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론이란 지식에 바탕을 둔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이론은 이미 알려진 확실한 근거에 기반을 두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도달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우주론 학자 리사 랜들은 “암흑물질과 공룡(Dark Matther and the Dinosaurs)”에서 우리 은하에 얇은 원반 형태로 존재하는 암흑물질에 태양계가 충돌해 그 결과 지구의 공룡이 멸종했다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이 가설은 우주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또 암흑물질이 어떻게 미지의 자신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기본 입자들의 물리학과 공간의 물리학, 또 생명의 생물학이 당혹스러우면서도 심오하게 서로 얽혀 있음을 알려주는 그녀의 독창적인 이론입니다.
그녀가 옳다면, 랜들의 이론은 우주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가정 일부와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암흑물질 원반 이론에 따르면 6,600만 년 전 우주 먼 곳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아주 작은 균열이 일어났고, 그 결과 맨해튼의 세 배 크기이며 고속도로의 자동차보다 700배 빠른 별똥별이 지구와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이 충돌은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을 일으켰고, 원자폭탄의 수십억 배 에너지를 분출해 대기를 고온의 화염으로 채워 결국 지상의 생물 사 분의 삼을 죽였습니다. 22kg 이상의, 또는 달마시안보다 큰 어떤 생물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공룡은 멸종했고,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사실들이 있습니다. 별과 우주먼지, 우리 인간, 그리고 다른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만드는 일반 물질과 달리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암흑물질은 다른 일반 물질처럼 중력과는 상호작용하지만, 빛과는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존재하며 이 우주의 85%가 암흑물질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수십억 개의 암흑물질 입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릅니다. 랜들은 이 비밀이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가장 신비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물질에는 다양한 쿼크와 뉴트리노, 전자, 그리고 최근 발견된 힉스 보존이라는 입자들의 전체 생태계가 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한 종류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랜들은 암흑물질 역시 다른 힘들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암흑물질의 대부분이 일반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그 일부는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이 단순하지만 심오한 가능성을 제시한 이론은 랜들 이전에는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암흑물질이 일반 물질의 다섯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매우 적은 비율만으로도 커다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랜들은 그 일부를 “암흑 빛(dark light)”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만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을 비웃는 역설적인 이름입니다. 암흑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라는 고유의 형태로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할지 모른다는 그녀의 가설은 2003년 물리학자 브라이언 조셉슨이 아인슈타인이 인도의 철학자 라빈드라나스 타고르와 가졌던 유명한 대화에 대한 논문의 다음과 같은 시적 제목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명확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명확하게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아주 흥미롭지만, 랜들은 스티븐 제이 굴드, 다이앤 애커만, 앨런 라이트먼, 제임스 글릭 같은 과학 이야기의 대가들과는 다릅니다. 올리버 색스와 같은, 현장의 과학자이면서 놀라운 글솜씨를 가진 거장은 백 년에 한두 명, 그것도 우리가 운이 좋을 때만 만날 수 있습니다. 랜들은 무엇보다도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입니다. 올리버 색스와 같은 타고난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그녀는 뛰어난 설명꾼이며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아이들 책이라고 쉽게만 쓰는 이는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다.” E.B. 화이트가 1969년 파리 리뷰에서 한 말입니다. “쉽게 쓸 것이 아니라 상세하게 써야 합니다.” 아이들 책에 적용되는 이 원칙은 과학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녀의 설명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자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당신은 스스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독자의 지적 능력을 너무나 낮춰 여긴 나머지 짧게 요약된 리스티클로 결론을 떠 먹여주는 이 시대에 자주 만날 수 없는 희귀한 경험입니다.
확실한 것은 랜들의 이 책에 그녀가 시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처럼 우주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가진 이가, 그리고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윌리엄 블레이크를 끌어들이고, 혜성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르네상스 프레스코화를 묘사하는 과학자가 그러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무엇보다 그녀는 과학이 가진 시적인 특성을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공룡은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지구를 걸어 다녔지만 멸종했고, 그들로부터 지금 우리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진화되었습니다. 별똥별은 무엇도 실을 수 없는 죽음의 돌이지만, 아미노산을 지구로 가져옴으로써 지상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랜들은 이렇게 썼습니다. “멸종은 생명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명의 진화를 위한 조건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한다.” 우주는 랜들이 보여주는 통찰력처럼 이중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기에 이 책이 주는 가장 놀라운 보상이 있습니다. 바로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양립 가능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세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며, 또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이 우리가 습관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놀랍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미래는 그 미래가 일어나기 한참 전에, 자신을 변화시켜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릴케의 말입니다. 비록 치명적인 혜성이 지구의 희생자들에게 도달하기까지는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공룡의 멸종과, 또 그 결과로 인한 인간의 탄생은 태양계 바깥에서 존재하던 차가운 혜성의 표면을 암흑물질이 때리기 시작하는 그 우주적 찰나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랜들은 우주의 138억 년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또한 그녀는 자신이 지구에 태어난 이후의 짧은 시간 동안에도 지구의 인구가 두 배로 늘었고 우주가 수십억 년 동안 만든 지구의 자원이 감소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비록 그녀는 3,200만 년 뒤에야 다음 대규모의 별똥별 지구 방문이 있을 것을 예측하고 있지만, 또한 인류가 이 지구에 행하고 있는 일 역시, 느리게 움직이는 혜성처럼 운명을 향해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단지 이 혜성은 공룡을 죽였던 그것과 달리 우리가 이 혜성의 경로를 바꿀 기회가 남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랜들은 책에 과학 연구 과정을 함께 표현했습니다. 이는 랜들의 새 이론 만큼이나 재미있는데, 그녀는 과학자가 아는 영역에서 모르는 영역으로 심연을 건너며, 그 과정에서 직관과 모험심, 그리고 상당한 양의 고집과 어느 정도의 운에 의지한다고 썼습니다. 그녀는 별똥별이 공룡을 죽였는지 – 곧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가설로 여겨졌다가 후에 갑자기 등장해 30년 동안 만들어진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추적 이야기 – 같은 연구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냅니다. 이는 실제로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그녀의 이론이 과연 노벨상을 가져다줄 그런 작업일지, 아니면 다른 이들이 미래에 더 가까운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오류인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입니다.
그녀가 열정과 섬세함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이 이론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아마 창의적 계산적 우주론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물론 그녀는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과학자 중 한 명이지만, 이 이론은 형이상학과 가장 엄격한 실험 및 관찰이 이루어지는 과학 분야를 잇는 철학 전통 위의 순순한 사고 실험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이론입니다. 과학은 결코 그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의 깊이를 깊게 하는 작업입니다. 과학은 진실을 찾기 위해 의견과 주장을 사실에서 분리합니다. 성공적인 과학 글쓰기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넘어, “어떻게”에 대한 완벽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이는 “왜?”라는 질문을 꼼꼼하면서도 놀라운 방식으로 쌓아 올림으로써 가능합니다. 랜들은 바로 이 작업을 해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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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