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법원은 지난 17일 네오나치 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관들은 국가민주당(National Democratic Party, NPD)이 국가사회주의와 연관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독일 헌법에 위배되는 순수 게르만 민족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로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네오나치당의 합법성 논란이 일단락된 셈입니다. 네오나치당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으나, 가장 최근의 시도는 2013년 연방 상원이 제기한 헌법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가 요구하는 정당 금지 기준은 매우 엄격합니다.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특정 정당을 금지하려면 정당의 목표가 사악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 계획을 실현할 “실질적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죠.
나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극단주의 세력에 유난히 민감한 독일이 유럽인권재판소 기준의 시험대가 되리라는 것은 예측된 일이었습니다. 독일에서 정당이 금지된 사례는 딱 2번, 그것도 히틀러의 기억이 생생했던 195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해당 정당이 서독의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했음에도 금지 결정이 내려졌던 터라, 이번 판결은 선례를 뒤집은 것입니다.
이번 판결의 근거는 탄탄합니다. 국가민주당 당원 수는 감소세로 2015년 현재 5,200명에 그치고 있으며, 최근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고작 1.3%를 득표하는 데 그쳤죠. 작년에는 그나마 보유했던 지방의회 의석 하나도 잃어버렸고, 유럽의회에서 의석 하나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소원을 제기했던 측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가민주당이 독일 사회에 위협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면서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난민을 위협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현상이 매우 예외적으로만 발생하고 있으며, 독일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충분한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며, 우파 극단주의에 대한 독일의 유별난 대응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한 원인 중 하나가 또 다른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lternative for Germany, AfD)에 지지자들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독일대안당은 국가민주당의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만큼 극우적이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면모를 갖추면서 전국적으로 13%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느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인종주의자와 차별주의자들은 언제든지 새로운 깃발을 찾아낼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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