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아래 서평은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2006년 11월, 그의 아내 앤 드루얀에 의해 출간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 대한 당시의 서평입니다. 한국어판은 동명의 제목으로 사이언스 북스에서 2010년 출간되었습니다.)
하늘에 흩뿌려진 “수십억” 개의 별들과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수십억” 개의 뉴런 연결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라고 말하던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코넬의 천문학자이자 “에덴의 용”,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등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이며, 또한 PBS 프로그램 “코스모스”의 총감독이며, 자니 카슨 쇼에 정기적으로 출연했고,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설득력 있는 무신론자였으며, 우주의 경이를 전달하는 사람이었고 핵무기 반대론자였으며, 또한 과학은 종교를 포함해 성역 없이 도전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1996년 12월 연이은 골수 이식수술 이후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 후, 우리 지구의 운명이나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와 같은, 그가 이야기하기 좋아했던 주제들의 운명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진화론을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에 문제를 제기한 이들도 있었고 NASA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포기하려 했으며, 기후 변화 또한 무시하려 했습니다. 게다가 광신자들은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를 충돌시켰고, 이는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으로 이어져 과거 십자군의 망령을 다시 깨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칼 세이건이 다시 우주에 관한 논쟁을 위해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11월 출간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를 통해서입니다. 이 책은 1985년 글래스고에서 칼 세이건이 과학과 종교의 경계를 탐험하며 가졌던 강연들에 기초한 것으로, 그의 부인이자 동료였던 앤 드루얀이 편집했습니다.
칼 세이건의 새 책을 읽는 것은 시끄러운 파티에서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 그가 아직 머리가 벗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정하게 술을 한 잔 하기 위해 조용한 장소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과학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지적인 경배(informed worship)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주론의 역사와 태양계 여행 가이드, 뇌에 환각제 수용체가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지는 의미 등을 포함한 강연의 시작 부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적 문제를 지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칼 세이건은 강연 도중, 종교적 근본주의에 빠진 지도자가 핵전쟁을 신의 계획이라 생각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그는 어쩌면 핵전쟁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할지 모릅니다. 멈출 이유가 뭐야? 라며 말이지요.”
또한, 그는 종교가 미국의 시민권 운동에서처럼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합니다.
한편 그는 어떤 기독교 국가도 외교에 있어 서로 사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핵무기 시대에는 ‘너 죽고 나 죽자(mutually assured destruction)’라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기독교는 적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적의 아이들을 불태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지난 12월 사담 후세인이 처형되었을 때, 그 말은 더욱 공허한 울림이 되었습니다.
칼 세이건의 이 강의는 19세기부터 이어진 자연 신학에 관한 저명한 기포드 강연 시리즈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드루얀이 칼 세이건의 강의를 다시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그녀 역시 종교적 근본주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를 같이 썼으며 남편 칼 세이건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콘택트”를 제작한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2년 전 행성학회(Planetary Society)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이용해 발사하려다 실패한 태양광을 이용한 우주선 프로젝트의 리더였습니다. 또한, 지금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는 보이저 우주선에 실린 키스 소리를 과학 작가인 티모시 페리스와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원래 남편과 함께 그의 기포드 강의에 바탕을 두고 “코스모스(Cosmos)”의 후속으로 과학 혁명이 정신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에토스(Ethos)”라는 시리즈를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나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유아적 믿음을 깰 수 있는 힘으로는 오직 과학 외에는 어떤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입니다.
그러나 “에토스” 시리즈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 강의들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9/11 이 일어났고, 진화론 공교육에 대한 공격을 필두로 갈릴레오 시대부터 이어진 과학과 종교의 전략적 휴전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분노했지만, 그들은 이 분노를 키우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드루얀과 점심을 먹을 때 그녀가 한 말입니다.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과 같은 책은 신랄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칼이나 도킨스는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더 신에 관해 진지한 이들입니다. 이들은 진지하게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에요.”
약 1년 전,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강의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코넬이 보관하고 있던, 칼의 유품 중 어릴 때 사진과 성적표 등을 포함한 1,000개가 넘는 파일 캐비넷에서 “에토스”라는 이름의 파일 아래 보관된 강의 노트들을 찾아냈습니다.
그 노트를 읽는 동안 그녀는 “그가 얼마나 예언적이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이 자료들을 정리해서 가져가자 펭귄 출판사는 하루 만에 이 책의 출판을 결정했습니다.
그녀는 책의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그의 강의 이름을 원래 “우리가 누구인지를 찾아서(The Search for Who We Are)”로 지었지만 앤은 1901년과 1902년 기포드 강의의 내용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으로 펴낸 윌리엄 제임스를 따라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으로 바꾸었습니다.
언제나 질문을 빠뜨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칼 세이건은 그의 강의 중 한 번은 왜 성경의 신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 우주의 명백한 진실을 모르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예를 들어, 왜 누구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계명은 없을까요? 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석판처럼 왜 달에 십계명을 새기지 않았을까요?
만약 달에서 그런 기록이 발견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물을 것입니다. 칼 세이건은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다양한 가설들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겠죠.”
책의 끝부분에서 칼 세이건은 신앙과 과학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우리가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실패할 겁니다.”
또 그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찾는 노력은 자기만족이나 분노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주를 우리가 감정적으로 믿고 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새로이 발견한 사실들이 말해주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칼 세이건은 다양한 모습을 지녔지만, 신랄한 비평은 그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1996년 자신의 책에서 칼 세이건을 지구의 가장 이상적인 대변인이라고 말했던 도킨스가 한마디 말을 보탭니다. 도킨스는 칼 세이건이 성직자나 이슬람 종교지도자보다 더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더 종교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더 많은 대상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종교인들은 청동기 시대의 신화, 중세 시대의 미신, 그리고 유아적인 소망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칼 세이건은 우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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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질문을 빠뜨리지 않는 사람으로써 -> '사람으로서'가 맞을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