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난 25년간 태양계 마지막 남은 행성을 탐사하는 야망을 꿈꾸어왔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신은 수없이 많은 준궤도, 궤도, 그리고 행성 임무를 이끌어 왔고, 수십편의 논문을 썼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달의 1/3의 크기이며 궤도에 따라 지구에서 40억 킬로미터에서 60억 킬로미터에 이르는 미지의 존재인 명왕성에 뉴 호라이즌 호를 보내는 NASA 의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2006년 1월, 탐사선은 지구를 출발해 9년간의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임무는 당신의 경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일이며 당신이 이 분야에서 정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7개월 뒤, 아직 탐사선이 갓 여행을 시작한 시점에서,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은 투표를 통해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합니다.
최신 행성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태양계를 이루는 9개의 행성은 하룻밤 사이에 8개의 행성으로 바뀌었고, 당신의 임무는 태양계 끝 자락에 펼쳐진 작은 부스러기들을 일컫는 카이퍼 벨트 위, 무수히 많은 얼음바위조각 중 하나인 “왜행성(dwarf planet)”을 탐사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일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알랜 스턴이 겪은 일입니다.
그로부터 9년 뒤, 뉴 호라이즌은 명왕성을 스쳐 지나며 감동적일 정도로 선명한 사진을 보내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수천만명이 그 사진을 인터넷으로 보았습니다. 스턴은 다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명왕성의 가치에 대해 변명해야 했던 그는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하는 듯 해 보였습니다.
그 때 갑자기 명왕성을 행성의 지위에서 떨어뜨린 연구의 주인공인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지구와 해왕성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또다른 행성, 곧 명왕성을 대체할 9번째 행성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천문학자는 바로 마이크 브라운입니다.
행성과학역시 다른 어느 분야처럼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며 라이벌 관계는 특히 냉혹합니다. 그러나 스턴과 브라운의 화려한 경력은 마치 이들이 두 행성의 충돌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브라운이 9번째 행성에 관해 발표하자 스턴은 이렇게 트위터에 썼습니다. “거짓말. 아무 것도 발견했을리 없어.” 두 과학자 사이의 적대감이 차가운 냉소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다툼에는 성격상의 불화나 직업상 가지게 되는 경쟁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의 본질, 그리고 철학 속에 녹아있는 우주와 별, 지구를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스턴은 콜로라도 보울더의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에 있는 큰 사무실을 쓰는 작은 몸집의 남자입니다. 깔끔하게 면도한 올해 58세의 열정적인 그는 항공우주기술자이자 훈련받은 조종사이며 명왕성을 행성으로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스턴은 이제 명왕성을 스친 후 카이퍼 벨트로 향하고 있는 뉴 호라이즌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며 우리의 태양계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더 깊게 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명왕성이 개인적 복수심과 수상한 음모론의 희생양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IAU 가 내린 명왕성이 왜행성에 불과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은 투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상대론을 두고 투표하지 않습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지요. 과학자들이 투표로 무언가를 결정할 경우, 사람들은 과학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는 IAU의 투표가 1930년 캔자스 농부의 아들이자 24세의 천문학자였던 클라이드 톰보의 업적을 격하하려는 시도의 마지막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톰보에 대한 복수심을 수십년동안 가져온 브라이언 마스덴이라는 천문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톰보와 싸우곤 했지요. 톰보가 1997년 사망하자 마스덴은 명왕성을 행성의 자리에서 끌어내 톰보에게 복수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천문학자 수천명이 모인 천문학회에서 그 중 단 4%만이 들어간 한 방에서 그 투표를 하는 데 성공했지요.”
마스덴은 2006년 당시 IAU 소행성센터 의장이었지만 지금은 사망했기 때문에 스턴의 의혹을 반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투표는 여전히 스턴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과학 언론들이 그 과정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가장 답답하게 하는 일은 그날 투표에 참여한 이들이 행성과학자(planetary scientist)가 아닌 천문학자(astronomer)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천문학자들은 행성과학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건 뇌 수술을 정형외과 의사에게 맡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천문학자들이 행성과학의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내 분야는 이름 자체가 행성 과학입니다. 행성과학자는 자신들의 분야가 무엇을 연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행성은 그저 ‘공간에 놓인 물질’이 아닙니다. 행성 과학은 바로 행성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그날 IAU는 행성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결정했습니다. 첫째,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며, 둘째, 충분한 질량을 가져 유체정역학 상의 균형, 곧 자체의 중력으로 구형을 띄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궤도 주변을 정리”해야, 곧 궤도 주변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중력을 가진 물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왕성은 해왕성의 중력 때문에 타원궤도를 돌고 있어, 이 마지막 기준에서 탈락했습니다.
스턴은 이 기준이 너무나 모호하며, 또한 해왕성 역시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불평했습니다. “해왕성이 자기 궤도상을 정리 했다면, 명왕성이 거기 있어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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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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