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일어났느냐고요? 아직 모르셨어요? 홀로코스트 자체가 통째로 날조된 일입니다. 홀로코스트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 6백만 명이 숨진 일도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요. 홀로코스트는 진실을 왜곡해 그로부터 이득을 취하려는 유대인들의 음모론이 빚어낸 날조극일 뿐입니다. 실제로 유대인들이 있던 수용소 어디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가스가 쓰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결론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홀로코스트는 없었습니다.
이 답변에 만족하십니까? 만약 당신의 자녀가 역사 공부를 할 때 이런 견해를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국, 프랑스, 헝가리, 네덜란드, 영국에서 누군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이런 답변이 나온다면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렇다면 구글 이야기를 또 해야겠습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인류가 정보를 얻는 첫 번째 통로인 인터넷,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구글이 홀로코스트에 관한 질문을 하면 찾아주는 정보 가운데 정확히 저런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창에 “did the hol” 까지만 입력하면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나머지를 완성해줄 겁니다. “Did the Holocaust happen? (홀로코스트는 일어났나?)”으로요.
구글이 찾아주는 검색 결과의 가장 위에는 네오나치 사이트인 스톰프론트(stormfront.org)가 자리합니다. 스톰프론트에 실린 글의 제목은 “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이유 10가지”입니다. 검색 결과의 세 번째 글의 제목은 “날조된 홀로코스트. 사실 홀로코스트는 없었다.”이고, 다섯 번째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 50가지”입니다. 일곱 번째에는 “홀로코스트가 정말로 일어났나?”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 검색되고, 아홉 번째는 “유대인을 집단 학살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 증거는?”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이는 검색엔진 문제를 다루는 웹사이트 “SearchEngineLand”의 편집인 대니 설리번이 구글 검색 알고리듬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예로 든 사례입니다. 설리번은 구글 검색에 관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소수 인종으로 몰려 위기에 처한 백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 인종 문제의 현실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 네오나치 사이트인 스톰프론트가 자기 사이트를 소개한 문구입니다. ‘반유대주의 반대 캠페인’을 이끄는 기디온 팔터는 이런 사이트가 새로운 세대의 극단적, 폭력적, 극우 성향을 부추기는 데 쓰인다고 지적합니다. 노르웨이에서 백 명 넘는 젊은이들을 살해한 안데르스 브레이빅이 즐겨 찾던 사이트도, 이용자들이 토론방에 모여 영국의 여성 의원 조 콕스 살해를 두고 기쁨을 나누던 사이트도 다 비슷한 웹사이트입니다.
홀로코스트가 정말로 일어났는지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곳 가운데 이 사이트는 가장 권위 있는 사이트라는 게 구글의 답변입니다. 배운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를 반박할 만한) 다른 근거를 찾아볼 겁니다. 구글의 검색 결과 첫 페이지 아래쪽을 보면 연관 검색 주제 혹은 이런 내용도 있다는 추천 검색어가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론”, “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일어난 증거”, “홀로코스트 거짓말 증거”,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영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음모론”, “홀로코스트가 세계 2차대전 중 일어났다.”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주 저는 가디언의 옵저버에 우파 성향의 웹사이트들이 어떻게 인터넷 공간의 일부를 성공적으로 장악했는지에 관해 칼럼을 썼습니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듬을 어떻게 악용했느냐에 관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엘론 대학교의 조나단 올브라이트 교수의 연구와 시선을 사로잡는 인터넷 정보망 지도를 소개하며 극우 성향의 거짓 정보가 주류 매체와 정보 유통망에 침투해 마치 암세포처럼 퍼져나가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어떻게 엄청난 돈과 자원을 보유하고 동원할 수 있는 구글이 (검색 결과의 일부라지만)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 사이트에 장악당한 걸까요?
꽤 많은 반향을 일으킨 칼럼을 쓴 지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구글은 저희가 예로 든 결정적인 사례만 급하게 손 봤을 뿐 여전히 검색 알고리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jews are evil (유대인은 사악하다)”을 비롯해 저를 당혹게 했던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과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나온 열 개 가운데 여덟 개 글이 유대인은 사악한 게 맞다는 답변을 하는 상황에 대한 논평이나 해명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자, 검색 결과를 직접 수정한 것으로 논평을 대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구글이 (검색 알고리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나 무엇을 어떻게 바꿔서 검색 결과가 달라지게 한 건지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편집 방향이나 지침에 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유대인은 사악하다”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 주장이 검색 결과 중에서도 돋보이게 글상자까지 담겨있지는 않지만, “이슬람교는 사라져야 한다.”는 마찬가지로 위험한 주장은 그대로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글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권위 때문에 구글에서 찾은 정보는 쉽게 사실로 받아들여져 빠르게 퍼집니다.
이런 거짓말은 논란의 여지 없는 혐오 발언입니다.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는 극악한 선동입니다. 구글이 앞장서서 이를 퍼뜨리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구글은 이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거나, 걸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데이터과학자 캐티 오닐은 구글도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가담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제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구글에서 이런 내용이 버젓이 검색되는 상황을 계속 내버려 두면 분명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전반이 영향을 받고 우리 모두 해를 입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혐오 발언이 퍼지고 증오 범죄가 일어나는 걸 용인할 수 있느냐, 세상이 더욱 어둡고 진흙탕 같은 곳이 되도록 거짓말을 계속 지어내느냐에 관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구글이 법을 얼마나 엄격히 준수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렸습니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으면 구글이 법을 지킬 이유는 없을 겁니다. 당장 구글은 이런 검색 결과의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되는 내용의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올립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이들, 음모론의 존재가 결국 구글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셈입니다. 구글의 알고리듬을 악용한 네오나치 웹사이트 스톰프론트는 명성을 얻고 당장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범죄자 후보군을 발굴하고 키워낼 인재풀을 찾은 셈입니다. 지난주 영국 그림자내각의 문화언론체육부 장관 내정자인 치 온우라는 이 문제에 우려를 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습니다. “아마도 구글은 자신들의 책임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책임. 이 사안을 가장 핵심적으로 요약해주는 단어입니다. 책임 소재는 분명 구글에 있습니다. 구글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구글이 검색 알고리듬을 만들고 코드를 짜 검색 결과가 어떻게 나오도록 정해놓았습니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니 모른다고 넘길 수 없는 일입니다. 구글이 코드를 어떻게 짜고 특정 정보의 권위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길래 스톰프론트 같은 사이트에서 만들어낸 거짓 선전이 검색 결과에 나오는 것인지 분석하고 해명하는 게 구글의 책임이 아니라면 누구의 책임이란 말입니까? 온우라 장관 내정자는 이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우리는 앞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안이고 이미 만연한 문제인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이런 다국적 거대기업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기까지 방치해 온 우리 모두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정말 이렇게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지 않나요? 구글 투명성 프로젝트(Google Transparency Project)는 구글과 미국 정부 사이의 로비 내용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돈을 얼마나 쓰고 구글과 규제 당국 사이에 인사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분석한 구글 투명성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미국의 경우 251명의 인사가 구글에서 정부로, 혹은 정부에서 구글로 이직했으며 유럽에서는 80명이 같은 경로를 밟았음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거대 권력이 되어 버린 구글의 작동 방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구글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칼럼을 쓴 뒤 구글 영국 지사의 홍보팀장인 피터 배론이 제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배론은 구글과 제 칼럼을 실은 매체인 가디언 미디어 그룹이 얼마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는지를 부각하며 에둘러 유감을 표했습니다.
구글의 사업 모델은 중립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운 것입니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 인간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완전히 중립적인 과정을 거쳐 정보를 분류하고 찾아내 보여주는 마법 같은 검색 알고리듬은 구글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구글이 기존 언론사나 콘텐츠 제공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기존 언론에 대한 규제와 같은 잣대로 규제받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내세운 마법 같은 검색 알고리듬은 어쩌면 대단한 신통력이 없는, 기존 언론의 편집 기능과 근본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지난 한 주 동안 힘을 얻게 됐습니다. 당장 유대인이 사악하다는 내용만 콕 집어 삭제한 구글의 처방이 이를 방증합니다. 여기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구글의 책임 있는 대처를 끌어내지 못하는 정부와 주류 언론, 나아가 우리 모두의 실패가 문제를 막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증오 범죄를 부추기는 혐오 발언을 근절하거나 억제하지 못하고 이를 퍼뜨리는 우리는 모두 공범인 셈입니다.
극우 세력은 전 세계 곳곳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득세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닙니다. 더 멀리, 더 많은 이들에게 퍼지는 극우 콘텐츠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가 정말 일어난 게 맞느냐, 유대인은 악마 같은 사람들이냐, 이슬람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느냐는 등 질문의 외피를 바꿔입을 때마다 맞춤형 답변도 다양한 모습을 띠었지만, 혐오를 부추기는 본질은 같습니다. 극우의 관점과 논리에 따라 역사를 세탁하고,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을 다시 세뇌하고 질문과 답변의 관점을 바꿔가며 사람들의 대화 주제를 바꿔 결국 자신들의 뜻에 맞는 배타적인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결국 시민인 것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며 역사를 만들고 써가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지금 내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우리 아이의 태블릿PC를 통해 클릭 한 번이면 펼쳐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감시할 수 있도록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선택지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행동에 나서거나 구글이 던져주는 사실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유대인 6백만 명이 살해되지 않았다는 ‘사실’, 홀로코스트는 날조된 음모라는 ‘진실’을 말입니다. 기억은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잊지 않고자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거짓에 씌워진 진실의 탈은 갈수록 정교해질 것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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