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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머리를 마법처럼 맑게 만드는 이유

달리기로 해결 안되는 고민은 없다는 말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입니다.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에 부딪혔을 때,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그저 인생이 지루해졌을 때 그들은 밖으로 나가 달려보라고 말합니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리는 동안 … 다리의 리듬과 앞뒤로 젓는 팔과 함께 마음도 몸과 같이 날아갑니다.” 영화 제작가 케이시 네이스탯은 지난 해 가을 러너스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때로 달리기는 그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내가 내린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달리기를 한 뒤에 내려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1976년 출간된 “달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Running)”에 수록된 몬테 데이비스라는 이의 말입니다. “달리면서 동시에 자신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 떄문에, 달리기를 한참 하고나면 머리가 매우 맑아지지요.”

충분한 달리기는 때로 자신을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어떤 면에서 그 말은 말 그대로 진실입니다. 지난 30년간의 뇌과학 연구는 유산소 운동과 명확한 인지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신경의 재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뇌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가진 신경세포의 수는 정해져 있으며 성인이 된 뒤로는 더 이상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우리는 뇌세포가 죽을때까지 계속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뇌 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유일한 방법은 바로 유산소 운동이라고 미국 임상뇌심리학회 회장인 카렌 포스탈은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유산소 운동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또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곳이 해마, 곧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유산소 운동과 기억력 증진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설명해줍니다.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땀을 흘려 운동할 때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바로 기억력의 영역에서 말이지요.”

또한 장기간 육체적 활동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경우 뇌의 전두엽 영역이 활발해지는 효과도 나타납니다. 이 영역은 이마 바로 뒤의 부분입니다. 30분에서 40분 정도의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이 영역의 혈류량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으며, 이는 곧 “머리가 맑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문제에 집중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시간계획을 짜는 등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영역은 또한 감정의 조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하버드 심리학과 에밀리 E. 번스타인은 이와 관련된 한 실험을 발표했습니다. 카렌 포스탈과 마찬가지로 번스타인 역시 달리기를 즐겼으며, 그녀는 달리기 이후 자신의 정신상태가 특별하게 바뀐다는 사실에 주의했습니다. “나는 내가 더 활발하게 움직였을 때 더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녀는 운동이 기분전환이나 불안감 퇴치에 도움이 된다는 최근의 연구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를 알아보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감정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 리차드 J. 맥날리는 잘 알려진 최루성 작품인 1979년작 챔프의 마지막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영화를 보여주기 앞서 80명의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는 30분간 조깅을 하게 하였고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스트레칭을 하게 하였습니다. 그후 그들은 이 영화를 보았고 모두 슬픈 기분을 느꼈습니다. 번스타인은 다시 15분간 그들에게 머리를 쓰게 하는 작업을 시킨 후, 이들의 기분을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30분간 조깅을 한 이들은 더 빨리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번스타인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알기 위한 후속실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실험은 내 남자친구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군요. 그는 내가 가끔 까칠하게 굴면 “자기 오늘 달리기 아직 안했구나?”라고 말하곤 했죠.)

그러나 달리기에는, 아직 과학자들이 밝히지 못한 또다른 커다란 정신적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각을 이리 저리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을 말하는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은 매우 훌륭한 상태이고 이런 상태가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여러 과학적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몽상(mindlessness)”, 곧 그저 생각을 흘러가게 두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 “심리학의 최전선(Frontiers in Psychology)”지에 실린 세 명의 심리학자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몽상에 빠지는 것은 그것이 당장의 목표나 열망에 비할만큼 중요한 보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다 잠시 정신이 팔려 어떤 문장을 서너번 읽게 되는 것은, 그 잠시 동안 중요한 통찰을 얻거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거나, 답답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야기 도중 잠시 멈추게 되더라도, 이를 통해 아주 먼 기억을 떠올려, 그 이야기를 더욱 호소력있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팔려 고속도로 출구를 놓쳐 몇 분을 더 운전해야 하는 일도, 그 시간 동안 왜 직장 상사가 지난 주 회의 때 그렇게 화를 냈는지를 깨닫는 것에 비하면 작은 일입니다. 마트에서 달걀 사는 것을 깜박해 다시 장을 보러가게 되더라도, 연봉인상을 요구할지,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학교로 돌아가야할지를 결정하는 일에 비하면 큰 불편이 아닙니다.

딴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얻는 이익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고 해서 그런 행동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며, 나는 달리기만큼 이런 상태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최근 몇몇 연구는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이 무수히 들어 보았을 질문인, 도대체 그 긴 거리를 달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려 했습니다. 그 답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가 달리기에 대해 말할 때 하는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에서 한 이야기와 거의 동일합니다. 그는 달리는 동안 어떨 때에는 생각을 하고, 어떨 때에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생각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냥 달립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달립니다.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

(뉴욕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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