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나 “트랜스포머”에서 나온 듯한, 사람이 조종하는 4미터 크기의 로봇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과학 뉴스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의 조사팀은 이 영상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했습니다.
이 영상은 코타쿠(Kotaku), 영국 와이어드(Wired) 등 다수의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로봇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기업은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라이브 사이언스가 연락한 로봇 과학자들 역시 이 기업을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 영상을 올린 이의 웹사이트에는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지기 힘든 로봇을 만드는 가상의 로봇회사”에 관한 예술 프로젝트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는 바로 비탈리 불가로프입니다. 그는 이 영상의 로봇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로봇을 개발 중인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이름을 밝히기는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이 회사의 대표와도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의문의 사업
불가로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영상이 “한국 미래기술(Korea Future Technology)” 이라는 회사에서 촬영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 회사에 대한 정보는 이 영상과 불가로프 자신의 글 뿐입니다. 불가로프는 이 회사가 수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가로프가 올린 영상의 파일 이름에 의하면, 웹사이트는 hankookmirae.com 이며, 이 사이트는 올해 2월 임현국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불가로프는 그가 이 회사의 대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주소는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불가로프는 다음 주에 홈페이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서구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 세계의 문화는 조금 다릅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을 홍보하기 전에 먼저 진짜 제품을 만들기 원했습니다.” 불가로프의 말입니다.
도메인 주소에 나온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보자,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임현국 대표가 실제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연락처를 남겼지만 그와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불가로프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이 영상을 올린 것은 자신의 지인들을 위한 것이며, 이 회사는 로봇이 완성될 2017년, “적절한 언론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박 교수”가 개발을 맡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박씨는 한국에서 세 번째로 흔한 이름입니다.) 그는 이들에게 누가 투자하고 있는지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원래 우리는 이 영상을 홍보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믿거나 말거나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기술적 어려움
이 로봇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군사용 로봇과 비슷합니다. 로봇의 가슴에는 운전자가 앉아 있고, 그의 팔 움직임에 로봇의 팔이 그대로 반응합니다. (이런 로봇을 “메크(mech)”라 부릅니다.) 이 로봇에는 전력을 공급하는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로봇은 몇 걸음을 걷습니다.
점프하는 로봇을 개발한 바 있는 UC 버클리의 로날드 피어링은 이 영상에 나타난 로봇이 지금 가능한 기술들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피어링은 영상 속의 로봇이 꽤 무거워 보이지만, 외부 전력에 의해 이런 동작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피어링은 사람이 내부에 들어가 로봇을 조종하는 아이디어는 1960년대 이미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무거운 짐을 들거나, 장애인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만드는 엑소스켈레톤 로봇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영상의 로봇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 또한 이미 등장해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는 울퉁불퉁한 바닥 위를 두 발로 걸을 수 있습니다. 조지아텍의 두루스(DURUS) 로봇은 인간처럼 발꿈치와 발끝을 모두 이용해 걷습니다.
피어링은 이 영상의 로봇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정도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2천만 달러(약 240억원)와 수 년의 개발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에 대한 의문점도 존재합니다. 불가로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로봇이 걸을 때 땅이 흔들렸다고 말했지만, 카메라와 로봇 주변의 물체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을 찍은 공간 또한 미국의 학교 연구실이나 심지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연구실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로봇 개발은 지저분한 작업입니다.” 조지아텍에서 두루스를 만든 크리스찬 후비키의 말입니다. “온갖 부품을 분해했다 조립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기어를 부드럽게 만드는 오일이 사방에 흩뿌려집니다. 이 영상은 심지어 바닥에도 흠이 하나 없습니다. 이렇게 큰 로봇을 수 많은 시간 동안 테스트 했을텐데 바닥에 기스 하나 나지 않았다는게 말이 되나요?”
그는 사람들이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로봇 주위에 너무 가까이 있으며 안전 고글도 쓰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불가로프는 이 회사의 대표가 연구실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스타일이며, 이 영상은 적절한 처리를 거친 것이라 말했습니다. 피어링 역시 아시아의 로봇 연구실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에는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후비키는 로봇의 다리 관절이 1.5톤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에 비해 너무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여기 발목을 보시면 이렇게 커다란 다리가 움직이는데도 영상의 한 프레임 정도의 시간 만에 움직임이 멈춥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충격을 최소화했는지 정말로 궁금하네요.”
불가로프는 관절의 완충장치에 의해 동작이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로봇을 실제로 그대로 사용할 계획은 아니며 이족보행이나 팔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같은 다양한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은 이 로봇이 고르지 않은 바닥을 걸을 수 없지만 공장에서는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종석과 로봇 팔을 자동차 위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공사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어링과 후비키 역시 때로 실제 판매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로봇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1.5톤의 로봇을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극단적인 예라고 후비키는 덧붙입니다.
“팔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로봇을 만들었다는건, 마치 최신 조종석을 자랑하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후비키의 말입니다.
불가로프에게 직접 이 로봇이 실제로 존재하냐고 묻자 그는 “로봇이 실재하며, 더 많은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어링은 어쩌면 이 회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고의적으로 자신들의 정보를 감추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의 기술을 과장했던 다른 회사들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번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CAD(컴퓨터로 그린 도면)와 실제 영상을 합성하고 이를 밝히지 않은 채 투자를 받은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후비키는 더 회의적입니다. “이 영상은 분명 흥미롭지만,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말로 다른 로봇 연구팀과 전혀 연결되지 않은 비밀스런 어떤 회사가 굉장한 기술을 가진 거대한 로봇을 실제로 개발하는 일, 그리고 그 결과를 언론에 정식으로 홍보하기 보다 마침 한 비디오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린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일인지 말입니다.’”
(라이브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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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설명문에 링크되어 있는 누리집의 내용이 CG 관련인 걸로 봐서 뭔 게임 같은 걸 광고하려고 올려놓은 게 아닌가 싶은데... 기사에도 이 정도 로봇을 만드려면 이천만 달러는 들여야 된다고 하는데 그럼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진작에 홍보 수단을 강구해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였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누리집을 만들겠다라... -_-a 아니면 순siri가 탈 거라서 모든 게 비밀? ㅋㅋㅋ;
공과대학원생입니다. 영상 공개 이후 국내 언론에도 소개되었는데요. 공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구개발에는 상상이상의 노력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는 기초연구, 원천기술이 부족한 현실도 한목 한다고 봅니다만 논점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연구비를 유용하거나 빼돌리기 쉬운 시스템도 아니고요. '아바타', '메트릭스' 등 언론에서 사용하는 워딩을 살펴봐도 일반인도 군사기술과 연계성을 떠올릴 수 있는데, 위와 같은 기술은 충분히 비공개로 연구개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찾아보니깐 한국방송에서 직접 찾아간 기사가 있네요. 기자가 직접 타보기도 하고... 누리집 내용도 그렇고 운전자가 너무 편해보여서 CG 아닌가 생각했더니만 ㅋㅋㅋ; 그냥 이름값의 문제였나 봅니다. 어느 정도의 제품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잘 되었음 좋겠네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8919921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어제 기사가 나왔네요... ㄷㄷㄷ 실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