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십진법을 사용하고 있고, 그래서 출판사들은 100주년을 가장 기다리며 10주년은 바로 그 다음입니다. 그러니 “이기적 유전자” 40주년이자 “눈먼 시계공” 30주년,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20주년, 그리고 가장 많이 팔린 책인 “만들어진 신” 10주년인 올해 2016년을 내가 그냥 넘어갈 수야 없겠지요.
물론, 숫자 세기는 손가락을 이용해 시작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10진법을 사용합니다. 처음으로 5개의 손가락을 가진 동물은 아아 처음으로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데본기 늪지에 살던 우리의 조상이었을 겁니다. 그 때문에, 지상의 모든 척추동물은 5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과 소도 처음에는 5개에서 시작합니다.) 또한, 물리학자는 매우 큰 숫자를 셀 때 10의 지수를 이용합니다. 우리가 만약 4개의 손가락을 가졌다면, 8진수는 10진수 보다 2진수와 훨씬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컴퓨터를 어쩌면 100년 먼저 쓰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8진수의 1세기인 64년일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이렇게 수십 주년을 기념하게 되기까지 나는 글쓰기에 대해, 특히 과학 글쓰기에 대해 어떤 것을 배웠을까요? 내 수입중 상당 부분이 글을 써서 번 돈이기는 하지만, 나는 말콤 브래드버리의 소설 쓰기 수업 비슷한 것은 운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글 쓰기에 대해 충분히 깊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원칙들은 매우 명백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무시되는 그런 원칙들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원칙은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을 필요로하며 훈련으로는 얻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이 문장은 내게 한 마디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이들에게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말입니다. 내 책들은 출판 즈음에 이르렀을 때에는 일종의 진화적인 선별방식으로, 즉 내 상상속 수십 명의 다른 이들의 눈으로 수없이 읽어 다듬은 글이 됩니다. 자동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는 거의 랜덤에 가까운 상상속 독자의 관점으로 글을 읽습니다.
“도킨스의 애매함 보존의 법칙(Dawkins’s Law of Conservation of Obscurity)”이란 어쩐 주제에 포함된 의도적인 애매모호함은 점차 팽창해 그 주제가 가진 고유한 단순함의 진공을 모두 메워버린다는 것입니다. 학계는 때로 그들의 언어를 꾸며 자신들이 얼마나 실속이 없는지를 숨기려 합니다. 프랑코포네이즘(Francophoneyism) – 포스트모던 헛소리 – 는, 어쩌면 고의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얕은 지식의 저자를 심오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꾸며진 연막입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과학은 실제로 깊이가 있으며 특히 미시세계와 우주에 대한 물리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뇌는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빛보다 훨씬 느리고 적당한 크기의 물체를 잘 다루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언어를 꾸미기 보다는 오히려 과도하게 쉽게 표현하려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가능한한 단순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단순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고등수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시를 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칼 세이건과 피터 앳킨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들입니다. 앳킨스는 이렇게 말했지요.
이제 우리의 작업은 명확해져야 한다. 우리는 생명의 창조에 있어 어떠한 창조적인 개입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믿음은 모든 것이 이해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어떤 것도 설명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다.
같은 책(“창조론 재조명(Creation Revisited)”)은 아래와 같이 멋지게 끝을 맺습니다.
우리는 거의 그곳에 도달했다. 완벽한 지식이 바로 눈앞에 있다.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완전한 이해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독백은 종종 인용되며, 나는 만약 세이건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할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다른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노벨문학상에서 그들의 작품이 소설과 경쟁하는 것을 제외해서는 안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한 번 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렇게 특별하게 여길 필요가 있을까요?
올해 기념되는 4권의 내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입니다. “눈먼 시계공”에서처럼 이 책에는 인위적 선택을 하는 컴퓨터 모델을 다루었습니다. 다윈은 인간이 개와 비둘기, 꽃을 진화시키는 것으로부터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나는 다윈이 내가 컴퓨터를 통해 만든 진화프로그램 화면의 화려한 결과들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는 컴퓨터가 꺼지면 화면의 아름다운 생명체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올해, 그 생명체들이 마치 불사조처럼 살아나 모든 책의 꺼풀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책을 장식하게된 것이 기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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