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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단순한 설명이 더 나은 설명인가(1/2)

바르셀로나에 있는 두 거장의 건축물에는 정반대의 특징이 있습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독일관(German Pavilion)과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가우디의 작품은 현란함과 복잡함의 상징을, 그리고 미스의 것은 평온함과 단순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 건축 사조를 신봉했던 미스는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물론 가우디가 ‘많을수록 많다(more is more)’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의 건물은 그가 이런 생각을 했음을 추측하게 합니다.

미스와 가우디가 보여주는 현격한 대조에 대해 누군가는 어느 쪽이 예술에 더 가까운가를 생각할 것입니다. 만약 모든 예술이 단순해야 한다면, 혹은 모든 예술이 복잡해야 한다면 이 문제의 답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두 주장은 모두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단순하지만 가치 있는 예술품이 있으며, 또한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예술품도 있습니다. 물론 한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작품도 있습니다. 너무 복잡한 작품은 생소함을 주며 너무 단순한 작품은 우리를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극단 사이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모든 예술 작품이 가져야 할 단 하나의 적절한 복잡성을 추구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곧, 어떤 이상적인 하나의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학은 다릅니다. 적어도 많은 과학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 역시 그런 과학자들의 생각을 대변한 것입니다. “모든 이론의 궁극적 목적이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하는 한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소한의 기본 요소만을 포함하는 형태가 되는 것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순한 이론을 찾는 것은 과학 분야의 한 요구조건이 되었습니다. 이론이 너무 복잡할 경우, 과학자들은 오캄의 면도날 곧 검약의 원칙(principle of parsimony)을 들어 이론을 단순하게 바꾸었습니다. 오캄의 면도날은 똑같이 관찰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더 적은 요소, 과정, 혹은 원인을 포함하는 가설이 더 많은 이들을 포함하는 가설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낫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단순한 이론이 더 아름답고, 이해하기에, 기억하기에, 그리고 검증하기에 쉽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더 단순하다는 사실로부터 이 우주의 규칙을 알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캄의 면도날에 대한 가장 유명한 과학적 지지는 아이작 뉴튼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1687)”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네 가지 “사고의 법칙(Rules of Reasoning)”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중 첫 두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규칙 1. “자연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하고 참인 것보다 더 많은 원인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철학자들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자연은 이유 없이 행동하지 않으며, 또한 충분한 것보다 더 많은 이유를 가지지도 않는다. 즉 자연은 단순하며 여분의 원인을 즐기는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규칙 2. “따라서 같은 종류의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가능한 한 동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동물은 같은 이유로 호흡하며, 또한 유럽에서 돌이 땅으로 떨어지는 원인과 미국에서 돌이 땅으로 떨어지는 원인도 같아야 합니다. 그리고 조리를 위해 사용하는 불에서 나오는 빛과 태양에서 나오는 빛은 같아야 하며 지구에서 일어나는 빛의 반사와 다른 행성에서 일어나는 빛의 반사도 같아야 합니다.

뉴튼은 위의 원칙들을 따로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발표하지 않은, 요한계시록에 대해 남긴 주석에서 그는 여기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아래는 그의 “요한계시록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규칙들(Rules for methodising/construing the Apocalypse)”중 일부입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위의 설명을 선택함으로써 가장 단순한 형태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진실은 단순함에 존재하며, 중복이나 애매함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이루어진 이유는 세상이 신의 작품이며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는 질서의 신이지 혼란의 신이 아니다. 따라서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식을 모든 가능한 단순성에 맞추어야 하며, 그러한 관점을 이해해야만 이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뉴튼은 성경을 해석하는 문제이건, 물리 법칙을 발견하는 문제이건, 더 단순한 이론을 선호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캄의 면도날은 두 상황에 모두 적용되었으며 이는 우주가 바로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그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들어 철학자, 통계학자, 과학자들은 왜 단순한 이론이 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지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오캄의 면도날은 신학 또는 자연이 본래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거대가설에 기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세 가지 ‘검약의 패러다임’이 오캄의 면도날을 뒷받침합니다.

첫 번째 패러다임은 의대생에게 흔히 주어지는 조언인 ‘얼룩말을 쫓지 마라’는 것입니다. 이는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흔한 질병 C와 희귀병 R의 두가지 병으로 모두 설명된다면, 흔한 질병 C를 우선 고려하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더욱 단순한 가설이 실제로 그 문제의 답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단순한 이론이 상황을 설명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은 또 있습니다. 오캄의 면도날 중 ‘침묵의 면도날’이라 불리는 상황인데, 원인 C1이 어떤 현상 E를 유발한다는 증거가 있고, 원인 C2는 증거가 없다면, E에 대한 설명으로 C1이 C1 & C2보다 더 낫다는 것입니다. 19세기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검약의 원칙(principle of parsimony)을 이야기하며 아래와 같은 예를 들었습니다.

근거가 없는 어떤 것도 믿지 말라는, 보다 실용적이 원칙의 경우… 불필요한 원인을 가정하는 것은 증거 없이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 독약 또한 마셨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밀은 여기서 침묵의 면도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상 E는 C2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C2가 원인일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두 가설을 같이 고려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떠오릅니다. 현상 E의 원인으로 ‘C1 & C2가 아님’, 그리고 ‘C1 & C2’ 중 어느 것이 좋은 설명일까요? 침묵의 면도날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정의 면도날이라는 다른 면도날이 있습니다. 부정의 면도날은 위 문제에서 앞의 설명이 더 좋은 설명임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2가 사실일지 아닐지에 대한 아무런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왜 앞의 설명이 더 좋은 것인지를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침묵의 면도날은 쉽게 증명할 수 있지만, 부정의 면도날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두 번째 패러다임은 단순한 가설과 복잡한 가설이 관찰될 확률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와 관련해 단순한 설명이 복잡한 설명보다 선호되는 여러 경우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주변의 모든 집의 전등이 동시에 꺼졌다고 해봅시다. 당신은 다음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H1: 화요일 8시에 발전소에 문제가 생겨 모든 불빛이 꺼졌다.

H2: 화요일 8시에 모든 집의 전구에 문제가 생겨 모든 불빛이 꺼졌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는 것이 여러 독립적인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가정하는 것보다 검약의 원리에 적합합니다. 모든 집의 불빛이 동시에 나갔다면, H2보다는 H1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가 발전시킨 이론은 두 가설 중 무엇이 더 수학적으로 가능성이 높은지를 증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수학적으로 더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들은 “오캄의 면도날: 사용자 매뉴얼(Ockham’s Razors: A User’s Manual, 2015)”을 보기 바랍니다.

공통의 원인이 각각의 원인보다 더 좋은 설명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모든 생명체가 하나 혹은 극소수의 선조로부터 기인한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에서도 발견됩니다. 현대의 생물학자들이 거의 모든 생명체에서 같은 유전자가 발견된다는 사실로부터 여러 조상이 아니라 공통의 조상이 존재함을 주장할 때에도 이와 같은 패러다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조상에서 출발한 생명체들이 같은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즉, 오늘날의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졌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입니다.

2부로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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