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과학 중에서 정치와 가장 비슷합니다.
정치의 경우, 유권자들은 한 쪽 편을 택해 끝없이 토론하거나 혹은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저 받아들입니다. 물리학자들 역시 어떤 이들은 양자역학을 그저 받아들이고 이를 적용하는데만 신경쓰는 반면, 다른 어떤 이들은 양자역학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끝없는 논쟁을 벌입니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원래 그런 논쟁과 거리를 두고 양자역학을 그저 받아들이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83세가 된 이 노벨상 수상자는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모르겠어요.” 지난 달 30일, “과학저술발전위원회(Council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Writing)”가 산 안토니오에서 주최한 한 세션에서 그는 말을 꺼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양자역학을 예전처럼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와인버그가 양자역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양자역학에 만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만족하는 사람들조차도 양자역학의 의미에 서로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입니다.”
양자역학은 시작부터 논란과 함께 했습니다. 100여년 전, 막스 플랑크,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닐스 보어는 19세기의 물리학이 열, 빛, 원자 등의 새로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1920년대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윈 슈뢰딩거, 폴 디락, 막스 보른 등의 물리학자들은 오늘날 세상에 대한 물리적 설명의 근본이 되는 양자역학적 수학을 만들었습니다. 와인버그는 양자역학을 “원자 만이 아니라, 원자 핵, 전기 전도, 자기, 전자기파, 반도체, 초전도체, 백색 왜성, 중성자성, 핵력, 소립자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양자 이론이 가진 힘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댓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도 거부했던, 양자역학이 가진 비직관적인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양자 역학은 모든 사건이 먼저 일어난 사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뉴턴 식 결정론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야구 배트에 맞은 공의 초기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안다면 그 공이 어디에 떨어질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자연 현상에 확률적 요소를 부여했습니다. 전자가 원자로부터 튕겨 나올때, 우리는 그 전자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습니다. 양자역학은 전자가 갈 수 있는 방향을 확률과 함께 말해줍니다. 파동함수라는 수식은 우리가 전자를 측정할 때 각 위치에서 그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계산하게 만들어줍니다. 실험을 반복한다면, 양자역학이 예측하는 확률대로 결과는 나옵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양자역학에 반대했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의 또다른 기이한 특징에도 반대했습니다. 이는 동시에 만들어진 두 쌍의 입자가 가지는 성격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원자에서 탄생한 두 광자는 아무리 멀리 반대쪽으로 날아가더라도 하나의 양자 상태를 가집니다. 곧, 한 광자를 측정했을 때, 그 측정 결과에 따라 그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광자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현상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와인버그는 이들을 “도구주의자(instrumentalist)”와 “실재론자(realist)”로 부릅니다. 도구주의자들은 파동함수를 그저 실험 결과를 계산하기위한 도구로만 여깁니다. 즉, 실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실험 결과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실재론자들은 파동함수가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시간에 따라 변하며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현실을 설명하는 어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와인버그는 도구주의자들의 관점을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오직 대상을 측정하는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만 알 수 있을 뿐, 실제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구주의자들은 바로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편, 실재론자들은 “현실”에 대해서 말하지만, 이를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현실이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는 식의 엄청난 복잡성을 요구합니다. “현실에서 파동함수는 시간에 대해 완벽하게 결정론 적으로 동작합니다. 하지만 극히 복잡하게 움직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양자 현상(즉, 모든 현상)은 특정한 하나의 ‘진행’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진행’ 외의 다른 ‘진행’, 또는 “역사들(histories)”은 알 수 없게 됩니다.)
와인버그는 하나의 역사를 가지는 실재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무관하게, 실재론자들의 접근은 왜 측정이 양자 확률의 규칙을 따르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말처럼 모든 현상이 다양한 ‘역사들’의 ‘진행’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하나의 ‘진행’에서 양자 확률 규칙이 성립되어야할 이유는 없게 됩니다.
이때문에, 와인버그는 어쩌면 확률이 인간의 측정에 의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되는, 양자역학보다 더 심오한 이론이 나올 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양자역학을 일반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만족할만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양자 이론을 대체하는 새로운 이론이 당장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아닐 수도 있구요. “혹은, 이런 흐름은 그저 양자이론이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가 나타내는 한 가지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양자 이론은 그 자체로 옳은데 말이지요.”
아니면,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또다른 가능성은 있습니다. 마치 과거 고전 역학을 깨고 양자 역학이 나왔던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는 것이지요. 내일 당장 어떤 대학원 생의 한 논문이 모든 것을 설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나는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 지금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말이죠.”
와인버그는 한편, 어떤 새로운 이론이든 당대의 관점에서 이를 판단하는 데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합니다. 그는 뉴턴의 중력도 당시의 과학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뉴턴의 이론은… 그의 동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뉴턴의 중력은 서로 떨어져 있는 대상 사이에 힘이 작용하며, 밀거나 당겨주는 도구 없이도 행성이 자신의 궤도를 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과학에 어떤 신비한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었고, 당시 데카르트를 따르던 이들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게다가 “중력은 근본적인 철학적 요소로 환원될 수 없었고, 이때문에 라이프니츠를 따르던 이들도 이를 거부했지요.” 뉴턴 역시 케플러의 생각이나 행성의 궤도 크기를 어떤 근본적인 원칙으로 설명하려던 이들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뉴턴의 이론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양자 역학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18세기 말이 되자, 모든 이들은 뉴턴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적어도 극히 잘 맞는 근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는 우리가 새로운 물리 이론에 대해 기존의 철학적 관점을 너무 강하게 들이 대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지요. 그 이론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의 기준을 바꿔야 할지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사이언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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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님의 과학관련 번역 글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와인버그는 하나의 역사를 가지는 실재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무관하게, 실재론자들의 접근은 왜 측정이 양자 확률의 규칙을 따르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말처럼 모든 현싱이 다양한 ‘역사들’의 ‘진행’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하나의 ‘진행’에서 양자 확률 규칙이 성립되어야할 이유는 없게 됩니다.
이단락에서 현싱이->현상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소심하게 지적해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수정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