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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미디어 실패의 교훈

  • 지난해 12월 31일에 뉴욕타임스에 실린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칼럼입니다.

2016년은 뉴스 업계에 있어 그다지 좋은 한 해가 아니었습니다. 몇몇 탁월한 보도들이 나오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커녕 공화당 경선 승리마저도 예측하지 못한 채 많은 이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으니까요. 우리는 번쩍이는 것만을 좇기에 급급했고,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뜯었으며, 깊이 파헤치지는 못했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도 못했습니다.

2008년 ABC, NBC, CBS 3개 방송 네트워크 저녁 뉴스가 후보자의 성명이나 토론이 아닌 독자적인 선거 관련 보도에 할애한 시간은 총 3시간 40분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고작 36분에 그쳤죠. 이 수치는 뉴스 프로그램을 모니터해 보고서를 발행하는 앤드루 틴덜(Andrew Tyndall)이 집계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개 네트워크 저녁 뉴스가 빈곤, 기후 변화, 마약 중독 관련 독자 보도에 할애한 시간은 0분이었습니다. “언론인들은 이슈(정책) 없는 선거전을 맞이했습니다. 리얼리티쇼 같은 지지율 경쟁식 보도를 추구하며 이런 상황에 순응할지, 중요한 문제를 더 파고들며 이에 저항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죠. 그리고 그들은 전자를 택했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납세 문제와 과거를 제대로 파헤친 소수 활자 매체의 활약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활자, TV, 인터넷 매체를 공통적으로 압박한 요소는 바로 돈 문제였습니다. 트럼프 보도가 시청률을 보장하는 반면, 빈곤 문제 심층 보도를 관심 있게 볼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CBS 사장마저도 지난 2월 트럼프의 대선 도전에 대해 “미국에는 해롭지만, 우리 CBS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 전체에 중요하지만, 돈이 안 되는 보도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인이 공공선을 위해 이 직업을 택한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보도를 위해 해외의 험지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언론인들도 있는데, 언론사 임원들도 때로는 시청률 정도는 포기하면서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트럼프는 이미 선거전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언론 보도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도 언론인과 학자들 사이에서는 TV가 트럼프에게 마이크를 준 것부터 잘못이고, 팩트체크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더불어 트럼프는 우리의 관심을 중요한 것에서 돌려버리는 데 대가다운 솜씨를 자랑했습니다. 원로 언론 비평가인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요한 것을 보도하는 언론인이지, 차 한 대 지나갈 때마다 짖는 언론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죠.

뉴스 업계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종적, 민족적으로도 다양성이 부족했지만, 사회경제적, 지리적으로도 편중되어 있었죠. 언론계 종사자 중 노동자 계급 출신이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보도는 종종 거만하고 피상적이었죠. 트럼프가 이용한 분노와 절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은 속기사가 아닌 기자를 길러내는 방법을 속히 찾아야 합니다. 뉴욕대학교의 제이 로젠(Jay Rosen)은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 인턴을 보내고, 베테랑 기자들은 “진짜 기삿거리”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세금 기록이 됐든, 정책 자료가 됐든,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요구해야 합니다. 양쪽의 말을 무조건 한 마디씩 인용하며 있지도 않은 논쟁을 만들어내는 “가짜 균형”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칼럼니스트로서 할 말이 아닌지도 모르지만, 거들먹거리는 논평보다는 보도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짜 뉴스를 골라내고 솎아내는 일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학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금지했다는 기사나, 교황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다는 기사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진실인 양 퍼져나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많은 사람이 거짓을 믿을 때, 우리는 보다 공격적으로 진실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주류 미디어가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좀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읽혀봤자 신뢰받지 못할 기사를 뽑아내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요? 의심이 들더라도 노력은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국가 원수는 제가 아는 전국구 정치인 중 가장 회피적이고, 무지하며, 유치한 인물입니다. 그의 당선에 기여한 많은 요소 가운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7년, 우리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유명인사가 아닌, 내용에 초점을 둔 보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이 건강 보험을 잃게 될지,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21%의 어린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시리아와 남수단에서의 학살은 계속될지, 무역 전쟁, 아니면 진짜 전쟁이 일어날지와 같은 문제들 말이죠. 2016년, 소수의 빛나는 예외를 제외하면 우리 언론인들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고 짖어대는 개와도 같았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오늘날 미국에는 건강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언론인들은 새로운 사명감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애완견이 아닌, 감시견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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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ope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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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페퍼민트 포함해서 수많은 진보 언론지들이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은 존나 요만큼이야 라며 희화화 하던 게 생각난다 ㅎㅎ
    아직도 자기들이 뭐가 문제였는지 제대로 모르는 듯...
    자기들의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틀렸을 '가능성' 조차 전혀 사유하지 못하는 독단성과 오만....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한 브렉시트, 트럼프 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 선거 당일 오전까지도 힐러리 당선 가능성이 90%를 넘는다며 CNN에서 보도했던게 기억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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