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람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내게는 늘 풀리지 않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진 찍을 때마다 나는 ‘치즈’라고 말하라며 웃으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부모님들은 사진에서 늘 굳은 표정이라는 겁니다. 러시아 친척들이 휴가때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은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사진에서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사진만이 아니지요. 러시아 여성들은 다른 남자들로부터 “웃어요”라는 말을 들을 일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어떤 질문을 들어도 “음, 글쎄요”라고 끝없이 답하는 듯한, 그런 무표정의 나라(Bitchy Resting Face Nation)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러시아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 반대에요. 남자다운 지도자, 보드카, 끝없는 사워크림 덩어리들이 그들을 기쁘게 하지요. 단지 이유없이 웃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지 못했고, 이를 배울 필요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러시아 속담 중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이유 없이 웃는 것은 바보의 특징이다.”
어떤 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무표정이 러시아의 추위보다도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간 러시아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곧,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보고 웃는 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왜 어떤 사회에서는 웃음을 권장하지 않는 것일까요? 나는 그 답을, 적어도 일부를 폴란드 과학원의 심리학자 쿠바 크리스의 새 논문에서 발견했습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어떤 나라에서는 웃음이 호의나 존중의 표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당신이 바보라는, 그것도 교활한 바보라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는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라는 문화적 특징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 척도가 낮은 문화권에서는 법정, 의료보험, 사회 안전망 등의 사회제도가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이 문화권의 사람들은 미래를 더 예측불가능하고 조절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웃음은 확실성과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나라에서 웃음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운명이 보이지않는 늑대처럼 너를 씹어먹으려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느냐 이말이지요. 이런 나라에서는 심지어 웃음이 어리석음의 표시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크리스는 또한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역시 웃음이 불쾌한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속이지 못해 안달인 나라에서는 상대방의 웃음이 좋은 의도의 것인지, 또는 나를 잡아먹기 위해서인지를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이론을 테스트하기위해 크리스는 44개국의 수천명에게 8장의 웃는 사진과 8장의 웃지 않는 사진을 보여주고 각각 정직성과 지성의 척도를 매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결과를 2004년 연구인, 62개의 사회를 대상으로 했던 불확실성 회피 순위 및 부패 순위와 비교했습니다.
그는 독일, 스위스,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웃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매우 지적인 이로 여겨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인도, 이란, 한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는 웃는 사람이 덜 지적인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경제발전정도와 같은 요소들을 통제한 경우에도, 사회가 얼마나 예측불가능한지와 웃음을 덜떨어짐으로 여기는 정도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한편 인도, 아르헨티나, 몰디브 등의 나라에서는 웃음이 부정직의 의미로 해석되었으며, 이 나라들은 또한 부패 지수가 높은 나라들입니다.
“이번 연구는 부패와 같은 사회적 수준의 특징이 웃음과 같이 진화적으로 중요한 신호의 의미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크리스의 말입니다.
확실히 설득력 있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 예를 들어 얼마나 위계가 강한 사회인지, 혹은 남성위주의 사회인지와 같은 요인이 감정의 표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다른 연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웃음이 감정의 하나임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리고 어떤 문화에서는 행복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는 행복을 위해 사람들이 종종 긴장을 풀고 서로 웃음을 짓게된다는 점에서 역시 염두에 두어야할 사실입니다.
또한, 불확실성 회피 지수로 국가별 순위를 상정한 2004년의 연구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연구가 수행된 시점에 의존한다는 – 2010년 이전의 시리아나 2008년 이전의 그리스를 생각해보세요 – 점을 제외하고서도 말입니다.) 1980년대 게르트 호프스테드 역시 국가별 불확실성 회피 지수로 순위를 만들었고 이 순위는 2004년의 연구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의 연구는 보다 더 확실한 결과를 위해 확장과 검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스크바의 세인트 페테르스부르그 지하철 역에서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진지한 표정일까를 궁금해할 어느 미국인에게는 어느 정도 기분을 다독여주는 연구일 겁니다.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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