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서로를 과거 모든 것이 명확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져 있다고 비난합니다. 브라운은 스턴이 명왕성이 태양계의 주요한 구성요소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스턴은 자신은 태양계가 훨씬 더 많은 수의, 예를 들어 1,000여개의 행성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브라운이야말로 “학생들이 행성의 이름을 모두 외울 수 있도록” 행성의 수가 적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라고 스턴은 말합니다.
스턴은 지리학적인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우리는 산이나 강의 수를 제한하지 않지요.”
브라운 역시 지리학적인 비유로 맞받아칩니다. “나는 너무 많은 수의 행성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행성이라는 단어가 대륙이라는 단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륙의 수가 많으면 안되지요. 만약 모든 섬을 대륙이라 부른다면, 대륙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단어가 될겁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행성의 정의를 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의 철학자 친구에게 단어, 예를 들어 행성같은, 의 의미를 물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단어 ‘행성’의 의미는 사람들이 그 단어 ‘행성’을 말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됐네 이 사람아(Shut Up)’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나는 곧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행성’을 말할 때 우리는 태양계에 있는 몇 몇 커다란 물체를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가 둥글기만 하면 무엇이든 행성이라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양 주위를 도는 무엇이건 행성이라 여기지도 않지요.”
명왕성, 에리스, 그리고 카이퍼 벨트의 몇몇 물체들은 공식적으로는 왜행성이라 불립니다. 물론, 우리가 무엇이라 부르건 명왕성의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스턴에 따르면, 명왕성은 매우 놀라운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명왕성이 매우 복잡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왕성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특성의 종류는 지구나 화성에 필적할 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소행성들은 매우 단순합니다. 명왕성은 그 점에서 전혀 다르지요. 게다가 우리는 명왕성이 만들어진지 45억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질학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스푸트니크 평원이라 부르는 그 하트모양의 땅은 수백만 평방 킬로미터의 넓이로 텍사스 만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만들어진지는 오래지 않았어요. 그 평원에는 분화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명왕성이 별 의미없는 얼음과 바위 덩어리일지 모르지만, 의미란 것은 사실 그 행성, 아니 왜행성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우리가 부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왕성은 인류의 역사속에, 외계로 향한 과학적 여정의 중요한 시금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만족할만한 행성의 정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브라운의 정의가 가진 문제점은, 스턴이 말한 것처럼 위치에 따라 그것이 행성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스턴의 정의대로라면, 달도 행성이 될 수 있습니다. 브라운은 말합니다. “스턴을 제외하면, 달을 행성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과연 있을까요? 이건 지질물리적 정의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반론일겁니다.”
최근 몇몇 연구들은 브라운이 다른 행성들의 위치로 추정한 9번째 행성이 어쩌면 사실일지 모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플루토를 제외하면, 인류의 역사에서 맨눈이 아닌 망원경을 이용해 발견된 행성은 1781년의 천왕성과 1846년의 해왕성 뿐입니다. 즉, 세번째 행성이 발견된다면, 그건 정말 드문 일이라는 겁니다. 브라운은 그 행성이 역사적인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스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9번째 행성이 아니에요. 나는 그 행성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톰보의 업적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일입니다. 아니면 브라운이 얼마나 무식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죠. 모르겠네요. 그에게 물어보시죠.”
나는 브라운에게 물었습니다.
“음, 그건 정말 안타까운 주장이군요.”
이런 식으로, 두 저명한 행성과학자는 마치 두 행성이 누가 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이 저 망각의 깊은 심연으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논쟁은 그저 50억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돌덩이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물론 이 우주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요.
명왕성의 간략한 역사
1906년: 부유한 박식가 퍼시발 로웰은 해왕성과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주는 아홉번째 행성 “행성 X”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1915년 그의 천문대는 우연히 명왕성의 사진을 찍었지만, 명왕성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며 로웰은 다음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1929년: 로웰 천문대는 독학으로 천문학을 배운 젊은 클라이드 톰보를 고용했습니다. 그는 다음 해, 수많은 사진을 끈질기게 비교한 끝에, 로웰이 대략 “행성 X”가 있으리라 예측한 위치에서 명왕성을 찾았습니다.
1930년: 옥스포드의 11살난 소녀 베네시아 버니는 행성의 이름을 로마 신화에서 지하를 다스리는 명왕성(Pluto)로 제안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 이름을 천문학자 모임에 제안했고, 이 이름은 받아들여졌습니다.
1978년: 명왕성의 다섯개의 위성 중 하나인 카론이 미해군 천문대의 제임스 크리스티에 의헤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명왕성의 질량이 정확히 알려졌고, 다른 행성의 궤도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작다는 것 또한 밝혀졌습니다. 로웰이 생각한 “행성 X”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공표되었습니다. 그 행성의 위치에서 명왕성을 찾은 것은 우연한 결과였던 것입니다.
1992년: MIT 의 과학자 제인 루와 데이비드 쥬잇은 태양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수많은 소행성들, 곧 카이퍼 벨트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가진 소행성들이 근처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마이크 브라운이 이끄는 칼텍의 천문학자들은 카이퍼 벨트에서 명왕성보다 더 큰 에리스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명왕성의 행성으로써의 지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06년: 1월, NASA 의 뉴 호라이즌 호는 명왕성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해 8월, 국제천문연합은 “행성”의 정의를 발표했고, 명왕성은 공식적으로 “왜행성”으로 격하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두 파로 나뉘었고, 앨런 스턴은 그 결정이 “구린내”난다고 말합니다.
2008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는 보다 만족스런 행성의 정의를 찾기 위한 3일간의 “대 행성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 뉴 호라이즌은 10년만에 명왕성에 도달했고 태양계를 찍은 사진 중 가장 흥미롭고 자세한 사진들을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2016년: 마이크 브라운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지구보다 약 열 배 더 무거우며, 해왕성보다 약 스무 배 멀리 있는 “9번째 행성”을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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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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