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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행복은 우리를 덜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직원들을 더욱 열심히 일하고 창의적으로 만들려는 기업들은 이를 위해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최고 행복 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라는 임원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긍정적 사고보다는 집요함과 문제 해결 능력이 창의력과 관련이 더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켄트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아나 조르다너스와 서섹스 대학의 언어학자 빌 켈러는 50년이 넘게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창의력에 관한 연구를 분석해 창의력의 14가지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이 가운데 행복은 없었습니다.

창의력은 복잡한 감정입니다. 조르다너스와 켈러가 발견한 14가지 요소는 일의 종류에 따라 각기 중요도가 달랐습니다. 서로 다른 창의적 행동을 추동하는 요소는 달랐지만, 특히 어떤 하나의 특성이 더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노스텍사스 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데이비스는 창의력에는 처음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의 두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감정과 창의력에 대한 논문들을 조사했고, 긍정적인 기분이 첫 단계, 곧 정보를 처리하고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는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비판적인 사고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애를 해결하고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는 즐거운 기분이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곧 문제 해결 단계에서는 판단을 내려야 하며, 여기에는 비판, 평가, 실험, 실패라는 즐겁지 않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일을 끝내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고 데이비스는 말합니다. 이는 곧 부정적 감정이 창조적 사고에서 실제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라이스 대학의 심리학자 제니퍼 조지와 징 조우 또한 도전이나 위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지만, 훌륭한 창의적 결과물을 내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불쾌한 감정이 우리 자신에게 지금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1주일 동안 160명 이상의 직원에게 그들의 기분과 상사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물었고, 상사에게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가장 높은 창의력 점수를 받은 이들은 강한 부정적인 감정과 강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상사의 신뢰를 받는다고 생각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상사를 두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이들의 창의력 점수는 훨씬 낮았습니다. 가장 창의력이 낮은 이들의 감정 상태는 복잡했고, 나쁜 상사 아래서 일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물론 이 결과만 놓고,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감정의 폭풍 속에 살아야 한다고 곧이곧대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스탠포드 연민 및 이타주의 센터 소장이며 “행복의 트랙(The Happiness Track)” 저자인 엠마 세팔라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강한 긍정적인 감정은 때로 강한 부정적인 감정만큼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때문에 심하게 감정적일 때에는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예일 의대의 뇌과학자 아미 아른스텐은 뇌과학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합니다. 곧 창의력을 위한 최적의 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분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며, 행복이나 의도적인 스트레스 상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강한 감정적 상태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창의력과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의 기능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전두엽은 강한 감정적 자극에 대해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이는 적당량일 때에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전두엽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며,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창의성도 차단됩니다. 곧, 지금 일의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해야 할 일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냉정함이 중요합니다. 일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아직 그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습니다.

아른스텐은 우리가 그 일을 마칠 수 있다고 느끼는 한, 우리는 전두엽이 멈출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따라서 적당한 불확실성과 부정적 감정을 관리할 수 있고, 그 결과 동기를 끌어내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힘든 일이며 절망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감정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 과정 내내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입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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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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