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에 비닐 봉투를 사용하는 일은 마치 담배처럼 그저 꼴보기 싫은 일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한 행동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 뉴욕 시 의회는 모든 일회용 봉투에 5센트의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또한 지난 주 메사추세츠 상원은 소매점들이 비닐 봉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고 재생종이 봉투와 재활용 봉투에 10센트의 비용을 물리도록 만드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메사추세츠 주의 범안이 올해 내에 실행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비닐 봉투 산업이 이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메사추세츠의 32개 도시 혹은 마을은 이미 비닐 봉투를 금지하거나 비용을 물리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LA 와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88개 시군 역시 마찬가지이며 다른 여남은 개의 주에서도, 그리고 여남은 개의 나라에서도 같은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비닐 봉투의 해악은 확실합니다. 비닐 봉투는 하수구를 막고 나무 사이에 끼어 거리를 어지럽힙니다. 바다에서는 물고기와 바다새 그리고 다른 해양생물이 이를 먹고 목이 막혀 죽게 됩니다. 대표적인 비닐 봉투 반대 운동가인 이안 프레이지어는 최근 뉴요커에 실은 기사에서 “2014년, 식료품 비닐 봉투는 해양보전센터의 국제해안청소운동(Ocean Conservancy’s 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이 발표한 바다에서 많이 발견된 쓰레기 중 담배와 빨대, 병뚜껑 다음인 7번째를 차지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공중위생국은 매주 1,700톤의 일회용 봉투를 수거하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연간 140억원에 이릅니다.
비닐 봉투 금지 법안은 이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합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비닐 봉투를 금지하자, 도시의 하수구를 막는 비닐 봉투의 수는 89% 감소했습니다. 비용을 물리는 제도는 이보다는 작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큰 효과를 냅니다. 워싱턴 DC 정부는 5센트의 비용을 물리는 것 만으로 비록 수치에 논란은 있지만, 전체 비닐 봉투 사용이 60%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비닐이 정말 종이보다 나쁠까요?
그러나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무엇이 비닐 봉투를 대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대안들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종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가게에서 산 물건들을 들고 가기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닐 봉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대안은 종이 봉투입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 문제를 따지느냐에 따라 종이는 비닐 보다 더 나쁠 수 있습니다.
봉투 금지 운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메사추세츠의 법안은 모든 일회용 봉투를 막으려 하는 법안이지만 여전히 종이 봉투를 비닐 봉투보다 더 선호하게 만드는 법안입니다. 뉴욕시의 법안은 모든 일회용 봉투를 동일하게 대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일회용 봉투가 재사용 가능한 가방보다 정말로 나쁜가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봉투가 만들어져 사용 후 처리되기 까지의 과정에서 환경이 받는 영향을 밝힌 연구들이 내놓는 결론은 매우 다양합니다. 비닐 산업 종사자들의 모임인 “미국진보봉투협회(American Progressive Bag Alliance)”(재미있는 이름이지 않나요?)의 지원을 받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이루어진 연구들 역시 몇몇 가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면 토트 백은 몇 개의 비닐 봉투를 대신하는 것일가요? 만약 어떤 이가 가게에서 가지고 온 비닐 봉투를 다시 화장실 쓰레기 봉지로 사용한다면 그 비닐 봉투는 다른 비닐 봉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의 가장 큰 걱정이 기후변화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2007년 호주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봉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연구는 종이 봉투가 비닐 봉투보다 더 많은 온실 개스를 만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종이 봉투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며 또한 이를 운반하기도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종이는 썩으니까 환경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레곤 주립대의 화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타일러의 말입니다. 종이가 더 많은 온실 개스를 만드는 이유는 복잡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종이 봉투가 비닐 봉투보다 더 두껍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온실 개스는 그 대상의 질량에 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종이 봉투는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수송하는 데 더 많은 트럭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물론 많은 환경주의자들은 비닐이 종이보다 나쁘다고 말합니다. 즉 기후 변화는 우리가 걱정해야할 환경 오염 중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종이가 생산에 드는 에너지 때문에 환경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메사추세츠 시에라 클럽의 대표 에밀리 노튼의 말입니다. “그러나 종이와 비닐의 가장 큰 차이는 종이는 스스로 썩는다는 것입니다. 비닐은 환경에 오래도록 남아 악영향을 일으킵니다. 수중 생물들이 이를 먹음으로써 결국 우리의 뱃속에도 비닐이 들어오게 됩니다.”
도시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정의 활동가들 또한 비닐 봉투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쓰레기들은 도시의 빈민가로 모이게 됩니다.” 브루클린의 사회정의 및 환경 단체인 UPROSE 의 대표 엘리자베스 얌피에르의 말입니다. “비닐 봉투는 도시 시설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녀는 하수구 등을 언급했습니다, “온실 개스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저소득층이 수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비닐에 의한 바다 오염 역시 문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뉴욕 시의 법안이 비록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되는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싱글 맘이나 투잡을 뛰는 이들은 토트 백을 준비할 겨를 없이 퇴근 시간에 급히 장을 보아야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UPROSE 는 비닐 봉투가 지역 사회를 오염시키는 일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환경주의자들은 모든 일회용 봉투에 비용을 물리며, 또한 종이 봉투는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메사추세츠 주에 계류중인 조례 중에는 일회용 종이 봉투는 적어도 40%의 재활용 성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메사추세츠 시에라 클럽이 지지하는 법안입니다.
복잡한 문제
그러나 재사용 가능한 가방 조차도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이야기한 호주의 연구는 면으로 된 가방이 매우 큰 환경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농경지 중 면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비율은 2.4% 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병충해 약은 24%, 살균제는 11%에 달한다고 세계야생기금(World Wildlife Fund)는 밝혔습니다. 1파운드의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5,000 갤런의 물이 필요하며, 이는 어떤 야채보다도 많고 대부분의 고기보다도 많은 양입니다. 면은 또한 종이와 달리 대부분의 경우 재활용가능하지 않습니다.
앞서 호주의 연구에서 내린 최선의 방법은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사용하되 면을 사용한 토트백이 아닌 재활용 비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다 튼튼한 가방을 사용하는 것이 온실 개스를 조금이라도 덜 만들며, 에너지와 물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며 자원의 낭비를 막고 쓰레기를 줄이는 길입니다.” 연구의 결론입니다. “다른 종류의 일회용 백으로 옮겨가는 것은 다른 종류의 환경 문제로 옮겨가는 일일 뿐입니다.”
그러나 호주나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를 그대로 미국의 환경에 적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가 기후변화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나라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에너지원은 다릅니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뉴욕시의 법안을 지지하는 천연자원관리국 뉴욕시 부장인 에릭 골드스타인의 말입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이 봉투를 만드는 종이가 스테튼 아일랜드의 재활용 제지소에서 만든 종이냐 아니면 캐나다 북부의 숲에서 만들어진 종이냐라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아는 한, 누구도 이런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한 연구를 진행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마치 ‘주차 딱지를 받을래, 세무 조사를 받을래’ 처럼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질문입니다. 물론 두 경우를 모두 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골드스타인은 면으로 된 토트 백이라 하더라도, 꾸준히만 사용한다면 일회용 봉투보다 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정책은 뉴욕시처럼 일회용 봉투에 비용을 부과하면서, 동시에 재사용 가능한 재활용 비닐 가방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특히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부유한 이들은 PBS 나 홀푸즈에서 받은 토트백이 집에 넘칠 겁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어떤 봉투도 기후변화, 해양 오염, 물 부족, 병충해 약 사용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만성적인 과소비를 줄이고자 자신이 좋아하는 재활용 봉투를 사용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봉투가 어떤 재질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고기를 한 번만 덜 먹는다면, 당신은 환경에 진정한 공헌을 하는 것입니다.” 타일러의 말입니다. “봉투안에 어떤 걸 담아오는가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Gr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