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페미니즘은 나라 안팎으로 큰 화두였습니다. 특히 강남역 공공화장실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한국 사회의 성평등 및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관심은 대대적인 논쟁과 토론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 단체와 다양한 운동 방식, 관련 도서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로라 베이츠가 2016년을 맞이하며 제안한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새해 결심은 2017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 운동에 투신할 여건은 안 되지만 세상을 바꾸어나가는데 기여하고 싶다면, 필자의 제안을 생활 속에서 조금씩 실천해 보세요.
올해는 또한 국정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으로 뜨거웠던 한 해 였습니다. 역사 교과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내용을 담는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열린” 교과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역사 교과서 논란은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이슈입니다.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노예제를 다루고 있다면 교과서가 아닌 동화책도 비슷한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자국 역사의 어두운 면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자리합니다. 역사 교과서 논란이 국정 교과서 사용을 1년 유예하고 국, 검정을 혼용한다는 교육부 발표로 끝나지 않을 이유입니다.
일상 속 성차별주의가 위험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류 언론 매체의 지면 등에서 “강간 문화(rape culture)”라는 단어의 등장 빈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핏 어색해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2012년 웹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강간범에게 물어봐” 포스트는 성폭행 가해자들의 생생한 댓글이 달리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내 일종의 “성지글”이 되면서 사회학 연구의 대상이 되었죠. 댓글을 꼼꼼하게 분석한 조지아주립대 연구팀은 일상적인 성차별과 성에 대한 “통설”이 가해자들의 자기합리화에 동원되고 있으며 강간문화의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의 한 보고서는 대량의 잘못된 디지털 정보를 현대사회의 주요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미국 시사지 아틀란틱은 올 초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에 반응하는 양상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의 결론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사용자들의 집중도 패턴이 정보의 질적인 차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후반기, 미국 대선을 전후로 “가짜 뉴스(fake news)”의 영향력은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
남북전쟁 종식 직후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에서 일어난 백인에 의한 흑인 대학살은 오랫동안 “인종 폭동(race riot)”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왔습니다. 이 사건이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대학살(massacre)”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문제 제기와 설득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NPR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일을 맞이해 이 같은 명칭 변경의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한 역사학자의 말처럼, 명명(命名)은 권력관계를 반영합니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 수많은 부침이 있었던 한국의 현대사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는 기사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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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