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시간의 물리학에 대한 논쟁(2/2)

시간의 기원에 대한 또다른 학설

시간이 흐르는 방향을 ‘과거 가설’ 없이 설명할 수는 없을까요? 어떤 물리학자들은 열역학이 아니라 중력이 시간의 방향을 정한다고 말합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의 물리학자 팀 코슬로프스키는 중력이 물질을 서로 뭉치도록 만듦으로써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시간의 방향을 정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2014년 영국의 물리학자 줄리안 바버와 페리메터 연구소의 물리학자 플라비오 메르카티와 함게 이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코슬로프스키와 그의 동료들은 뉴튼의 중력만이 존재하는, 1,000 개의 질점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우주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우주에는 언제나 최대밀도와 최소 복잡성을 가지는 순간이 존재함을 발견했습니다. 그 시점부터는 어떤 움직임도 복잡성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 이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생명체이므로 – 그 최소 복잡성에서 멀어진 상태에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우주의 역사에서 어느 순간에 있든, 우리는 더 적은 복잡성을 가진 시점을 과거라고 부를 수 있다고 코슬로프스키는 말합니다. 이 모델은 전역적으로 볼 때 시간에 대해 대칭이면서 동시에 모든 관찰자는 국지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이 모델에서는 낮은 엔트로피를 가진 초기상태가 필요 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모델 자체가 자연스럽게 초기 상태를 만듭니다. “중력을 이용할 경우 우리는 과거 가설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됩니다.” 코슬로프스키의 말입니다.

시간이 한 방향 이상으로 흐를 수 있으며 우리는 그저 우연히 특정한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는 우주에 떨어졌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2004년 캐럴은 자신의 대학원생 제니퍼 텐과 함께 ‘영원한 급팽창’ 가설 – 우주의 초기 모델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 에 기반해 이런 주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캐럴은 코슬로프스키의 이론이 자신들이 하지 못한 수학적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럴은 중력이 정말로 그들의 주장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빈 공간에 입자들을 두기만 하면, 똑같은 질적 행동을 보게 될 것입니다.”

코슬로프스키는 복잡성의 증가가 매우 특별한 부가적인 효과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복잡성의 증가는 물질이 자신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특정한 배열을 형성하도록 만듭니다. 이 구조에는 정보가 저장됩니다. 코슬로프스키는 이를 “기록(records)”이라고 부릅니다. 중력이 먼저 기록을 형성하는 구조를 만들면 다른 기제에 의해 화석과 나이테, 그리고 문서에 이르는 수많은 기록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우주의 이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나는 코슬로프스키에게 뇌에 저장되는 기억도 하나의 기록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그렇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내 휴대폰의 메모리와 뇌의 기억, 역사 책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복잡한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복잡한 우주는 덜 복잡한 우주보다 더 많은 기록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는 과거는 기억할 수 있지만 미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시간은 이보다도 더 근본적인 무엇일 수 있습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의 천문학자 조지 엘리스는 시간을 더 근본적인 요소로 생각하며, 블록 우주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델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진화하는 블록 우주”모델에서 우주는 팽창하는 시공간 입체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 입체의 표면이 바로 현재, 곧 지금 이 순간이 됩니다. 표면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확실하게 정해진 과거로 넘어가는” 바로 그 지점이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시공간 자체가 시간에 따라 커지게 됩니다.” 이때 시간이 흐르는 방향은 우주의 어떤 부분이 고정되어 있고(과거), 어떤 부분이 변화하고 있는지(미래)를 봄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몇몇 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엘리스는 이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아니며 기존 관점을 조금 수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 모델은 블록 우주 모델에, 잘 알려진 일반상대론 장 방정식으로 동적인 요소를 가미해 미래와의 경계인 현재가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과거는 고정되어 있으며 변화하지 않지만 미래는 열려있게 됩니다. 그는 이 모델이 “시간의 흐름을 기존의 블록 우주보다 훨씬 잘 설명”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전적인 블록 관점과 달리 엘리스의 모델은 우주가 열린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물리적 상태가 미래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법칙이 지배하는 우주(law-governed universe)’ 모델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엘리스는 양자 불확정성만으로도 그런 결정론적 관점을 기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확회에서 누군가 엘리스에게 영국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반경의 모든 물리적 정보가 주어진다면,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지 물었습니다. “그건 물리 문제가 아니구요.” 그는 그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블록 우주 관점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모순을 해결하는 또다른 접근법은 “인과적 집합 이론(causal set theory)”입니다. 1980년대 물리학자 라파엘 소킨 – 그도 이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 은 양자중력 문제를 고민하던 중 이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 이론은 시공간이 연속이 아니라 불연속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곧, 우리 우주는 거시적으로는 연속인 시공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소위 플랑크 스케일(10^-35 미터)로 내려갈 경우 시공간의 “원자”라는 근본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원자들은 수학자들이 “부분 순서 집합(partially ordered set)”이라 부르는, 각각의 요소가 특정한 순서로 늘어서 있는 배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원자들의 수(우리의 가시 우주(visible universe)에만 대략 10^240 에 달하는)가 시공간의 입체를 만들며 이들의 순서가 시간을 만듭니다. 이 이론은 새로운 시공간 원자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물리학자 페이 도우커는 이를 “증대 시간(accretive time)”이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시공간 원자가 기존의 시공간에 쌓이는 것을 바닷속 깊은 곳에 새로운 침전물이 쌓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일반 상대론은 블록 우주만을 허용하지만, 인과적 집합 이론은 “변화(becoming)”를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블록 우주는 정적입니다. 이 세상을 정적으로 묘사하지요. 반면, 인과적 집합 이론은 동적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시간의 흐름은 우리 우주가 가진 특성이라기 보다는 더 근본적인 무엇입니다. (도우커는 인과적 집합 이론이 우주의 시공간 입체 만으로도 우주 상수의 예측값을 구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말하며 적어도 하나의 성공적인 예측을 해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래가 가진 문제

이런 여러 모델들을 볼 때 이제 블록 우주라는 개념을 많은 이들이 부정하지 않게 되었거나 오히려 호감을 가지게 (적어도 참을 수 있게) 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번 학회에서 블록 우주라는 정적인 모델과 우리가 매일 느끼는 시간의 흐름 사이의 간극을 가장 호의적으로 나타낸 발표는 아리조나 대학의 철학자 제난 이스마엘의 것입니다. 이스마엘은 블록 우주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블록 우주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우리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물리학과 지난 수십 년 간의 인지과학 및 심리학의 결과에서 우리가 배운 것을 잘 활용한다면 “시간의 흐름, 앗 하고 지나가는 느낌”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시간은 환상이 아니며 실제로 우리가 직접 이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경험하는 각 순간이 곧 일정한 시간 간격을 의미한다는 연구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실제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의 일부로써 느낀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블록우주의 시공간내에서 곡선으로 묘사되는 과거를 가진 “내부 관찰자가 자신의 변화하는 기준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문제, 곧 물리학이 말하는 정적인 블록우주 내에서 관찰자가 느끼는 1인칭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마엘의 발표는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캐럴은 그녀의 말에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처는 그녀의 발표 중 “고함을 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후에 이렇게 정정했습니다. “내가 벽에 머리를 박게 된다면, 바로 그 미래가 싫어서일 것입니다.”) 블록 우주를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학회 내내 종종 나왔던 것은, 이 모델이 어떤 면에서는 미래가 이미 존재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다음 주 목요일의 날씨를 말하는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이를 블록 우주 관점이 가진 극복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여깁니다. 이스마엘은 이런 불만을 과거에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녀는 미래의 사건은 존재하지만, 단지 지금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블록 우주는 변화하는 모델(changing picture)은 아닙니다. 변화의 모델(picture of change)이지요.” 사건은 그 사건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 여기 있는 모두가 이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 물리학은 어떤 철학을 필요로 합니다.” 그녀는 말을 이었습니다. “미래 시점 우연 명제(future contingent)의 참-거짓에 대한 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논의는 시간의 경험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지요.” 그 문제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은요?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세요.” 그녀의 답입니다.

(1부로)

(Quanta)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4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5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