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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인자동차의 윤리적 딜레마,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무인자동차가 확산되면 교통의 효율성, 공공 안전, 개인의 편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업계는 무인자동차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 마지막 남은 기술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 있는 단계죠.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무인자동차를 마음 편히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윤리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무인자동차는 운행 중 탑승자의 안전과 다수 보행자의 안전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선택의 알고리즘은 누구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짜여야 할까요?

우리는 이런 문제를 다룬 논문들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자기방어형 무인자동차”와, 탑승자가 다치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공리주의적 무인자동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실험입니다. 다수의 응답자가 후자가 더 윤리적이며 그런 종류의 차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그런 차를 사지는 않을 것이며 내가 탈 차라면 반드시 전자로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죠. 즉, 자신이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동차를 사지는 않겠다고 답한 것입니다.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이죠.

해결책으로는 우선 정부 규제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잠재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무인자동차를 정부가 강요하는 규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이 문제에 주로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한 관계자가 그런 상황에서 무인자동차는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곧 이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발표가 뒤따랐죠. 이렇게 자동차 제조업체도 같은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중을 외면한 채 고객의 안전을 지키는 자동차를 만들지, 아니면 윤리적이지만 아무도 사지 않을 자동차를 만들지 사이의 고민이죠.

자동차 업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는 매우 드물며, 딜레마에서 한쪽을 택하기보다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 자체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결국 대중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딜레마 상황에 대해 안심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기 전까지 무인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6월, 무인자동차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인자동차가 탑승객이 아닌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고가 일어나면 또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메르세데스벤츠가 말을 바꾸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 주제를 꺼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포드의 빌 포드 주니어 회장도 최근 자동차 업계가 대중들과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무인자동차의 윤리성에 대한 의견을 올리고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습니다.

무인자동차가 빨리 대중화되면 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하고도 지루한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마음 편히 해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에도 진지하게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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