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Edge 재단은 매년 한 가지 질문을 정해 석학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하는 과학 개념은?”입니다.)
리처드 H.탈러: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행동결정연구소 소장, 시카고 경영대,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실수(misbehaving)” 등
새로운 큰 결정, 예를 들어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책을 쓰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동맹을 맺을 때, 그 내용을 잘 아는 이들이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이 계획이 실제로 실행된 뒤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써보는 겁니다.
이것은 응용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고안하고 다니엘 카네만에 의해 알려진 것으로 “사전부검(The Premortem)”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실제 문제가 발생한 뒤에 원인을 지적하면서 이루어지는 사후부검(postmortem)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후부검은 사건이 일어난 뒤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편향을 가지게 됩니다. 곧, 모든 사람은 그 실패가 불가피한 것이었으며 당연했다고 말하게 됩니다. 나는 아모스 트버스키가 종종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예언은 이미 벽에 쓰여 있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사전부검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실패를 미리 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가 가능성이라 말한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실제 연구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전부검 방법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그 결과를 기록하거나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선 사전부검을 통해 가능한 실패를 따져봄으로써 집단사고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긍정적 사고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합니다. 사전부검은 그 결정에 회의적이던 이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해줍니다. 사전부검의 핵심은 어떻게 해서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흥분 탓에 흔히 간과되는 문제들을 지적하면서도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사전부검이 유용한 두 번째 이유는 다소 미묘한 것으로, 이미 그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가정함으로써 사람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더 잘 대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 연구는 ‘왜 그 일이 실패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보다 ‘어떻게 그 일이 이미 실패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답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방법은 어려운 문제를 풀 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곧, 그 문제가 이미 풀렸다고 가정한 다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사전부검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다음의 예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어떤 항공회사의 대표가 전문가들을 불러 이런 사전부검을 요청했다고 해봅시다. 바로, 회사의 모든 비행기가 이틀 연속 취소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질문을 듣는 즉시, 테러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단순한 설명을 누군가 생각해냈을 겁니다. 바로, 컴퓨터 예약 시스템이 다운되었고, 마침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사전부검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한 대형 항공회사에서 3일 동안 약 2,000건의 비행이 취소되었던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예약시스템이 고장 났기 때문에 승객들은 3일 동안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습니다. 왜 시스템은 다운되었을까요? 우연한 고전압 스파크가 변압기와 서버를 고장 냈고, 네트워크 장비는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습니다. 처음 문제는 퓨즈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한때 성공했던 기업 중에 다음과 같은 사전부검을 정기적으로 가졌다면 지금도 번성할 수 있었던 기업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바로 “앞으로 3년 뒤, 우리는 파산하게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던질 수 있었다면, 인류는 수많은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졌다. 어떻게?”
(EDGE)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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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에서 사전부검과 사후부검의 용어가 혼동되어 사용 된 듯 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