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대화 중에 만약 빌리 부시가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도널드 트럼프가 성추행할 뻔했던 경험을 자랑하듯 말한 데 대해 당시 “Access Hollywood”의 진행자였던 빌리 부시는 트럼프를 부추기는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약 그 순간 주제를 바꿨다면, 이 유명한 억만장자의 입을 닫게 했을지 모릅니다.
상대방의 저질 발언에 대해 아주 약한 반론을 제시하기만 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이는 심리학 연구는 많습니다. 물론 이는 그런 행동이 그만큼 더 어렵다는 것을 알려줄 뿐입니다. 특히 상대가 직장 상사거나 친구, 또는 유명인일 때 더욱 그럴 겁니다.
그 연구들은 인종이나 성에 관계된 쓰레기 같은 주장이 일상의 대화에 등장하는 요즘 같은 선거철에 특히 유용합니다. 오늘날 정치적 토론에 등장하는 주제에 관해 사람들은 점점 더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많은 연구가 상대의 편견을 반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줍니다. 하지만 상당히 정중한 반대, 또는 그저 특정 표현에 약간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행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일상에서 서로가 대립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연구하였고, 서로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불편한 대화를 멈추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상대가 팀의 주장이거나 자신의 고용주와 같이 더 큰 힘을 가졌을 때도 가능합니다.
만약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경우, 결국 수동적인 공범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처구니없는, 그런 불편한 말을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당신이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뉴햄프셔 대학 예방혁신연구센터(Prevention Innovation Research Center) 공동대표인 샤린 포터의 말입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셈이죠.”
심리학자들도 그런 상황에 처할 때 따르는 어려움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그 말은 별로 와닿지 않네요.’ 혹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정도로 말하세요. 물론 그가 당신을 그전만큼 좋아하지는 않겠죠.” 매사추세츠 주립대 앰허스트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린다 트롭의 말입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바로 행실을 바꿀 겁니다.”
극단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를 꼭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영웅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포터의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구경꾼 일침(bystander education)”으로 알려진, 누군가의 불쾌한 말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중에는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운동선수들의 라커룸이라면 물을 튀기거나 음악 볼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주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을 면전에서 무안 주거나 비난하면 그에게 원한을 살 위험이 있습니다. 이때는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문제라고 에둘러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지요. ‘그 이야기는 좀 불편하네. 내 친한 친구가 강간을 당했었거든.’ 이것은 좀 더 안전하게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아니면 유머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자이자 대학 및 군대에서 성폭행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카타르시스 프로덕션(Catharsis Production)”의 공동 창업자인 개일 스턴은 상대방이 그런 말을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받아들인 후. 이렇게 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농담이야. 사람들이 그런 걸 진짜로 믿는다는 사실이 참 이상하지. 그런 걸 지적하다니 멋있구나.”
그녀는 이를 “언어의 합기도(verbal aikido)”라 부릅니다. 합기도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넘어뜨리는 일본의 무술입니다.
구경꾼 개입(bystander intervention) 훈련의 핵심은 참가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스스로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정해진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신의 말로 스스로 무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계획이 서 있다면, 행동할 수 있지요.”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타인의 폭력 -아이를 때리는 엄마나 여자 친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소년- 에 대해 구경꾼들이 본능적으로 빠르게 반응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하나는 친구나 동료처럼 서로를 아는 관계에서 불편한 농담이나 이야기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인간관계를 고려해야 하며 때로 관계를 망치게 될지 모르는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애매한 상황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구경꾼 개입의 경우보다 종종 더 늦게 반발하게 됩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언어 및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데보라 카메론은 성적인 농담은 친구 사이의 남자들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며, “서로를 더 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수준 낮은 내용의 대화라도 여기에 반박하거나 혹은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분위기를 망치거나 집단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또한, “그런 행동이 자신의 남성성이나 이성애적 취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으며, 혹 따돌림의 대상이 될 것을 걱정한다고 “화성과 금성의 신화:남자와 여자는 정말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할까요?(The Myth of Mars and Venus: Do Men and Women Really Speak Different Languages?)”의 저자인 카메론은 말했습니다.
한편 그 자리에서 바로 효력이 나타나는 행동과 달리 시간이 지난 뒤 효과를 보이는 행동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실험에서 사람들은 사진 속 인물의 직업을 “대부분 시간을 길에서 보낸다”, “정기적으로 집안일을 한다”와 같은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추측해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설명은 인종과 무관했지만, 몇 가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흑인의 사진에 “길에서 시간을 보낸다”와 같은 설명이 있는 경우 사람들은 집배원보다 노숙자를 먼저 떠올렸고, 정부의 돈을 받는다는 흑인 여성의 사진에 대해 공무원이나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보다는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는 미혼모를 떠올렸습니다.
이때 실제로는 연구자지만, 실험에 함께 참여한 사람으로 위장한 사람이 끼어듭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했습니다. ‘그건 인종차별이에요!’ 같이 강한 표현에서부터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요?’와 같이 평등에 호소하는 말을 던졌습니다.” 웨스턴 워싱턴대학 비교문화연구소 소장인 알렉산드 초프의 말입니다. “자극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수준의 방어기제와 분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그 자극 이후로 편견을 덜 보였습니다.”
로스앤젤레스 LGBT 센터 리더십 연구소의 데이비드 플레이셔 소장은 종종 게이와 트랜스젠더를 보수적인 동네에 보내 사람들과 직접 마주치며 시위를 벌이도록 합니다. 지금 클리블랜드에서 시위 중인 플레이셔 소장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늘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모욕적인 말을 합니다. 우리는 그런 표현을 지적하면서도 우리의 행동이나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며, 그 경우 그들도 우리처럼 신사적으로 바뀝니다. 서로 열을 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최근 한 연구에서 플레이셔와 다른 연구자들은 이런 시위가 거의 투표자 중 10%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였습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숫자이며, 정중한 지적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훈련도 받지 않습니다. 그저 행동의 비용이나 전략, 자신의 인격 등을 떠오르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할 뿐입니다. 한편 한 연구는 특정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더 잘 지적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런던 경영대의 조직행동학자인 아니타 라탄과 스탠포드의 캐롤 드웩은 낙관적이고 다른 이들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비관적인 사람에 비해 더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당신이 첫 번째 관문 – 그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같은 단순한 말이라도 – 을 통과하게 하거나 못 가게 막는 것은, 바로 당신이 다른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탄의 말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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