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거북의 등껍질이 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살아있는 다른 어떤 척추동물도 거북처럼 몸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꿰뚫을 수 없는 보호 구조를 만든 적은 없습니다. 여러 나라의 고생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등껍질이 완전히 모양을 갖추지 않은 상태였던 화석 거북의 넓은 갈비뼈로 이루어진 원시 등껍질은 원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땅 속에 굴을 파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발견을 한 과학자들 중에는 덴버 자연 및 과학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타일러 라이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북 등껍질이 어떤 이유로 진화했는지는 닥터 수스가 던질 법한 질문인데 그 답변은 꽤나 명확해 보입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죠.”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Current Biology)>에 지난 7월 15일 실린 논문, [거북 등껍질의 토굴성 기원]의 주저자인 라이슨 박사의 말입니다. “하지만 새의 깃털이 원래 비행을 위해 진화하지는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거북 등껍질이 맨 처음 생겨났을 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 초기 원시 거북이 살았던 남아프리카의 혹독한 환경을 피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거북 등껍질의 초기 진화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해온 문제였습니다. “화석 기록과 현생 거북 등껍질의 발생 과정에 대한 관찰을 통해 등껍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넓어지는 것이 초기에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라이슨 박사의 말입니다. 갈비뼈가 뚜렷하게 넓어졌다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한 변화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변화는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의 호흡과 보행속도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갈비뼈는 이동 중에 몸을 받쳐주며 폐에서 공기를 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눈에 띄게 넓어진 갈비뼈는 몸통을 뻣뻣하게 만들어 보폭을 짧게 하여 이동속도를 낮추고 호흡을 방해합니다.
“이동과 호흡 양쪽 모두에서 갈비뼈가 종합적으로 하는 역할이 우리가 갈비뼈 모양에서 그다지 많은 변이를 볼 수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라이슨 박사의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갈비뼈는 꽤나 재미없게 느껴지는 뼈입니다. 고래, 뱀, 공룡, 인간, 그리고 사실상 대부분의 동물들의 갈비뼈가 비슷해 보입니다. 거북이 유일한 예외인데, 이들의 갈비뼈는 고도로 변형되어 등껍질의 대부분을 형성하게 됩니다.”
남아프리카 카루 분지에서 등껍질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2억 6천만 년 전의 거북 에우노토사우루스 아프리카누스(Eunotosaurus africanus) 표본 여러 개가 발견되어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표본 중 몇몇은 연구의 공저자이기도 한 요하네스버그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의 로저 스미스 박사와 브루스 루비지 박사가 발견한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표본은 당시 8살이었던 남아프리카 소년이 남아프리카 웨스턴케이프에 위치한 아버지의 농장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표본은 길이 약 15cm 정도로 잘 보존된 골격에 앞발과 뒷발이 온전히 붙어 있었습니다.
“코부스 스니먼에게 감사를 표하고 악수를 하고 싶습니다. 코부스가 표본을 발견하고 그 지역 박물관인 프린스 앨버트의 프랜시 피나르 박물관에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번 연구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라이슨 박사의 말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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