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린콘 벤처 파트너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나 산타바바라 주립대학의 겸임교수이기도 한 존 그레이트하우스(John Greathouse)는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조언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그는 이메일 주소, 링크드인 프로필, 트위터든 자기가 드러나는 모든 곳에서 가능하면 자신의 성별을 짐작할 수 있는 모든 징표를 지우라고 했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도 한눈에 여자임을 알 수 있는 이름이라면 약자만 쓰고 전체 이름을 표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할 수 있다면 여성이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추는 게 좋다. 여성임을 분명히 밝혔을 때는 아마 얻지 못했을 기회를 얻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고용주나 투자자를 만날 때 성별이 드러나는 정보나 관련 경험은 가능한 한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해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테크 업계가 특히 여성이 차별받는 직종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해 실리콘 밸리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던 엘렌 파오의 성차별 관련 소송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올해 초 한 설문조사를 보면 업계 여성 종사자의 84%가 너무 공격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고 75%는 면접 중에 결혼 여부나 자녀가 있는지를 질문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테크 업계의 여성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여전히 미흡합니다. 게다가 남성 동료들로부터 대놓고 희롱이나 무시를 당하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그린하우스는 의식중, 혹은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이러한 차별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다가 여성이 먼저 이력서나 프로필에서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투자자를 찾고 있다면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 보여줄 슬라이드에 팀원들 사진을 넣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대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팀원들의 이름 첫 글자만 따서 목록만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괜한 인종, 민족, 성별에 관한 편견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의 사업성 자체를 더 공정하게,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링크드인, 트위터, 이메일 주소 등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모든 프로필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지우고 이름은 (중성적인 이름이 아니라면) 첫글자만 써놓기를 권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름이 유사한 정도와 모르는 이가 부탁한 설문조사에 얼마나 성실히 답하는지를 비교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의 56%는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가 보낸 설문조사에 끝까지 임했다. 무작위로 설문조사를 보냈을 때 답변율은 30%에 불과했다. 여성 사업가의 이름이 중성적인 이름이 아닌 이상 대부분 남성들은 여자 이름을 봤을 때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린하우스의 칼럼은 정작 중요한 맥락을 짚지 못했습니다. 즉, 여성이 일으키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숨기려 해도 숨기기 쉽지도 않고 어색하기만 한 이름 같은 정체성을 숨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우회해 가라는 조언에 불과합니다. 이 칼럼은 테크 업계가 앞으로도 영원히 여성 차별적인 관행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남자들은 계속 일하는 동료,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는 여자보다 남자를 선호하리라는 가정을 깔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수를 써도 고치기 어려운 어쩔 수 없는 게임의 룰이라는 가정입니다. 업계를 이끌어가는 주류가 그렇게 생각하는 한 변화는 요원할 것입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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