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싸늘한 아침, 65세인 스티브 하워드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북쪽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귀퉁이 책상에는 두 대의 모니터와 가족 사진, 크리넥스, 그리고 알토이드 박하사탕이 놓여있다. 그의 사무실은 도로 옆 조용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 건물에는 1달러 커피로 몸을 덥히려는 사람들이 모인 맥도널드가 있으며, 하워드의 창문 너머로는 길 건너 허름한 햄버거 가게와 넒게 펼쳐진 야적장이 보인다.
알타데나의 웨스트 우드버리 로드를 걷는 몇 명의 보행객들, 혹은 정원에 놓을 보도블럭을 찾으러 야적장에 온 이들이 하워드의 사무실을 보았다면, 그들은 그래프가 표시된 모니터 두 개와 책상 다른 쪽 세 번째 PC 를 보며 그를 금융 전문가나 데이 트레이더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극히 미국적인 이런 장면에서 스티브 하워드가 실제로 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하워드는 NASA의 미션 관리자이다. 그는 지구에서 200억 킬로미터 떨어진, 이제 명왕성을 넘어 태양계를 하루에 160만 킬로미터씩 멀어지고 있는 탐사선에 명령어를 보내는 일을 한다. 815kg 인 보이저 1호는 지난 수십년 간 인간이 가장 멀리 보낸 두 쌍둥이 우주선 중 하나이다. 하워드가 보낸 명령어는 보이저 1호에 도착하는데 빛의 속도로 날아가 17시간이 걸린다. 태양계를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고 있는 보이저 2호는 보이저 1호보다 50억 킬로미터 가까이 있다. 보이저 우주선들의 23와트 송신기가 보내는 신호는 지구에 도착할 쯤에는 1와트의 10억 분의 10억 분의 1 정도의 세기가 된다.
“여기에는 보이저 1호가 적어도 17시간 전에 어떤 상태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는거죠.” 하워드는 설명한다. “지금 나는 캔버라 기지국하고 연결되어 있어요. 이건 지금부터 30분 뒤에 5분 간격으로 송신하게 되어 있는 일곱 개의 명령어입니다. 기지국은 우주선이 이를 수신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모두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죠. 내일 밤 늦게가 되어서야 나는 보이저가 명령을 잘 받았는지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보는 400억 킬로미터를 왕복하고 온거죠. 느리다고 할 수 없어요.”
맥도날드 옆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치고 있는 남자가 가장 위대한 인류 탐험에 있어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만은 아니다. 1977년 이전에는 보이저 1호 및 2호와 같은 외계 행성 탐사가 없었고, 지난 10년 동안 발사된 세 건의 탐사선이 아직 임무를 수행 중이긴 하지만, 심우주를 향한 탐사계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주 탐사는 소위 우주 시대에 비해 지구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비록 큐리오시티 로버가 화성의 표면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미국에서 계획중인 대부분의 우주 탐사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지구를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보이저 호와 이를 담당하는 하워드 같은 사람들은 – 다수가 평생 이 일을 해 왔다 – 예산의 압박이 없었고 소련과의 경쟁 때문에 보다 대담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그리고 환경은 오직 히피들만의 문제이던 그런 다른 시대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밴 자가용 만한 크기로 가늘고 긴 팔이 달린 보이저 우주선은 시속 6만 킬로미터로 거의 38년을 여행해 왔다. 이들이 발사된 것은 영국 레일렌드 사의 목제 자동차인 모리스 1000 이 막 단종된 뒤였다. 보이저에 실린 컴퓨터는 1970년대 초반의 모델로 당시에는 첨단의 것이었으나 오늘날의 컴퓨터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이다. 아이폰은 보이저보다 20만 배 더 빠르고 25만 배 더 많은 메모리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초반에 제안된 보이저 호는 첫 4년 동안 목성과 토성을 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운이 좋다면 천왕성과 해왕성을 거쳐 은하수로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이저 호에 실린 낡은 전자제품과 추진장치는 모든 예상을 뒤엎고 차가운 영하 253도의 우주 속에서 지금도 대부분 작동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아직도 매일 이 장비들이 지구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으며, 몇몇 장비는 2036년 까지도 정보를 보낼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주선에 실린 작은 플루토늄 238 전력원이 수명을 다하는 2025년에는 거의 모든 과학적으로 유용한 기기들은 꺼지게 된다.
예를 들어, 두 보이저 호에 실린 카메라는 전력을 아끼기 위해 25년 전 발렌타인 데이에 전원을 내렸다. 그 직전에, 보이저 1호는 7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늘날 태양계의 “가족 사진(family portrait)”으로 유명해진, 해왕성,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 지구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던), 그리고 작은 밝은 점인 태양이 한 사진에 모두 들어있는 장면을 찍었다. 2036년이면 보이저호는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비록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활동을 정지한 채로 영원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보이저 호 관제센터가 사무실 빌딩으로 옮겨와야 했던 이유도, 비록 최근에는 다소 힘을 잃긴 했지만, 보이저 우주선의 오랜 활약 때문이다. NASA 의 공간 – 정확히는 NASA 의 대부분 로봇 미션을 전담하는 칼텍의 제트 추진 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 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탐사 미션들, 특히 큐리오시티 팀이 칼텍 캠퍼스의 모든 공간을 다 사용하고 있다. JPL은 물론 보이저 호의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보이저 호는 이제 어떤 사진도 찍지 않으며, 과학적 연구 역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40,000 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 이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으려는 고집센 할아버지처럼, 보이저 팀은 외딴 곳에 본부를 차리게 되었다.
이들은 감정적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 놀라운 보이저 미션에서 낭만적인 점은 –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 이 미션 팀이 모두 함께 늙어간다는 점이다. 이 팀에 늦게 합류한 이 조차도 – 그녀는 보이저 호가 발사될 당시 학생이었다 – 이 팀에 30년 이상을 함께 했다. “나는 50대 중반이고, 보이저 호를 마치 늙어가는 부모님처럼 생각합니다.” 발사 당시 16세였고 대학원생일 때 이 팀에 합류한 수지 도드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명함에 과학계에서 가장 멋진 이름이 써 있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매니저, 보이저 인터스텔라 미션”
“당신은 이 우주선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이들은 당당한 우주선이며, 존경할만한 나이든 시민입니다. 이들이 건강한 여생을 보내도록 가능한한 모든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말을 잇는다. “몇 가지 가 이미 실패했고, 다른 것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이 곳의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평생을 이 프로젝트에 바쳐왔어요. 이들은 보이저 호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 진급도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보이저 팀의 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비록 그들 대부분이 보이저 호의 발사를 보지 못했을 정도로 어렸지만, 그들이 보이저 호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그들 중 나이든 이들은 보이저호가 마지막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로서, 그들은 보이저 1,2 호에 모두 실린 보이저 호의 가장 낭만적인 특징 중의 하나인 “금제 음반(golden record)”에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금이 씌워진 구리 레코드 판으로, 바늘과 카트리지 (그리고 설명서)가 같이 들어 있으며 내용으로는 115장의 지구 사진 신호와 파도에서 고래에 이르는 자연의 소리, 다양한 문화권과 시대의 음악 (서구의 현대 음악을 대표하는 노래는 척 베리의 “자니 B 굿(Johnny B Goode)”이 실려있다), 그리고 6천 년 전 수메르에서 사용된 언어인 아카디안에서 웨일즈 언어에 이르는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포함되어 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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