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에서
“마이크 브라운과 몇몇 사람들은 행성의 기준에 자기 주변을 장악했는지를 넣음으로써 그 정의를 행성의 위치에 의존하게 만들어 행성의 수를 줄이려 합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들어보시죠.”
스턴은 행성의 정의를 행성의 위치에 의존하게 할 경우 행성 자체의 물리적 성질이 무의미해진다고 말합니다. “자기 주변을 장악했는가를 실제 기준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기준에 관한 수식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수식은 여러 요소를 가질 겁니다. 그 행성이 돌고있는 별의 질량, 행성과 별의 거리, 그리고 별의 나이 등이 있겠지요. 문제는 그 기준에서 행성과 별 사이의 거리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행성에서 별이 멀어질수록, 그 별이 장악해야하는 영역은 커집니다. 그리고 바깥을 도는 행성일수록 공전 속도는 느려지므로 그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행성은 더 커져야 합니다. 즉, 어떤 별과 가까이 있었다면 행성으로 판단될 수 있는 소행성이 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행성의 지위를 빼앗기는 일이 벌어집니다.”
스턴은 지구가 지금 명왕성의 위치에 있다면, 그들의 기준으로는 지구 역시 행성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말도 안되는 기준이죠.” 그는 또한 브라운의 9번째 행성은 수학적으로 행성의 지위를 절대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별이라도 안됩니다.”
브라운은 그의 말을 반박했습니다. “카이퍼 벨트에 지구가 있으면 어떻게 되겠냐구요? 그건 흥미로운 생각이지만 카이퍼 벨트에는 지구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태양계가 형성될 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일겁니다.”
“태양계는 주변을 중력으로 완전히 장악한 물체들, 곧 행성과 그렇지 않은 작은 물체들로 깔끔하게 분리됩니다. 이는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매우 흥미로운 일이 있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밀어낸 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그가 주장한 9번째 행성도 행성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그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앨런도 그걸 알겁니다. ‘궤도 주변을 장악한다’는 표현 대신 쟝-룩 마고가 만든 멋진 수학 공식이 이미 있습니다. 9번째 행성은 쉽게 마고의 조건을 만족시킬 겁니다.”
물론 아직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태양계의 형성방식에 의해 카이퍼 벨트에 지구 크기의 행성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면, 어떻게 9번째 행성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9번째 행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이 행성이 태양 근처에서 생성된 후 그 궤도가 목성처럼 큰 행성의 궤도와 겹쳤을 때 중력에 의해 아주 먼 태양계의 외곽으로 날아갔다는 것입니다.
스턴과 브라운에게는 학문적 차이 말고도 다른 차이들이 있습니다. 스턴을 만나러 콜로라도 보울더로 간 날, 하늘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스턴은 마치 험한 환경에서 힘들게 사는 이처럼 방어적이고 꼬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위치한 칼텍의 행성천문학 교수인 브라운을 만난 날 날씨는 온화했고 하늘에는 따뜻한 태양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브라운은 스턴보다 여덟살이 더 젊지만 두 사람은 세대 차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브라운은 칼텍에 있는 그의 환한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 반바지와 버켄스탁 차림에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신경질적인” 과 “느긋한” 이라는 두 형용사를 짝짓게 한다면, 누구나 비슷한 결론을 낼 것처럼 보입니다.
톰보가 처음 이를 발견했을 때부터, 명왕성은 행성과학에서 모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변화를 볼 때, 명왕성의 질량이 지구와 비슷할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 값은 작아졌고 이제는 그 값이 지구 질량의 500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2005년 브라운은 카이퍼 벨트에 존재하는, 명왕성보다 더 무거운 소행성을 찾았습니다. 에리스라 불리는 이 소행성 역시 행성의 분류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끄집어 올렸습니다. 에리스를 10번째 행성으로 인정하거나, 또는 명왕성의 행성 위치를 빼앗아야 했습니다. 브라운 역시 평생을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일에 매진했지만, 그는 두 번째 주장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명왕성은 사실 태양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얼음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그는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빼앗겼을 때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태양계가 제대로 정의되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실제 태양계의 모습과는 다른 설명들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명왕성에 감정적인 애착을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브라운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담은 회고록 “나는 왜 명왕성을 죽일 수 밖에 없었나(How I Killed Pluto and Why It Had It Coming)”를 썼습니다.
스턴은 이 책이 브라운이 이 문제에 객관적일 수 없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스턴과 브라운은 모두 상대방의 의견이 객관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또한 모두 상대방이 감정적인 이유로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믿습니다.
“마이크는 베스트셀러를 썼죠. 그는 그 책으로 돈을 벌었어요. 나는 돈을 받고 이런 주장을 하는게 아니지만, 그는 금전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는거죠. 그가 의견을 바꾸면 더 이상 책이 안 팔릴테니, 그는 절대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
나는 브라운의 책이 아마존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책의 판매 순위는 131,246 번째였고, 이는 그가 이 책으로 큰 돈을 벌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반면 브라운은 스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명왕성으로 우주선을 보낸 사람이에요. 명왕성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죠. 명왕성이 행성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에게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그의 의견은 무시해야합니다.”
3부로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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