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음반 아이디어를 낸 칼 세이건은 70년대에 이렇게 썼다.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한 앞선 문명만이 보이저 호를 만날 수 있고 이 레코드 판을 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주의 바다에 유리병을 던지는 것은 이 지구의 생명체들이 큰 희망을 가지도록 만든다.” 당시 어린 아이였고 지금은 SF소설가이며 시나리오 작가가 된 세이건의 아들 닉은 (그는 스타트렉 에피소드를 쓰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영어 인사말을 녹음했다. “지구의 어린이가 보내는 인사입니다.” 가장 감동적인 인사는 만다린으로 녹음된 것이다. “모두 잘 지내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당신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 시간이 나면 우리를 방문하러 와주세요.” (이 인사말들은 모두 보이저 웹사이트 voyager.jpl.nasa.gov 에서 찾을 수 있다.)
보이저 미션 관리자들은 칼 세이건만큼 금제 음반에 대해 희망을 걸고 있지는 않다. 당신도 어떤 인사말은 인사라기보다는 종교적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과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스티브 하워드는 음반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지구가 사라진 뒤에도, 어떤 지성체가 보이저 호의 음반을 발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구보다 더 발달한 문명이 많이 있으며 그들은 쉽게 이를 해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지 도드는 다른 팀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인류가 만약을 생각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977년의 우리의 모습을 우주선에 담아 영원히 날려보내자는 것 말이지요. 나는 외계인이 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 인류와 이 우주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더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나는 우주는 거의 비어있고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저 멀리 우주를 항해할 작은 타임 캡슐을 던졌고 지금 그 타임 캡슐이 우리 은하를 돌고 있다는 사실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지요.”
보이저 호의 명예 수석 과학자이자 1972년 이래로 대변인을 맡아온, 올해 79세인 칼텍의 교수 에드 스톤은 보이저 호의 낭만이 보이저 호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들에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맞아요, 당시 우주 시대는 젊은 이들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캠퍼스 벤치에 앉아 말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리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우리는 발견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그저 계속 발견해 나갔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이저 이전 우리가 알았던 태양계 내 화산은 지구에 있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목성의 달인 이오를 지나면서, 이오의 화산 활동은 지구보다 10배나 더 활발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열 배라구요! 우리는 이오 표면의 뜨거운 용암 호수를 발견했습니다. 그게 보이저 호의 첫 발견이었고, 앞으로 보이저 호가 발견할 것들의 수준을 알려주었죠. 아직도 보이저 호의 5개의 장비는 작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다 꺼지겠지만요.”
그는 그 해에는 자신이 거의 90살이 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주 탐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낙관적이 될 필요가 있어요. 모든 것은 잘 작동할 것이고, 그리고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란 말이죠. 단지 인내를 가져야 합니다. 어떤 것도 우주에서는 빠르지 않아요.”
스톤은 비록 이것이 매우 특이한 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보이저 호가 어떤 이유로 지금도 잘 작동하는지를 – 70년대 텔레비전 중 지금도 작동하는 것은 거의 없다 – 설명했다. 사실 이를 직접 만든 그에게는 이것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이저 호 내부는 오늘날 최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마이크로 칩이 아닌, 오래된 TV 나 라디오 내부 처럼 축전지, 트랜지스터, 저항 등이 회로판에 납땜을 통해 붙어 있다.
그러나 보이저 호의 다른 일부는 보이는 것처럼 평범하지는 않다. 이제 프로젝트에 들어온 지 30년을 갓 넘긴 “신참” 수지 도드 역시 보이저 호의 내구성을 궁금하게 여긴다. “매우 특별한 거죠. 예전 엔지니어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4년 동안은 작동해야 한다고 들었지. 하지만 최고급 부품을 쓰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버틸 거라는 건 알았어.’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했던 거죠.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초기의 엔지니어들은 보이저 호를 가능한한 오래 작동하게 만들려 하고 있었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들이 사용하는 부품들의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했던 거죠.”
어쨌든, 에드 스톤이 말하듯, 문제는 있었다. 1978년 4월 지상 관리자의 실수로 보이저 2호는 비상용 수신기로 수신 장치를 변경했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실수였다. 하지만 보이저 2호는 모든 임무를 성능이 떨어지는 비상용 수신기로 지구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마쳤다. 엔진 하나가 고장난 적도 있었다.
지구에서 200억 킬로 미터 떨어진,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우주선 답게, 보이저 호는 매우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의 관찰을 필요로 한다. 스티브 하워드가 원시 프로그램 언어로 명령어를 짜고 있을 동안, 주 관제실의 엔리크 메디나 – 올해 65세인 – 는 보이저 호에서 보내지는 신호를 보고 있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메디나는 8명의 보이저 관리자 중 한 명이다.
“우리 중 한 명은 항상 대기 중입니다.” 그는 말을 잇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항상 연결되어 있어요. 어떤 신호가 위험 수준인지 보고 있다가 집에서 보안 채널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합니다. 또는 우리 중 한 명이 사무실로 옵니다. 한 달에 네 다섯 번은 그런 일이 있습니다.”
“때로 담당자가 멀리 있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보이저 호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 아닐 때에도 이를 맡습니다. 나는 자세 제어를 맡고 있지만 추진력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나는 보이저 호가 천왕성을 만나던 1986년 부터 일했습니다. 보이저 호가 은퇴하는 2025년 나도 은퇴합니다. 아내는, 우리가 이미 멕시코 비치에 은퇴장소를 마련해 두었는데도 내가 그 때 까지 일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메디나가 보이저 호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명백히 보인다. “보이저 호는 내 삶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일로 월급까지 받아요. 어떻게 내가 보이저 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나는 보이저 호를 마치 사람처럼 생각합니다.”
스티브 하워드 역시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보이저 호의 65,000개 모든 부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관제실로 올 때 마다 나는 이를 어떤 선물처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다 멈추겠지만 말이죠.”
이들은 몇 마일 떨어진 칼텍 캠퍼스에서 큐리오시티를 조정하는 일이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그럴수도 있겠죠.” 메디나는 말한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우리는 보이저 호를 위해 일했어요. 이건 마치 누군가와 결혼한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안젤리나 졸리와 데이트 하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그 때문에 44년 동안 같이 지낸 아내와 손자를 버리려 할까요? 아닐겁니다. 나는 더 흥미롭거나 새로운 일 때문에 보이저 호를 떠날 것 같지 않네요.”
보이저 호는 우주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느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단조롭다. 환상적인 가짜 우주 여행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만들어진 헐리우드는 알타데나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그러나 보이저 호는 감독의 매력적인 환상보다 크리넥스와 박하사탕을 책상위에 둔 진짜 사람들을 오늘날 살아있는 모든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진짜 인터스텔라 미션을 수행하는 이로 만들고 있다. 이는 분명히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가디언)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View Comments
정말 멋있는 기사네요. 보이저호도 그렇고 그걸 40년동안이나 관리했던 분들도 그렇고..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