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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인 영업 문화로 이룩한 웰스파고의 눈부신 성공 (1/2)

NPR의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가 최근 유령 계좌 스캔들이 불거진 웰스파고 문제를 다뤘습니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앞서 2백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령 계좌를 고객의 동의 없이 연 혐의로 웰스파고에 1억 8천5백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하루하루 정해진 계좌 개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비인간적인 영업 문화에 내던져진 웰스파고 노동자들입니다. 웰스파고의 CEO가 의회 청문회에서 그렇게 강제로 직원들에게 영업을 할당해서 시키지 않는다, 경영진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증언하는 것을 보고 웰스파고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팟캐스트의 내용을 줄글로 요약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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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최근 고객의 동의 없이 유령 계좌를 2백만 개나 몰래 열어 관리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좌 예금 계좌(checking account), 보통 예금 계좌(savings account)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대출 계좌 등 온갖 계좌가 고객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설됐습니다.

웰스파고는 막대한 과징금을 내게 됐고, 잘못을 저지른 일선 영업직원들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웰스파고 CEO인 존 스텀프(John Stumpf)를 불러 이런 해고가 경영진의 ‘꼬리 자르기’ 아니냐며 매섭게 몰아붙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이런 어마어마한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당신은 사퇴하지도, 당신이 번 돈 가운데는 단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당신이 책임을 진다며 취한 조치라고는 하급 직원들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운 것이죠. 이들은 당신들 경영진처럼 훌륭한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상황을 무마하는 건 꿈도 못 꿀 이들이에요.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스텀프는 워런 의원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가 발언권이 주어지자 태연하게 준비한 말을 이어갔습니다. 몇몇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들이 빚은 실수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이제 문제 직원들을 솎아냈고, 다 괜찮아졌다며 마지막에 단호하게 경영진은 책임이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CEO): 경영진은 단 한 번도 고객이 원치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그렇게 했으면 하고 바라지도 않았고요.

애슐리는 웰스파고에서 5년간 일하다가 해고된 “문제의 전 직원”입니다. 워런 의원의 말대로 홍보대행사를 고용할 여력은 당연히 없죠. 전 직장 상사라 할 수 있는 존 스텀프의 증언을 소개하는 뉴스를 보고 애슐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가요 저 분은. 영업직 사원이 원래 그렇다고 조직적으로 교육하고 또 교육하고 압박한 게 누군데… 정말 어이가 없네요.”

애슐리는 NPR에 자신이 겪은 일을 낱낱이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애슐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웰스파고 은행 본사 건물에서 일했습니다. NPR이 만난 전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젊은 사원들을 대거 뽑아 끝없이 영업을 뛰게 압박을 가하고 또 가한 뒤 마지막엔 감탄고토하는 바로 그 은행 본사 건물로, 젊은이들이 몸 버리고 마음 다쳐가며 일하는 그 몇 층 위에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있는 그 건물이기도 합니다.

23살,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웰스파고에 첫 출근하던 날을 애슐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개인 자산 관리사(personal banker).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멋진 직업의 첫 걸음을 내딛는 날인 만큼, 애슐리는 최대한 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뾰족구두를 신고 머리도 최대한 단정하게 다듬고 머리핀을 꽂았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대형은행에서 일하게 되다니, 정말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어요.”

2007년의 일이었습니다. 다른 은행들은 대개 금융위기의 격랑에 휩쓸려 여기저기 적신호가 켜지던 때지만, 웰스파고는 달랐습니다. 여전히 성장세가 꺾일 줄 몰랐습니다. 서민의 은행, 국민의 은행임을 자처하는 웰스파고의 성장 전략은 간단합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예금을 확보하는 것, 그러려면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영업직 사원이었습니다. 애슐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일이 바로 그 일이었습니다.

“손님이 지점에 방문하면 최대한 반가운 표정과 밝은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저희 지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고 무엇을 도와드릴지 여쭙죠. 손님이 계좌를 열려고 하신다고 하면 절차에 따라 진행해 드리겠다며 안내를 이어갑니다.”

1800년대부터 미국인과 함께해 온 국민의 은행, 서민의 은행이라는 점을 열심히 설명하다 보면 고객의 마음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웰스파고에는 애슐리 같은 젊은 영업직원들이 많았는데, 에릭도 NPR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애슐리와 마찬가지로 성은 숨기고 이름만 공개하겠다고 한 에릭은 계좌를 열고 더 많은 상품을 파는 데 이런 명성,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고객들은 안전한 곳에 돈을 맡기려 하잖아요. 여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에 자기 돈을 맡길 고객은 없을 테니까요.”

요즘 어느 은행에 가든 이런 저런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일종의 끼워팔기 전략을 쓰지 않는 은행은 거의 없습니다. 계좌만 열려고 온 손님에게 여는 김에 신용카드도 하나 만드시라고 소개하는 식이죠. 애슐리와 에릭은 웰스파고의 경우 이 끼워팔기가 한마디로 선을 넘었다고 증언합니다. 더 많은 계좌, 새 신용카드, 가족 계좌까지 새로 열라는 광고까지 끝이 없다는 겁니다. 웰스파고의 기본 전략이 그렇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계좌를 열수록 은행의 성공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논리죠.

“여덟 개면 성공(eight is great)”

존 스텀프가 CEO로서 내세운 구호입니다. 고객 한 명이 여러 계좌, 신용카드를 비롯해 웰스파고의 서비스 여덟 가지를 이용하도록 영업하는 게 최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구호입니다. 여덟 개를 다 열지 않은 고객은 여전히 더 팔 것이 남아있는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이 “여덟 개면 성공”이란 구호는 달리 해석되기도 합니다. 애슐리 같은 영업사원이 매일 열어야 하는 최소 계좌 수, 다시 말해 하루에 팔아야 하는 영업 할당량이 또한 여덟 개였습니다. 그냥 여덟 개를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안 되면 내일 더 잘 하자는 다짐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종일 매니저들의 감시와 독촉 아래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놓아야만 하는 주어진 할당량이 여덟 개였습니다.

“오늘 어떻게 여덟 개를 채울지 그 생각밖에 없었죠. 오전에 실적이 별로 좋지 않으면 당장 12시쯤 매니저들이 채근하기 시작해요. 보통 하루에 백 통씩 전화를 돌렸죠. 하루 종일 전화만 붙잡고 있었어요. 전화하고, 다시 하고 다른 데 또 하고.”

올해 1월 웰스파고는 “1월의 질주(jump into January)”라는 슬로건을 새로 내걸고 8개를 20개로 과감히 늘렸습니다.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사돈에 팔촌, 스쳐지나간 지인까지 어떻게든 전화를 걸고 연락을 취해 말을 꺼내야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서는 말그대로 애원을 했죠. 제발 나 좀 봐주라. 지금 계좌 못 열면 나 야근 해야 돼. 토요일에도 일해서 이거 채워야 한단 말이야. 제발.”

NPR과 만난 금융업 관계자들은 웰스파고가 특히 젊은 영업사원을 모집해 그들의 인맥을 총동원해 영업을 하게 닥달하고, 더 이상 한 사람의 인맥 안에서 서비스를 팔 잠재적 고객이 없어지면 그때는 알아서 일을 그만두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사구팽이고 감탄고토인 겁니다.

이 할당량이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졌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 하나를 애슐리가 이야기해줬습니다. 애슐리가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일하던 어느 날, 은행 강도가 습격했습니다.

“일하던 중 갑자기 일어난 일이니 상황을 다 볼 수밖에 없잖아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요. 강도가 카운터로 뛰어올라와 모두 꼼짝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다행히 경찰이 당장 출동해 강도를 검거하고 상황을 수습했죠.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강도는 흥분했는지 당황했는지 바지에 그만 똥을 싸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심장마비가 온 것처럼 졸도한 척을 했죠. 어쨌든 지점은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었죠. 사건 현장이니 일반인의 출입은 당연히 금지됐고요.”

그런데, 지점은 문을 닫아도 애슐리는 계속 하던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계속 전화 돌려. 돈 벌어오란 말이야. (Dial for dollars) 이런 말과 함께 책상을 꼼짝않고 지키라고 했어요. 이런 일 났다고 일찍 퇴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요. 경찰 수백 명이 사무실에 득실거리면서 상황을 보고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돌려서 고객에게 계좌를 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습니다. 사실 범인의 똥 냄새 때문에 불쾌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사실 애슐리나 동료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계속 영업하라는 상사의 지시가 놀랍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자신들은 끝없이 전화 돌려서 돈 벌어오는 기계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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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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