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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한때 쿠바 미사일 위기와 핵 전쟁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이었던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은 냉전 이후 이 세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습니다.

우리는 아마 역사상 어느 때 보다도 더 안전한 시대를 살고 있을겁니다. 대부분의 세상에서 살인률은 다른 폭력 범죄와 함께 하락하고 있습니다. 최근 UN 은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살인 사건이 지난 15년간 감소했으며, 20세기에 비해 전쟁의 파괴력 역시 약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동 지방애서 벌어지는 참화들도 스탈린, 마오, 히틀러의 대규모 학살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조기경보 프로젝트(Early Warning Project)’에서 수행한 연구는 1992년 이래 전쟁과 분쟁지역의 집단 학살이 명백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핵전쟁의 위협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전쟁을 대비해 만들어진 벙커는 나이트 클럽으로 바뀌었고, 영국 민방위(civil defense)는 과거에 존재했던 흥미로운 제도로 바귀었습니다. ‘핵 클럽’의 다섯 국가는 지난 20년 동안 핵무기의 제조와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을 성공적으로 지켜왔습니다.

상호 확증 강박(A mutually-assured obsession)

그러나 최근 핵무기의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9월 지금까지 핵 실험 중 최대규모의 다섯 번째 실험을 실시했고 UN 안전보장 이사회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제재를 북한에 가할 예정입니다. 또한 다수의 UN 가입국이 핵무기의 완전 폐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NATO 와 러시아,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냉전 당시의 엄숙한 분위기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정학 문제와 핵 위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펜타곤의 수장이었던 윌리엄 페리는 오늘날의 핵위협이 70년대와 80년대 보다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한 미군 장교의 묘사인 ‘미끼를 쉽게 물고 화를 잘 낸다(easily baited and quick to lash out)’는 묘사 또한 우리의 불안을 부채질합니다. 트럼프가 7,000개의 핵무기에 대한 최종 발사권한을 갖는 것은 분명히 인류의 위험이 더 커졌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즐거운 낙관주의자인 우리는 우선 핵 금지에 대한 태도들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오늘날 핵무기와 관련된 감정의 지정학이 어떠한지, 그리고 사실상 불가능한 상상이지만 2017년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감정의 지정학

도대체 핵무기는 왜 그렇게 사람들의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요? 지난해 영국이 트라이던트 핵잠수함을 현대화하려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거리에 나와 이에대한 분노와 적의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는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지만, 모든 인간의 도구가 그렇듯이 그 기준은 무시될 수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떨어진 후, 핵무기가 주는 심리적 효과는 어느 무기에도 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핵무기는 정치적 힘의 상징이자 궁극의 금기가 되었습니다.

영국은 2002년 이라크 불법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핵무기의 가능성 – 지금은 헛소리로 밝혀졌지만 – 을 이용했습니다. 다른 어떤 강력한 무기도 핵폭탄과 같은 정서적 효과를 가지지는 못합니다. 독가스 역시 1차대전 이후로 금기가 되었지만, 최근 시리아가 시민을 상대로 사용했음에도 그리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만약 시리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오바마가 그렇게 무난한 경고만을 던졌을까요?

그렇다면, 오늘날 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가장 안전한 지역은 어디일까요? 이를 알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데이터를 이용해 이를 모델링 해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2017년 1월 20일, 마침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이 있는 날, 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시뮬레이션 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핵무기를 가진 10개 국가의 핵무기 보유량과 이들이 다른 나라와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계산했습니다. 또한 ‘수치적 기후 예측 모델(numerical weather prediction)’을 통해 전면적 핵전쟁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를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는 전세계가 핵무기의 부산물인 죽음의 재로 뒤덮이며 결국 핵겨울이 온다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한 지역

컴퓨터 모델링 결과, 가장 안전한 지역은 남극으로 밝혀졌습니다. 남극은 다른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1959년 최초의 핵무기 협정이 조인된 곳입니다. 남극 조약에서 각 국가들은 핵무기 사용 금지와 함께 남극을 평화적 연구에만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남극에 살고 싶어 할까요? 극지방을 핵무기 비밀기지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냉전 당시 미국은 그린란드에 ‘프로젝트 아이스웜(Project Iceworm)’이라 불리는, 얼음 속에 거대한 핵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얼음 속 도시(the city under the ice)’로 알려진 이곳은 방사성 폐기물로 가득찬 거대한 벙커로 버려져 있고, 상부의 얼음이 계속 녹으면서 곧 지상으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자, 남극이 아니라면, 그 다음 장소는 어디일까요?

바로 남아메리카에서 3,200 킬로미터 떨어진 이스터 섬입니다. 지상의 다른 지역이 모두 불타는 동안, 당신은 신비한 모아이 석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스터 섬에 살던 이들은 이 석상을 옮기기 위해 섬의 모든 나무를 잘랐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rvive)”에서 이런 무차별 벌채가 이 외딴 섬을 생태학적으로 폐허로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환경을 파괴해 스스로의 멸망을 초래한 역사를 가진 이 섬만큼 핵전쟁을 피해 인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기 적절한 곳이 있을까요?

이스터 섬이 너무 비관적이라면, 마샬 아일랜드나 키리바시의 군도들도 있습니다. 이 섬들은 75만 제곱마일의 대양으로 둘러싸힌 열대 해안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떄 핵무기 실험 장소로 쓰였고, 방사성 폐기물을 먼저 뒤집어 쓴 이곳이 가상의 세계 핵전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것은 참 묘하게 들립니다.

핵무기 실험으로 우리가 지질학적 핵 인류세를 만들고 있는 동시에 우리는 공해와 기후변화로 지구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핵무기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다시 고려해야 할 때일 수 있습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류의 종말을 부르는 것이 핵무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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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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