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넵 투펙치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로 뉴욕타임스에 기술과 인터넷이 사회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터키인인 투펙치 교수는 쿠데타 시도가 일어났던 날도 터키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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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터키 남부 안탈리아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이제 막 쿠데타가 시작되었다는 소식만 듣고 격변의 이스탄불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건 무척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군부가 영공을 통제했다는 소식과 함께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았습니다.
쿠데타와 관련해 수많은 우려와 걱정이 머릿속을 스치는 와중에 한 가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마트폰 데이터였습니다. 그 밤늦은 시각에 터키에서 가장 큰 통신사가 모든 가입 고객의 데이터 사용을 무제한으로 전환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테러 공격을 포함해 터키는 갖은 정치적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마다 정부는 정보의 흐름을 제한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최대 통신사가 먼저 나서 정보가 빨리 퍼질 수 있도록 데이터 요금제를 일괄적으로 바꿔주다니, 다소 의아한 일이었죠.
이내 그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쿠데타가 시도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터키 국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직 무사하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냥 뉴스가 아니라 대통령이 페이스타임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고, 화상통화 장면을 TV가 생중계했죠. 스튜디오 카메라는 앵커의 손에 든 아이폰 화면을 클로즈업했고, 화면 속 대통령은 터키 국민에게 거리로 나가 군부에 저항하고 공항을 되찾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TV 뉴스로 건재함을 알렸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죠. 사람들이 왓츠앱이나 트위터 같은 메신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제로 정보를 퍼뜨려야 에르도안 대통령이 바랐던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팔로워 수가 8백만 명이 넘는 에르도안은 트위터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에 저항하라는 호소를 남겼죠.
순식간에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안탈리아 공항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이미 터키 국기를 흔들며 거리에 나온 수많은 인파와 마주쳤습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아직 집에 머무는 친구들에게 어서 거리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바빴습니다. 몇 시간 만에 쿠데타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거리에 나선 군중에 숫자에서 압도당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에서 사사건건 여당과 부딪쳐 온 야당들도 이내 쿠데타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냅니다. 성명이 올라온 공간도 트위터였습니다.
에르한 셀릭 기자는 나중에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 군부 내에서 쿠데타에 동참하려던 군인들이 생각을 바꿨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얼굴을 비치며 TV에 등장한 것은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낸 분수령이 됐습니다. 언론이 영상을 조작하는 일이 빈번한 터키에서 화상통화를 직접 시청할 수 있는 영상 링크가 제대로 작동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아마 화상통화가 아니라 에르도안의 목소리만 나왔다면, 시민들이 이를 믿지 못하고 주저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트위터상에는 “쿠데타 반대”라는 뜻의 #darbeyehayir라는 해시태그가 흘러넘쳤습니다. 쿠데타가 시작된 지 다섯 시간가량 지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시민 수많은 시민이 대통령을 맞이하러 공항에 모여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 게지 공원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 ‘나무 혁명’이 일어났을 때 저는 최루가스를 마시며 시위대 속에 있었습니다. 시위대가 권위주의 통치와 검열, 폭력 경찰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는 수단으로 트위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자, 당시 총리였던 에르도안은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트위터를 맹비난했습니다.
‘나무 혁명’은 변화를 불러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에르도안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됐습니다. 수많은 언론인이 해고됐고, 검찰은 온라인에서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2천 명 가까운 시민을 수사했습니다. 법원은 비판적인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마구잡이로 폐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습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트위터나 유튜브 사이트는 (검열 탓에)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곤 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무 혁명’을 가리켜 나라를 전복하려는 쿠데타 시도였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습니다. 제가 아는 3년 전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번 ‘진짜 쿠데타’ 시도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제가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믿을 만한 언론인들은 대부분 정부의 입맛에 길들지 않겠다며 저항하다 언론사에서 쫓겨난 이들이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겠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은 기자들이 있었기에 저를 비롯해 수많은 터키인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언론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쿠데타를 제압하는 데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자신과 다른 의견에 모조리 불법 딱지를 붙이고 이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검열 정책을 비롯한 언론 정책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민주적인 원칙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는 야당이나 시민들이 터키 사회를 쿠데타로 점철된 과거로 돌리려는 세력이라는 주장은 이번 군부의 진짜 쿠데타 시도로 설득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언론의 자유, 개방된 인터넷 공간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치라는 것도 증명됐습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의사당 건물을 폭격하고 있을 때 의원들은 쿠데타에 저항하고자 의사당에 모였습니다. 잇따른 폭격으로 건물이 흔들리자 한 의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소셜미디어에 상황을 생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터키의 시위대가 전에 수도 없이 했던 전법이기도 합니다. 탱크가 시민들의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이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쿠데타 같은 급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언론의 자유, 정보의 유통은 언제나 소중한 가치라는 데 우리 모두가 뜻을 같이하면 좋겠습니다. (뉴욕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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