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학위와 올A 성적표가 너무나도 흔해진 시대, 기업들은 입사지원자들에게 새로운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턴십이죠. 오늘날 금융, 언론, 정계 등 구직자들에게 인기있는 업계의 커리어는 대부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짜리 임시직에서 시작합니다. 영국 정부가 파악한 현재 영국 내 인턴수는 7만 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중 3분의 1은 무보수로 일하고 있죠. 이는 런던에 거주하는 부유층에 유리한 구도입니다.
무보수 인턴들의 고충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있어왔습니다. 11월 4일에는 보수당 소속의 알렉 셸브룩 의원이 모든 인턴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하는 법안을 상정할 예정입니다. 셸브룩 의원은 무보수 인턴십이 부유층 학생들에게 디딤돌을 더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죠.
의원 한 사람의 목소리는 묻힐 수도 있지만, 지난 달 말에는 고용부 장관이 직접 정부도 무보수 인턴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레사 총리가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사회적 이동성과 관련있는 문제라면서요. 정부는 셸브룩 의원의 안처럼 무보수 인턴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은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저임금 적용을 보다 엄격하게 시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학점 취득 과정 등을 제외하고, “일”에 해당하는 것을 하고 있는 모든 인턴은 최저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현재 무보수 인턴십의 대부분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관련 단체도 있죠. 하지만 정부의 단속 역량은 부족하고, 차후 취업에 차질을 빚을까 두려워하는 인턴들은 보수를 받지 못해도 불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과연 인턴이 하는 일을 어디까지 최저임금일 적용되는 “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만큼 명확치 않습니다. 여러 인턴 자리가 인턴에게 실질적으로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을 시키기 전에 단순히 사수를 따라다니거나 업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키기 때문이죠. 이때문에 관련 정부 위원회에서는 초반 4주에는 무보수 인턴십 운용이 가능하되, 4주 후부터는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죠. 2년 전 프랑스에서는 인턴이 2개월 동안은 무보수로 일할 수 있고, 그 이후로는 최소한 최저임금의 3분의 1(약 4500원)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 바 있습니다.
노동당이 인기없는 당수 제레미 코르빈의 지휘 하에 머뭇거리는 동안, 보수당은 무보수 인턴 관련 정책으로 “허덕이는 중산층”의 마음을 얻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떻게든 자식의 대학 등록금까지는 댈 수 있지만, 수 개월 간의 무보수 인턴 기간 동안 런던의 월세와 생활비까지는 대줄 수 없는 수많은 부모들이 보수당 지지로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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