매장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수소폭탄 만들기(Dark Sun)”에서 리차드 로즈는 어떻게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텔러와 그 지지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파괴적인 수소폭탄 계획을 승인받았는지, 또 어떻게 수소폭탄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의 책은 알프레드 P. 슬론 재단에서 후원하는 슬론 기술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현대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인간적, 기술적 차원에서 높인다는 이 시리즈의 목표를 훌륭하게 만족시킵니다.

로즈는 회고록, 인터뷰, F.B.I 기록, 그리고 공개된 소련의 문서 등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합니다. 등장인물들을 활용해 다양한 주제를 밝히지만, 관료제가 어떻게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처 살피지 못하며 핵무기 사업의 산업적 기반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는 앞서 상을 받은 “원자 폭탄 만들기(Making of the Atomic Bomb)”에서처럼 기술적 문제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일화와 인물들, 정치적 맥락을 날카로운 눈으로 기록합니다. 그 결과, 냉혹했던 냉전 초기 시대와 군비경쟁에 대한 풍부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그는 수소폭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일종의 긴 서문으로 책의 앞부분 1/3을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에 도움을 준 스파이들에 대해 썼습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 F.B.I. 의 기록과 소련의 기록을 활용해 클라우스 푹스(Klaus Fuchs), 데이비드 그린글래스(David Greenglass), 줄리우스 로젠버그(Julius Rosenberg), 해리 골드(Harry Gold) 등 주요 스파이들의 활동을 설명합니다. 그들의 동기와 함께 그들끼리, 그리고 미국에서 쇼를 진행하던 소련인들과 어떻게 술집, 아파트, 거리 귀퉁이에서 몰래 만났는지를 자세히 풀어놓습니다. 그는 그들의 활동이 매우 폭넓었으며, 전쟁이 끝날 즈음에는 주로 미국의 기밀문서로 이루어졌던 서류의 총 분량이 10,000페이지에 달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당시의 소련 기술문서의 진척 상황과 이를 비교함으로써, 그는 물리학자 이고르 쿠르차토프가 이끌던 소련의 핵무기 개발팀이 고성능 반응로를 만드는데, 그리고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또 폭발장치를 만드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음을 밝힙니다. 로즈는 데이비드 홀로웨이가 1994년 출간한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 이야기인 “스탈린과 폭탄(Stalin and the Bomb)”과 다른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를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각각 소련이 스파이들 덕에 핵폭탄 개발 시기를 단축한 시간이 최대 2년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미국 정보부는 소련이 핵폭탄을 만들었음을 알아내고 이를 Joe 1이라 부립니다. 그리고 과학자와 정치인의 논쟁이 시작됩니다. 여기에는 히로시마 원폭 개발을 이끌었던 오펜하이머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이 수소폭탄을 만들지 않으면 소련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미국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소련이 이를 개발하지 말자는 약속에 동의하지 않을 때만 이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 I.I.라비(Rabi)와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의 표현처럼 수소폭탄은 “집단학살(genocide)”를 위한 무기이며, “본질적으로 악한 것”이라는 도덕적 이유를 가진 이도 있었고, 열핵폭탄 군비경쟁을 벌이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이롭지 않다는 신중파도 있었습니다.

논쟁은 또한 기술적이기도 했습니다. 로즈가 “클래시컬 수퍼(classical Super)”라 부른, 텔러가 처음 고안한 수소 폭탄은 물리 법칙하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핵분열 폭탄의 열을 이용해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양한 조합으로 계산해본 결과는 계속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텔러의 측에 선 이들은 에른스트 O. 로렌스(Ernest O. Lawrence)와 같은 저명한 물리학자, 그리고 루이스 L. 스트라우스와 같은 고위 관료, 또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 합동참모본부 등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도시 하나를 파괴하기 위해 여러 개의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것과 수소 폭탄 하나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도덕적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군들은 제 손으로 강력한 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무모한 이타심”이라 불렀으며, 이는 1949년 3월, 공군 전략 사령부(Strategic Air Command)에 커티스 리메이(Curtis LeMay) 장군이 제안했던, 원자폭탄을 이용해 30일 만에 소련의 70개 도시를 파괴하는 계획에 분명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먼저 자신이 무장해제를 택한다고 해서 편집증을 가진 적이 이를 따라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50년 1월, 대통령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은 수소폭탄 계획을 승인했고, 라비는 이를 씁쓸하게 기억합니다. “그때는 그 폭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때였죠.”

사람들이 어떻게 수소폭탄을 만들게 되는지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이디어는 1951년 1월, 클래시컬 수퍼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지루한 계산을 통해 가장 먼저 보였던 수리물리학자 스타니슬라프 울람(Stanislaw Ulam)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는 핵분열에서 나온 중성자로 핵융합의 원료를 먼저 압축한 다음 이를 폭발시키면 열핵폭탄이 작동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텔러는 이 아이디어에 핵분열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사용하는 흥미로운 생각을 추가했고, 4월에는 2차 핵분열 과정을 추가했습니다.

6월 중순, 프린스턴에 모인 물리학자들은 이 새로운, 예상치 못한 접근을 사실상 기적으로 생각하며 반겼습니다. 더 이상 악이나 집단학살과 같은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역시 수소폭탄 개발에 참여했고, 후일 이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기술적으로 아름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로즈는 “왜 기술적 가능성이 정치와 도덕의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지” 적절하게 묻고는, 그 답으로 이즈음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었음을 말해줍니다. 바로 한국전쟁이 있었고, 수소폭탄의 초기 아이디어를 알았던 푹스의 스파이 행위가 밝혀졌으며, 따라서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방사능을 이용한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다면 소련의 물리학자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952년 11월 1일, 태평양에서 새로운 수소폭탄, 코드명 “마이크(Mike)”는 1천만 톤의 세기로 폭발하며 이들의 성공을 알립니다. 로즈는 이 부분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텔러와 수소폭탄을 지지했던 이들에게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국 안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파멸시키기 원했습니다. 그들은 오펜하이머가 앞서 자신들을 막기 위해 주술사와 같은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발휘했다고 생각했으며, 강박적인 반공주의자들 또한 공산주의자와 같이 어울렸던 오펜하이머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들을 부추겼을 뿐 아니라, 특히 텔러와 루이스 스트라우스는 개인적으로도 오펜하이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즈는 1954년 오펜하이머가 미국 안보의 위험요인이라는 공식적인 결론이 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냅니다. 로즈는 오펜하이머가 청문회에서 1943년 전시 중 소련의 접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자신의 몰락에 어느 정도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문제는 수소 폭탄에 대한 반대였음을 강조합니다.

1952년 텔러가 F.B.I.에 밝힌 내용 중에는 오펜하이머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소폭탄의 개발을 방해했으며 그가 아니었다면 1951년, 혹은 더 빨리 폭탄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로즈는 텔러의 이러한 진술이 명백히 거짓임을 밝히며, 실제로 수소폭탄의 완성을 지연시킨 것은 텔러의 클래시컬 수퍼에 대한 강박과 이로 인한 자원의 낭비였음을 보입니다. 오래지 않아, 로즈는 핵무기가 파괴 무기로 “무용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바로 쿠바 미사일 위기의 시간 동안 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지구의 멸망을 불러오리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핵무기는 다른 많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공군을 포함해 민간의 엄청난 자원을 군수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 등입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그가 텔러와 그 지지자들의 강력한 무기에 대한 야망에 반하는 주장을 밝힘으로써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그것은 바로 더 강력한 안보는 더 강력한 핵무기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안보가 애초에 필요했던 이유인 민주주의의 생명력을 파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3 일 ago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5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진짜 승자는 트럼프 아닌 이 사람?… 트럼프 2기를 예측해봤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 해리스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칼럼이…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