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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괴롭히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1900년 가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한 17살의 오스카 부즈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는 타바스코소스를 세 번 마셔야 했고 그보다 훨씬 덩치 큰 친구와 복싱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쓰러졌고 집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국회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자 사관학교의 이 행사는 전국적 관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의회는 그의 죽음이 웨스트포인트의 책임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동시에 학교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했습니다. 국회의원인 에드문드 드릭스는 다음과 같이 이들을 비난했습니다. “[그 행사는] 잔인하고(atrocious), 상스러우며(base), 가증스러우며(detestable), 수치스러우며(disgraceful), 파렴치하며(dishonourable), 불명예스러우며(disreputable), 극악무도하며(heinous), 경멸할 만하며(ignominious), 평판이 나쁘며(ill-famed), 사악하며(nefarious), 혐오할 만하며(odious), 무도하며(outrageous), 창피하며(scandalous), 부끄러워해야 하며(shameful), 뻔뻔하며(shameless), 아주 비열하며(villainous), 악하다(wicked)” 웨스트포인트 역시 이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했으며 군 상부는 이를 확실하게 없애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에는 선배들이 지시한 ‘베개 싸움’에서 최소 30명의 신입생들이 다쳤습니다. 부상은 베개 속에 무거운 물건을 넣은 몇몇 학생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모두 24명이 머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괴롭히기(hazing)’ 또는 ‘군기 잡기(ragging)’는 집단에 새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모욕이나 부끄러움을 주는 의식을 말합니다. 때로 어떤 무모한 일에 도전하게 시키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의 인류학자 알도 치미노는 이런 환영식 혹은 신고식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강압적’이며 ‘즉홍적’으로 잘 반복되지 않으며, ‘일방향적’ 즉 언제나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며, 마지막으로 긴 시간 함께해야 하는 집단에서 잘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계층과 무관합니다. 거리의 갱에서 고위층 클럽에까지 다양한 집단에서 존재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납니다. 독일의 펜싱 클럽에서, 일본의 스모팀과 파푸아뉴기니의 부족 등 어디에나 심한 신참 괴롭히기 전통은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사가 얼마나 널리 계속되고 있는지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수많은 ‘신참 괴롭히기 금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50개 중 44개 주에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에서 10~20%의 학생들은 이런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운동부 학생들의 경우 그 비율은 50%까지 올라갑니다. 내 연구 중 브라질리안 주짓수 무술을 수행하는 700명에게 행한 조사는 이들 중 53%가 승단 행사로 서로의 등을 채찍으로 내려치는 ‘태형’ 의식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법적 처벌과 부상, 때로는 죽음까지 불사하면서 이런 전통을 계속 지키게 하는 것일까요?

1962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과 태도, 행동이 일치하도록 만들려는 충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1959년 심리학자 엘리엇 애론손과 주드슨 밀스는 어떤 토론 그룹의 입회 의식을 변화시켜가며 이를 보였습니다. 입회 의식의 강도는 강한 것과 약한 것 두 가지로 나뉘었고 입회 의식이 없는 하나의 대조군을 두었습니다. 강한 입회 의식은 12개의 외설적인 단어와 두 개의 명백한 성적인 묘사를 소리 내 읽는 것이었고, 약한 의식은 외설적이지는 않은, 성과 연관된 5개의 단어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대조군은 어떠한 입회 의식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입회 의식 후 이들은 각각 애론손과 밀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시시하고 재미없는 토론’으로 꾸민 ‘성의 심리학’에 관한 녹음된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토론과 참여자들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강한 입회 의식을 치른 이들일수록 토론과 참여자들을 모두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곧, 자신이 힘들게 들어온 토론 그룹이 재미없다는 ‘부조화’를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이 그 토론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내리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부조화 이론은 ‘신참 괴롭히기’를 당한 이들이 그 모임에 애착을 두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인지 인류학자 하비 화이트하우스는 또 다른 설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함께 힘든 경험을 겪은 이들은 ‘사회적 애착’을 공유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대학의 브록 바스티안과 그의 동료들은 이 이론을 실험으로 보인 바 있습니다. 이들은 매운 고추를 먹거나 차가운 물에 손을 넣는 등의 행동을 같이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더 관대해짐을 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또한 진화적 관점에서 힘든 입부 의식이 그 집단의 수준과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값비싼 신호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계속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류학자 리차드 소시스와 코네티컷 대학의 에릭 브레슬러는 19세기의 미국 신앙촌들에 관한 연구에서 까다로운 입회 조건을 내건 종교 집단일수록 그렇지 않은 집단이나 다른 세속적인 집단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되었음을 밝혔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볼 때, 치미노의 이론은 ‘신참 괴롭히기’가 인간의 진화에 있어 어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답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 문제는 바로 새로운 멤버의 능력과 본성을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집단은 역사가 오래될수록 부와 지위를 포함한 다양한 자원을 축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들 집단은 이러한 축적에 기여하지 않은 이들이 무임승차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 집단으로 들어오는 이에게 큰 비용을 치르게 함으로써 약자를 배제하는 것이 바로 그 답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기존 멤버들의 지위가 더 강화됩니다. 알도는 이런 진화적 과정을 통해 인간이 ‘신참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심리적 기제’를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를 보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자원을 가진 가상의 집단을 상상하게 한 후 그 집단의 입회 조건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집단일수록 참여자들이 내건 조건은 더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신참 괴롭히기의 역사는 모든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이는 이런 전통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스포츠팀이나 대학의 동아리가 이런 전통을 유익한 것이라 여기는 것은 자연주의의 오류에 불과하며, 그 전통이 가진 위험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훨씬 덜 해로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사로 대체해야 합니다. 웨스트포인트가 진작 그렇게 했더라면, 오스카 부즈는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그 학교에 다닐 수 있었을 것입니다.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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